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럼프를 보면 한국 정치인들이 떠오를까?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7. 1. 24. 21: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남성 우월주의..미국이 한국화되고 있는 느낌

- 취임연설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모순
- 의회와 정당 비판..대통령이야말로 인민의 직접적 의지 반영한다 주장
- 미국 백인의 입장에서 호소력 가질 수 있는 트럼프
- 모순적 진술로 백인 중심 ‘미국의 영광’ 되돌려놓기
- 나치즘으로의 확장도 우려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1월 24일 (화) 오후 7: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경희대)

◇ 정관용> 트럼프 대통령 16분 12초 간의 불같은 취임사. 그 이후에 달러 가치 폭락하고 세계증시도 폭락하고. 금 사는 사람이 오히려 늘었다고 하죠.

기존 선거유세 연설 때처럼 또 독설들을 취임연설에 담았는데 무척 실망스럽다는 전 세계 언론의 반응이 나옵니다. 그리고 한편 워싱턴 DC에서만 무려 50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서 행진을 했어요.

트럼프의 연설 또 여성들의 행진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현 정신적 상황에 대해서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 분석해 봅니다. 이택광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많은 언론에서 대통령 취임연설에 부정적인 단어, 학살과 살육 이런 게 판쳤다, 이 점을 주목하던데. 과거 대통령 취임연설하고 좀 비교해 주시면 어때요, 트럼프의 연설이.

◆ 이택광> 그러니까 가장 비교될 만한 대통령은 루즈벨트가 있죠. 뉴딜정책을 추구했던 루즈벨트는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굉장히 경제적으로 힘들고, 미국이. 전시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파괴라든가 살육이라든가 학살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던 그 시기에 희망을 주는 그런 메시지를 많이 던졌죠. 그래서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다, 이런 말들을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바로 앞의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 역시도 끊임없이 희망적인 메시지들을 전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같은 경우도 예를 들어서 페니미즘과 관련된 여성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는 바로 눈앞에 보이고 있는 대통령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이야말로 바로 페미니스트의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든가 굉장히 공감,가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트럼프는 전체적으로 암울한 미국의 상황들을 설명하면서도 주로 범죄적인 상황들을 굉장히 많이 설명했어요.

◇ 정관용>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나요?

◆ 이택광> 빈민가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가난에 허덕인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고요. 나라 전역에 묘비가, 버려진 공장들이 묘비처럼 서 있다라든가 공장을 묘비에다 비유를 했고요.

또는 범죄와 갱단 그리고 마약, 이런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말 그대로 안전에 대한 어떤 감정들을 굉장히 증폭시키는 그런 연설들을 했죠.

대체적으로 안전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한국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지만 보수적인 그런 정치인들이 이런 수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안전을 위협한... 그러면 개인의 안전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무엇인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겠죠. 그래서 백인 중산층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리고 또 사실 저는 이 연설문을 개인적으로 보면서 느낀 것은 트럼프가 왜 당선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그런 연설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비난도 많고 실망을 많이 주는 어떤 그런 연설문이지만.

◇ 정관용> 어떤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당선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

◆ 이택광> 실질적으로 미국 백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연설문이 호소력이 있는 연설문인 거죠. 그래서 이런 어떤 공포스러운 분위기들을 자극하는 이런 내용들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백인들에게는 상당히 자기들에게 공감되는. 그래서 예를 들어서 우리가 남입니까, 쉽게 말하면 이런 얘기를 한다든가 우리는 하나다. 물론 피부 색깔이 다르고 이렇게 지역이 다르고 또 출신 성분이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는 하나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중심에 놓여 있는 하나의 단위는 바로 백인들을 말하는 거죠.

백인민족주의적인 그런 수사를 굉장히 많이 사용했고 뭔가 느낌이 보이스카웃 같은 느낌이었어요. 보이스카웃처럼 ‘으샤으샤’하는 느낌이었고 이런 것들을 분명히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미국 내에서. 그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 정관용> 미국의 백인들이 어려워진 자신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그런 취임사에도 오히려 환호할 수 있다?

◆ 이택광> 그렇죠. 여러 가지 그런 미국의 지금 상황들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 트럼프의 연설을 들으면서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정관용>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향해 가자든지 이런 메시지 부분이 과거 전 대통령에 비해서 너무 적다, 이런 거 아닙니까?

◆ 이택광> 그렇습니다. 희망적이라기보다는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될 일이 굉장히 많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강한 미국을 위해서 힘을 내자. 그 힘을 내자의 주체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안 나와요. 안 나오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뭘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제시는 없습니다. 아주 추상적인 내용밖에는 없죠.

◇ 정관용> 추상적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무엇보다 아무튼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우선주의 이거 아닙니까?

◆ 이택광> 미국우선주의죠. 그래서 그러한 메시지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 병사들을 왜 외국에 보내서 힘든 전쟁을 치르게 하느냐, 우리 국경 수비하기도 바쁘지 않느냐? 쉽게 말해서 멕시코 난민들을 염두에 둔 것 같고요.

그리고 또 공장 노동자들이 복지에만 갇혀서 일터로 나가지 않는다. 일터로 내보내자, 그런 얘기를 한다든지. 그러면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은 누구일까요? 생각해 보면 사실 이민자들이나 이런 사람들 아니겠어요? 복지제도에 기생하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낸 세금을 빨아먹고 있는 그 사람들을 일터로 내보내자 아니면 추방시키고, 이런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모순이죠.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지금 현재 트럼프가 당선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트럼프가 계속 공격했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거든요. 민주당이 추구해 왔던 그런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라고 계속 비판을 해 왔는데. 그 정책의 핵심이라는 건 결국 복지를 축소하고 자기 스스로 일하는 노동자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게 이데올로기잖아요.

그런데 결국 그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신자유주의 정책을 또 쓰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모순이고. 하지만 그런 모순적 진술들이 아주 노골적인 백인민족주의, 다시 말해서 우리 백인들 중심으로 이 미국을 재건설해야 된다. 미국의 영광을 다시 되돌려놔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또 한 가지 제가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은 이 부분 역시 가디언이나 이런 데서 많이 지적하지 않든데 제가 읽었을 때는 사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언론들은 그걸 번역을 할 때 피플을 국민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이건 사실은 굉장히 레디칼하게 번역을 하면 인민이 되죠, 인민. 링컨이 이야기했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의 국가라는 공화국을 이야기하는 건데 그런 인민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링컨의 용어였다고 생각이 되고요.

거기에서 보면 이런 말을 합니다. 더 이상 정당, 어떤 특정 정당에 의해 지배받는 국가가 아닌 바로 우리 인민이 통치하는 국가를 되돌려 받자, 이런 말을 해요, 트럼프가. 굉장히 선동적인 말이죠.

◇ 정관용> 그러네요.

◆ 이택광> 그러니까 우리 인민이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국가라는 거죠. 지금 내가 취임하고 있는 이 상황이 바로 인민이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국가를 되돌려 받은 날이다. 누구로부터? 바로 저 민주당 기득권 세력. 또는 여기에 있는 공화당 일부 정치인들도 포함될 겁니다. 그러한 수사학이 먹혔다는 거죠.

◇ 정관용> 인민이 직접 통치하는, 이게 파시즘적인 요소랑 연결되는 거 아닙니까?

◆ 이택광> 포퓰리즘이죠. 그게 결국은 나치죠, 사실은. 나치죠, 나치인데.

◇ 정관용> 실제로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미국의 우파, 대안우파라고 그러든가. 이런 세력들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당선 축하하면서 나치들이 하던 것처럼 오른 손을 들고 하일 트럼프, 그러니까 ‘트럼프 만세’ 이랬다는 거 아니에요?

◆ 이택광> 네오나치가 있죠, 미국 내에. 있고 실제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면 저는 확산될 거라고 봐요. 확산될 거라고, 트럼프 통치기간 내에.

트럼프 자신은 히틀러만큼의 그런 파시즘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주변에 트럼프현상을 바탕으로 해서 뭔가 자신들의 극우적인 이념을 실현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생겨날 수 있죠. 엄연히 없는 것도 아니고, 미국 내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세력을 확장할 것이고 과거에 비한다면 분명히 트럼프 통치기간 내에는 많은 어떤 이념적인 분쟁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뉴요커 같은 경우가 계속 트럼프 당선과 관련된 그런 칼럼들을 게재를 했는데.

최근에 나온 것 중에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 계속 60년대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까 마틴 루터킹 이야기를 하면서 마틴 루터킹 이야기를 하면서 마킨 루터킹이 결국은 미국의 어떤 딜레마, 다시 말하면 마틴 루터킹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그러면 케네디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처서 여러 가지 인권법이라든지 이런 걸 통과시키게 만드는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또 마틴 루터킹은 미국 전체의 백인이나 여러 어떤 기득권으로부터 저주를 받았잖아요.

결국 그래서 암살까지 당하지 않습니까? 이런 모순을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거죠. 마틴 루터킹이 미국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미국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미국의 주류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하여튼 이런 모순을 미국은 해결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트럼프가 나왔다, 이런 주장을 뉴요커 칼럼에서 하거든요.

그러면서 다시 1968년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68운동을 다시, 68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얘기를 뉴요커가 합니다. 무조건 당연히.. 자유주의 좌파의 대표적인 잡지죠.

◇ 정관용> 그런 주장에서는 트럼프와 또 트럼프 현상을 백인우월주의, 백인민족주의?

◆ 이택광> 그것의 발현이라고 보는 거죠.

◇ 정관용> 그렇게 보는 거죠. 그러면서 약간의 파시즘적 경향, 포퓰리즘적 경향이 결합되어 있는.

◆ 이택광> 뉴요커 입장에서는 파시즘이라고 보는 거죠. 일단 트럼프는 파시스트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 약간 의문은 있어요. 트럼프가 과연 파시스트일까라는 생각이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트럼프를 그 자리에 갖다 놓은 힘은 파시즘적인 열망이죠.

◇ 정관용> 그런 부분이 있다?

◆ 이택광> 백인국가를 재건하고 그 영광스러운 국가, 다시 말하면 제국을 만들어내자는 거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인권 측면, 민주주의 측면에서 후퇴다 이렇게 보는 거고.

◆ 이택광> 완벽하게 후퇴를 하겠죠.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상대주의적인 시각들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제가 볼 때는 명백하게 후퇴를 할 것이라고 보고요. 왜냐하면 국가주의가 더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물론 국가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는 국가의 어떤 그런 기능에 대한 평가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트럼프 같은 경우에 이 국가를 일종의 우리가 완성해야 되는 그 무엇,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비전의 일부로 보는 거거든요.

이랬을 때는 국가주의로 바뀌는 것이고. 이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백인민족주의 또는 백인애국주의라고 부를 수 있어요. 사실 이 애국을 공화주의적인 어떤 정치인들은, 공화당 정치인들은 계속 강조해 왔죠.

예를 들어서 레이건 같은 경우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애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연설문에서 트럼프는 아주 노골적으로 애국 이야기를 합니다. 아주 멋진 말도 해요.

뭐라고 이야기하냐면 우리는 피부색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출신도 다르지만 똑같은 애국자의 붉은 피를 흘린다 이런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들은 명백하게 선동적이죠.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모순적인 트럼프 체제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 정관용> 그동안의 공화당 지도자들도 애국을 강조하고 국가주의적 요소를 민주당보다는 더 강하게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백인우상 또 이민자에 대한 차별, 이런 얘기를 노골적으로 못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그걸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거죠?

◆ 이택광>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우리가 질문을 해야 될 것은 트럼프 같은 이런 광대를 왜 뽑았느냐가 아니고요. 이제 왜 그러면 트럼프가 이야기했던 그런 수사학들이 먹혀들었는가를.

◇ 정관용> 먹혀들었냐?

◆ 이택광> 질문해야 되는 거죠. 저는 그럴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의 성장이 더 이상 안 되는 거예요.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파워엘리트들이 모여서 선언한 것이 뭐였냐 하면 이제 자본주의 끝났다는 것이었죠.

이제 자본주의 끝났다는 뜻은 뭐냐, 자본주의로는 성장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자본주의로 이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어떤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 다른 걸로 가야 된다는 이야기예요.

◇ 정관용> 뭘로 가야 된다?

◆ 이택광> 거기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 하고. 심지어 빌 게이츠도 사회주의가 우리를 구원할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빌 게이츠조차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다른 체제가 와야 된다라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어요. 심지어 파워엘리트들도 공감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 정관용> 복지확대, 복지국가가 경제도 좋게 만든다?

◆ 이택광>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 기득권 중에 일부들, 특히 거기에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동의가 안 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사실 트럼프를 지지한 거예요. 그리고 트럼프는 그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기 싫은 거고 자본주의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고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해요. 그 상위 1%의 기득권을 계속 보장할 수 있는 위계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 정관용> 맞는 말인데 기득권과 부자들만 트럼프를 찍어서 대통령된 게 아니잖아요. 가난한 백인 서민들이 찍은 거 아닙니까?

◆ 이택광> 그게 바로 포퓰리즘이에요.

◇ 정관용> 그런데 그 가난한 백인 서민들은 트럼프식 정책으로 가면 자기들한테 좋아질 게 없다는 걸 모르는 거죠.

◆ 이택광> 그런데 이제 모른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피부로는 돌아올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미국 같은 경우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백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성이 분명히 있죠. 문화적 우월성이라는 게.

아무리 미국이 다문화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또는 멜팅 포트를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결국 주도권은 백인들이 쥐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그걸 백인 노동자들은 알죠. 그 기득권도 기득권인 거예요, 사실은.

◇ 정관용> 그게 강화되면 우리한테도...

◆ 이택광>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지역감정하고 되게 비슷하죠. 물론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피해가 가죠.

◇ 정관용> 아마 한 1, 2년 지나면 그 안에서 불평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을 거다.

◆ 이택광> 저는 그렇게 될 거라고 보고. 이 체제가 그렇기 때문에 이 트럼프 체제가 그렇게 안정적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정관용> 또 한 가지가 50만 명, 워싱턴DC에서만 여성들이 행진을 하면서 트럼프를 규탄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이런 건 어떻게 봐야 돼요?

◆ 이택광> 사실 공교롭게도...

◇ 정관용> 트럼프한테도 남성우월주의가 또 있나요?

◆ 이택광> 그렇죠. 트럼프는 남성우월주의를 내세웠고요. 우리로 치면 예전에 아버지 신드롬하고 비슷합니다. 아버지를 다시 세우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또 여혐적인 발언, 미소지니(misogyny)한 발언들을 많이 하게 만들었죠.

◇ 정관용> 성희롱 이런 것도 많았고.

◆ 이택광> 미국 사회 자체가 미소지니(misogyny)한 게 굉장히 많아요. 말보로 담배 광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가 피우는 이런 남자들 멋있고 할리우드 영화에 얼마나 많은 미소지니가 있습니까, 그 안에.

그런 것들에 편승하는 발언들을 많이 했는데 그게 여성들을 굉장히 분노하게 만들었던 거죠. 마침 또 그게 세계여성의 날과 취임식이 공교롭게 겹쳤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길거리에 나오게 되고 거기에 다른 사회주의자들, 아나키스트들이라든가 다른 좌파들도 같이 결합을 하게 된 겁니다.

그 여성들이 사실 지금 현재 트럼프 반대 전선에,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흥미롭게도. 힐리러 역시도 상당히 많은 페미니스트적인 발언을 했고 지지를 받았고 실제 본인 스스로가 여성 대통령 후보였고요. 또 여성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별적인 대우를 언론으로부터 받았죠.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게 또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동안 자기들이 받았던 차별들을 증언하고 나서고 에마 왓슨 같은 경우도 나오고 이렇게 했기 때문에, 얼마 전에 스칼렛 요한슨도 나왔더라고요, 이번에.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은 대중적 폭발력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트럼프가 비록 대통령이 되었지만 미국 사회는 이번을 계기로 해서 뉴요커의 칼럼도 예시해 주듯이 다시 과거의 예전의 뿌리, 루즈벨트 대통령이 말했던 그러한 여러 가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지젝 같은 철학자가 트럼프 지지한다는 그런 말로 오해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말을 했다가. 지젝이 했던 말은 트럼프가 된다면 차라리 미국이 지금의 상태와는 다른 지금의 상태를 반성하는 그런 대중운동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구설에 올랐죠.

◇ 정관용>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오히려 민주, 인권, 복지의 가치가 더 소중해질 것이다?

◆ 이택광>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SNS의 특성상 전달이 제대로 안 돼서 상당히 많은 비난을 받았죠. 사실 그런 식의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죠.

◇ 정관용> 그리고 그 선봉에 여성이 서 있다.

◆ 이택광> 여성이 서 있죠.

◇ 정관용> 여성이 서 있다는 건 단순히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 아까부터 언급됐던 민주, 인권, 복지 이런 가치들이 여성들의 대열 속에 다 동참하고 있다.

◆ 이택광> 그리고 트럼프주의라는 것은 아주 어떻게 보면 가부장제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지금 트럼프가 본인의 부인에게 행하는... 지금 퍼스트레이디인데 차에서 내리는데 가이드도 안 했잖아요.

◇ 정관용> 그랬어요?

◆ 이택광> 그런 행태들을 보고 있으면 사실 굉장히 이분이 웃기는 그런 대통령, 사실 좀 한국 정치인 같은 느낌을 많이 주는. 발언들도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정당들 비판하고 의회 비판하면서 대통령이야말로 인민의 직접적 의지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이런 연설문들 자체가 굉장히 한국적이죠. 한국적인 정치 분위기를... 미국이 한국화되고 있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우리가 조금, 미국의 미래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 정관용> 미국의 한국화?

◆ 이택광> 그렇죠.

◇ 정관용> 그래요. 트럼프 현상 속에서 미국우월주의, 백인우월주의, 가부장주의, 파시즘, 온갖 극복해야 할 것들만 다 드러나고 있는 그런 양상인데.

◆ 이택광> 트럼프로 한번 정리하고 가야죠.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대중사회가 또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오늘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

[CBS 시사자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