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인터뷰, 탄핵 본질 비켜간 '시중 루머' 주로 문답
"나라 품격 떨어지는 일" 대답
조윤선 구속엔 "뇌물도 아닌데 과해"
유진룡엔 "재직·퇴임 때 말 달라"
특검 최순실과 경제공동체 논리엔
"말 안되는 거짓말 억지로 엮어"
━ 음모론 제기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약 한 시간 동안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체로 담담한 어조로 대답을 이어갔다. 정유라(21)씨가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루머에 대한 질문엔 짧은 실소가 앞서기도 했다. ‘정규재 TV’는 정규재(60)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Q : 오늘(25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헌재에서 폭로를 했다. 심정이 어떤가. A : “장관 재직 때의 말과 퇴임 후의 말이 달라지는 게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Q :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거나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 A : “향정신성 약품을 먹었고 굿을 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탄핵을 위해 그토록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Q : 태블릿PC에 대한 보도 이후 최순실씨로부터 일부 조언받은 것을 시인했고, 이 때문에 의혹들도 전부 시인한 것처럼 된 상황이다. A : “태블릿PC에서 많은 국정자료가 쏟아졌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저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순실씨가 사익을 취했다는 등의 내용은 정말 처음 들었다. 하지만 몰랐다는 것도 내 불찰이기 때문에 사과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Q : 특검은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경제적 동일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A :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다.”
Q : 최순실씨가 대통령 뒤에서 조종을 하고 청와대를 사유화한 것은 인정하나. A : “기밀 누설과 정책 관여는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인사 문제는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추천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시스템이 전혀 아니다.”
Q :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과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Q : 블랙리스트 자체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인가. A : “모르는 일이다.”
Q : 특검에 출석할 계획인가. A : “조사에 임하려 한다. 일정 조율 중이다.”
Q : 최순실씨 는 박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였나. A : “오랜 시간 알아왔고 혼자 지내는 저를 위해 심부름도 해 주고 도와준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전개되는 일을 통해 최씨가 사익을 추구했다는 등 내가 몰랐던 일이 많이 있었다고 하니 그런 불찰에 대해 마음이 상했다.” 인터뷰 내용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 주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사 대상이나 탄핵 사유와는 무관한 ‘시중 루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많이 오갔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의 관계를 느끼셨느냐” 등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민망스럽기 그지없는 이야기들” “저질스러운 거짓말” 등으로 반응했다.
정유라 특혜 의혹엔 "어릴 때 본 게 전부”
정작 박 대통령과 관련한 주요 의혹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대통령의 지시’가 적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17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인정한 ‘기밀문서 유출’은 거론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은 지난 16일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언론 등을 통해 국정 농단 문제가 불거진 뒤 박 대통령에게 비선실세 부분을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도 지난 19일 헌재 증인신문에서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장차관급 인선안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정책과 기밀을 알았다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공판에서 “대통령이 최씨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해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드렸다”고 기밀 전달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정유라씨와 관련된 특혜 의혹에 대해 “어릴 때 본 게 전부”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지난 23일 헌재 탄핵심판에서 “정유연같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위해 그런 영재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 말씀이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내가 경제 공동체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도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경제적 공동체는 법률적인 개념이 아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 공유 관계는 관련된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임장혁·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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