한일관계 새 불씨?.. '쓰시마 불상' 부석사 인도 판결에 日 반발

2017. 1.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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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日서 밀반입 불상, 원소유주 사찰에 돌려주라"
[동아일보]
일본 쓰시마 섬의 한 사찰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반입된 지 5년 만에 충남 서산시 부석사로 인도 결정이 내려진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동아일보DB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받는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고향’인 충남 서산시 부석사로 돌아온다. 일본 쓰시마(對馬) 섬의 한 사찰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반입된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도난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해온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 600여 년 만의 귀환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문보경)는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관세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에서 26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의 핵심 내용은 부석사가 관세음보살좌상의 원래 소유주라는 것. 법원은 또 항소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보관 중인 불상을 즉각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변론과 현재 문화재청이 보관 중인 불상의 현장 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라고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며 “과거 증여나 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역사·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정부는 불상을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는 훼손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부석사는 충분히 보관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부석사 원우 스님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이 일본에 약탈당하거나 불법 유출된 문화재 7만여 점을 환수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석사는 우선 불상을 예산군 수덕사로 옮겨 보관하기로 하고 조계종과 문화재청, 수덕사, 경찰 등과 구체적인 방법을 협의할 계획이다.

 14세기 초반(133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 관세음보살좌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이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1526년 창건된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 쓰시마 섬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봉안돼 있었다. 1973년에는 일본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고 이듬해 1월 몰래 판매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 미묘한 시기에… 일본 정부 “유감”

 간논지와 일본 정부는 관세음보살좌상의 반환을 계속 요구했다. 일본에서 도난당한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였다. 한일 정부는 불상 반환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자 부석사 측은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3년 2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부석사는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 반면 간논지는 “교역을 통해 쓰시마 섬에 들어온 한국 불상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세한 불상 반입 과정을 입증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이어 내려진 이번 판결이 양국의 갈등 상황에 부정적 파장을 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아직 반환이 실현되지 않은 불상이 조기에 일본으로 반환되도록 외교 루트를 통해 다양한 레벨에서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며 “이런 중에 그런 판결이 나온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문화재계는 환영과 우려가 엇갈린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법원의 결정으로 일본 내 우리 문화재 환수와 교류에 지장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서 불상을 감정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문화재는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비록 법적 분쟁이 있었지만 양 사찰이 불법(佛法)에 따라 환수에 합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일본 국립규슈박물관을 방문한 한 학자는 “이번 판결로 한일 문화재 교류, 나아가 우리가 추진해온 일본 내 문화재 환수 운동에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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