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 박 대통령·최순실 반격에 '관제데모' 카드 꺼낸 특검

김태훈 입력 2017. 1. 26. 17:37 수정 2017. 1. 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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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변호사, 기자회견 자청/"최씨 자백 강요하며 폭언" 주장/ 탄핵심판 공정성 등 문제 제기/ 지지층 결집 노린 '승부수' 관측
특검, 허현준 행정관 조만간 소환/ 친정부 시위 사주 의혹 추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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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진영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최씨가 변호인을 통해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특검팀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특검은 청와대의 ‘관제데모’ 지원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서는 한편 최씨를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으로 입건할 뜻을 밝혔다.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26일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검이 최씨를 상대로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에서 특검 관계자가 최씨한테 자백을 강요하고 심지어 ‘삼족을 멸하겠다’ 등 폭언까지 일삼았다”며 “이는 형법상 독직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조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녹음·녹화가 됐을 건데, 그 내용을 특검이 공개해야 한다”면서 “특검이 이의가 있다면 검찰,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의 기관이 나서 조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루 만에 또 돌변 26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한 최순실씨(왼쪽)는 전날 소리를 지르며 억울함을 항변하던 모습(오른쪽)과 확연히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이에 특검팀은 담당 검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삼족을 멸하겠다’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의 CCTV 공개 주장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검사실에는 CCTV가 없다”며 “당시 문이 열려 있었고 밖에 여자 교도관도 대기 중이었는데 (검사가) 큰소리를 지른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가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특검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앞으로 기자회견 등에 일절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 측의 이런 돌발행동은 이른바 ‘태극기 시위’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여론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시간끌기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씨와 거의 동시에 박 대통령도 행동을 개시했다.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최순실 게이트는 거짓말을 쌓아올린 산”이라며 “오래전부터 이번 사태를 기획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헌재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며 전원 사퇴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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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특검 수사와 헌재 심리가 반환점을 돌아 종반으로 치달으며 불안해진 박 대통령 측 심리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특검은 2월 초순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뒤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이 특검과 헌재의 공정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지지층의 단결을 호소하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팀은 여론전 대신 정밀한 수사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허현준(48)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관제데모 지시 의혹을 추궁키로 했다. 허 행정관은 원래 이날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불출석 의사를 통보했다.

특검팀은 전경련 측으로부터 ‘청와대가 친정부 보수단체 지원을 요구해 회원사들로부터 연간 30억원 이상을 걷어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단서를 잡고 최씨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공범으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가 문화계 장악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특검에 소환될 때 고함을 지른 최씨는 이날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태훈·권지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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