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은 박 대통령 풍자 연극 '개구리'
문체부 간부들, 특검 조사서 진술
연출자 박근형씨 지원했단 이유로
당시 예술정책국장, 1급 승진 탈락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2013년 가을에 국립극단이 상연한 연극 ‘개구리’에 등장하는 대사다. ‘우리 딸애’는 박근혜 대통령을, ‘기말시험’은 대통령선거를, ‘점수 조작’은 득표 수 조작을 의미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통령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과 연결된 부분이다. 개구리를 연출한 박근형(55) 작가는 당시에 “현재 권력을 가진 쪽을 신랄히 풍자하는 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소환조사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은 이 연극이 다음해(2014년)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특검팀 조사에서 박 작가에 대한 지원금 중단 등의 조치가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2014년 상반기에 청와대에서 ‘뭐 이딴 빨갱이 연극을 가만히 놔뒀느냐’며 난리가 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특검팀 수사에서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질책하며 블랙리스트 작성을 독촉한 정황도 확인됐다. 수사팀은 “김 전 실장이 ‘좌파 예술인들이 득세하는 꼴을 왜 지켜보고 있느냐. 문화·예술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보 예술인들을 말려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얻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실제로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를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장관직을 사임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5월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조한 바로 다음 날 이 같은 낙하산 인사가 시도됐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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