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반 전 총장이 말하는 '유엔 업적' 따져보니

오대영 입력 2017. 1. 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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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오늘) : 오해가 있을 만한 소지가 소수 성 보유자에 대한 차별 금지 문젠데…제가 이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하는 게 아니고 이 사람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는 것은 안 된다.]

[앵커]

성 소수자의 인권 개선…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업적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24일) "성 소수자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생각이 바뀐 것인지, 스스로 업적이라 평가했던 내용을 뒤집은 것인지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팩트체크는 반 전 총장이 말하는 업적, 그리고 그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을 검증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성 소수자 발언이 어떤 자리에서 나온 거죠?

[기자]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한 말입니다.

"제가 (성 소수자)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 이 부분이 지금 논란인데요, 유엔 사무총장 때 했던 발언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들어보시죠.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2015년 9월) : 저는 괴롭힘 당하는 10대 게이, 구직을 거절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흉악한 성범죄에 노출된 레즈비언의 편에 섭니다.]

[앵커]

"Stand with", 찬성한다, 함께한다, 라는 지지의 발언인데 박수를 받았군요.

[기자]

지난해 이런 발언도 있었습니다.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2016년 9월) : 종교적, 문화적 논쟁을 이용해 성 소수자의 인권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들을 불평등하게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게 도대체 뭡니까?]

지난해 11월 30일에는 "내가 성소수자 운동가임이 자랑스럽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몇달 만에 '성 소수자'에 대한 말이 달라진 건데,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꼽는 사안에 대해 왜 입장을 바꾼 걸까요?

[기자]

오늘(24일) 이 발언은 한기총에서 나왔습니다. 이 기독교 단체가 성 소수자 운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말하는 또 다른 업적도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 보시죠.

"유엔 본부에 윤리국을 처음 만들었고…", "유엔본부에 윤리국장이 없었다. 61년간 없었는데 그걸 제가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윤리국은 반 전 총장이 유엔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 개혁조치 중 하나로 꼽혀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이 문서를 보시죠. 2005년 12월 30일입니다. 사무총장 고시인데요. 이미 2005년에 유엔 사무국 안에 윤리국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입니다.

[앵커]

반기문 전 총장은 2007년부터 사무총장을 맡았잖아요?

[기자]

2007년 1월이죠. 이 고시의 마지막 장에는 '2006년 1월1일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 있습니다. 서명은 '코피 아난' 사무총장으로 돼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반기문 전 총장이 말하는 윤리국은 전임자가 만들어놓은 거군요?

[기자]

유엔본부에 61년간 없던 윤리국장 자리를 자신이 만들었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물론 반 전 총장은 2008년 1월 '윤리위원회'라는 윤리조직을 만들긴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유엔본부 38층'이라는 책자에도 등장합니다.

반 전 총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한 외교관이 쓴 책입니다.

[앵커]

윤리국과 윤리위원회는 다른 조직인가요?

[기자]

찾아보니 반 총장이 서명한 문서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윤리위원회가 나오는데 코피 아난 전 총장이 만든 사무국의 윤리국과 무엇이 다르냐.

일단 윤리국이라는 것은 윤리 전체의 윤리규정을 만드는 일종의 본부입니다. 반 전 총장은 산하기관에 소속 윤리국을 만들었는데, 그걸 묶는 개념이 윤리위원회죠.

그래서 본인이 도입한 게 아닙니다. 있던 제도를 확대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반 전 총장이 말하는 또 하나의 업적, 바로 이건데요. "재산공개제도 만들었다", "재산신고제도가 없었다"는 부분입니다.

[앵커]

이 역시도 유엔 개혁 차원에서 큰 업적으로 꼽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도 2006년으로 가보겠습니다. 4월 10일자 고시입니다.

'재산 내역 신고'라고 돼 있습니다. 그 제도가 이미 그 때 나와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다음 달부터 효력이 생겼고,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의 서명란이 있습니다.

물론 이 제도의 첫 대상자, 그러니까 사무총장으로 재산신고를 한 사람은 반 전 총장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본인이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앵커]

물론, 기후변화협약 같은 건 외신에서도 좋게 평가하고 있죠. 반 전 총장이 10년간 해외에 있어서 검증 대상이 되지 않았는데, 대선에 나선 만큼 언론의 현미경 검증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어제 조기대선이 보궐선거에 해당된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왜 그러냐고 문의를 많이 주셨습니다.

제가 팩트체크 페이스북에 올려 놓았으니 보충 설명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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