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봄기운, 우리 경제 '숨통' 트일까

정옥주 2017. 1.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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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질식 속 수출 조금씩 회복세
12월 수출물량·금액 두달째 동반상승
올 들어 1월 수출도 전년비 25% 증가
추세상승 예단 일러, 보호무역강화도 우려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한국경제가 사면초가다. 지난해 건설 경기와 추경으로 버텨온 우리 경제는 올 들어 내수가 급격히 꺾이면서 저성장의 수렁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전격 탈퇴 등 초강경 보호무역주의, 미중 갈등에 따른 리스크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올해 2%대 초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희망적 시그널도 없지 않아 눈길을 끈다. 2015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한 수출이 지난해 말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실업률, 생활물가 상승으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를 수출이 어느 정도 벌충해 줄 경우 우리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다.

물론 기저효과 탓도 있고, 유가상승이 겹친 측면도 있지만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IMF기준)이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늘어난 3.4% 정도로 예측되고 있어 기대를 걸 만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뾰족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정치 불안에 더해 금리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소비심리가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폭염에 이어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덮치며 생활물가마저 폭등했다.

설 대목이 사라졌다는 말이 돌 정도로 유통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추운 1월을 보내고 있다.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0.8포인트 내려간 93.3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이었던 2009년 3월(75,0)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두 달 연속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날 한은이 내놓은 '2016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과 수출금액 모두 두 달 연속 동반상승했다.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는 145.72(2010=100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 상승했고, 수출금액지수도 8.1% 오른 122.68을 나타내며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그간 저유가 여파로 수출물량이 늘어도 금액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졌으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수출물량과 수출금액이 모두 상승세다.

특히 수입물량을 보면 일반기계와 정밀기기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추세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수입물량지수를 품목별로 보면 일반기계(14.0%), 정밀기기(8.1%), 전기 및 전자기기(15.5%) 등의 상승폭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기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상판 디스플레이랑 반도체 쪽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수출도 좋은 상황이어 선제적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체들이 향후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수치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세계교역 신장률이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 여건도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대비 2.1% 오른 102.02로 2009년(105.00)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76억1,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나 늘어났다. 이는 2011년 8월(25.5%)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별 증가율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조적 회복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출 회복세가 국제유가 등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 전년도 수출이 워낙 저조한 데 따른 기조효과 영향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올해 우리 수출환경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섣부른 기대감을 갖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 흐름도 우리 수출 여건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원화절상 압력이 강화되고, 이는 한국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폐기될 경우, 한국경제에 15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한미FTA 폐기 및 재협상,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의 조치가 예상되며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 및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나중혁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우선주의로 직접적으로는 대미 수출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간접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감소, 미중 무역관계 위축 등이 국내 수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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