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르는 IPO 시장..'1조원' 대어들 수두룩

입력 2017. 1. 24.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 = 설 연휴 재테크]

호텔롯데·넷마블 등 줄줄이 대기 중…저금리 속 틈새 투자 각광

[

(그래픽) 윤석표 팀장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공모주 투자는 저금리 시대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틈새 투자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수익률이 떨어지는 추세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연초부터 뜨겁다.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모주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틈새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부터 예상 공모금액 1조원이 넘는 ‘IPO 대어’들이 잇따라 증시 문을 두드릴 예정이어서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IPO 규모 최대 13조, 지난해 두 배 달해

지난해 전체 IPO 공모금액은 6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당시 삼성생명의 4조8900억원이 포함된 10조908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올해는 공모 규모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가 주간사를 대상으로 올해 IPO 수요를 조사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7조원의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지난해 상장을 미룬 호텔롯데가 공모를 다시 추진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공모 규모 1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4조~5조3000억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거래소는 올해 코스닥시장의 공모 규모가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예상 공모 규모만 최대 13조원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테슬라 요건’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 요건은 성장성 있는 기업이라면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미국 나스닥은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테슬라는 적자 상태에서도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간 적자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할 수 없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이 제도가 벤처기업들이 투자받은 자금을 소진한 뒤 사업화 직전 파산하는 일명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현상’을 부추기는 규제라고 지적해 왔다.

결국 금융 당국이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하면서 한국판 테슬라가 코스닥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상장 후 시가총액 500억원, 직전 연도 매출액 30억원, 직전 2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인 기업과 공모 후 주당순자산배율(PBR) 200% 이상인 기업은 이득이 나지 않아도 상장이 허용된다.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의 코스닥 진입 문턱이 낮아진 만큼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제도를 활용할 만한 유망한 창업 기업이 많지 않아 해당 제도가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시선도 상존한다.

◆남동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도 ‘관심’

시장이 커지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IPO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다. 우선 상반기에는 공모금액이 조 단위에 달하는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진) 롯데그룹은 지난해 무산됐던 호텔롯데 상장을 올해 재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규모로만 본다면 단연 호텔롯데가 으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비리 의혹으로 무산됐던 호텔롯데 상장을 올해 재추진한다. 호텔롯데의 예상 공모 규모는 5조원대, 시가총액은 13조원이다.

다만 상장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면세점 특혜 의혹을 받는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내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처럼 상장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가 올해 IPO 시장 규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넷마블게임즈 제공

호텔롯데의 IPO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곳은 모바일 게임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 넷마블게임즈다.

넷마블게임즈는 2015년 처음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리니지2 레볼루션’이 흥행에 성공해 2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이 확실시된다. 올해도 매출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호실적이 이어지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넷마블의 예상 공모 규모를 2조원대로 예상한다. 상장하면 시가총액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총만 놓고 볼 때 게임업계에서는 최대 규모이며 전체 시총 순위로는 30위권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유가증권시장 예비상장 심사를 통과한 넷마블은 6개월 이내인 올 상반기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에너지 공기업도 올해 상장 절차를 밟는다. 2010년 지역난방공사 IPO 이후 7년 만이다.

정부의 ‘공공 기관 기능 조정 방안’에 따라 2020년까지 총 8개 에너지 공기업이 상장할 예정인데, 그중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두 곳이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2015년 기준 남동발전의 순이익은 6000억원, 동서발전은 4500억원으로, 예상 공모 규모는 두 곳 모두 1조원대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1곳씩 상장하며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IPO 1조원 이상 대형 딜은 흔하지 않은 데다 ‘공기업 프리미엄’까지 붙어 벌써부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유통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은 공모액 1조원이 넘는 대어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암초를 만났다. 이랜드리테일 계열사 이랜드파크의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장을 계획했던 이랜드리테일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거래소는 당초 1월 25일까지 이랜드리테일 상장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상황에 따라 이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힌 상태다.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의 유통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목을 받는다. 셀트리온이 개발, 생산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전 세계에 독점 판매한다. 지난해 4분기 램시마의 미국 수출이 본격화됐는데 이 부분이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올해 코스닥시장 진입을 앞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공모금액(예상 8000억원)으로 코스닥 역대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코스닥시장 IPO 공모 기업은 1999년 아시아나항공(현재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으로 3750억원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닥 시총 순위 2~3위권에 들게 되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 시총 순위 1위는 셀트리온으로 12조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 아파트 브랜드 ‘칸타빌’로 잘 알려진 중견 건설사 대원 역시 코스닥 상장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업 가치’ 냉철하게 판단해야

공모주 투자를 원하면 해당 기업의 청약 일정을 확인한 뒤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 등에서 진행하면 된다. 이때 전체 청약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내며 경쟁률이 높아 청약에 실패하면 낸 금액은 돌려받는다.

청약 일정을 확인해야 하고 상장을 주관하는 중권사의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서 공모주 투자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투자 대상으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상장이 무조건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신규 상장 기업의 공모가격 대비 평균 주가수익률(당해 연말 기준)은 한 자릿수로 추락한 상태다.

2014년 39.4%를 기록해 고점을 찍은 후 계속 낮아져 지난해 말엔 4.8%에 그쳤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모에 참여했지만 이득을 보는 투자자들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된 원인은 예비 상장 기업들이 공모가 밴드를 지나치게 높게 잡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4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공모가 밴드를 낮춰 잡아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2015년부터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공모가 밴드를 평균적으로 크게 높였다”며 “그러다 보니 공모가에 투자했을 때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공모 시장이 무조건 수익을 안겨주는 시장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며 “투자에서 기업 가치와 공모 가격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비 상장 기업들의 모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장한 두산밥캣이 대표적 사례다. 두산밥캣 상장으로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난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고 시장이 평가를 내렸고 두산인프라코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다.

두산밥캣 상장 당시 8000원 초반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현재 10% 가까이 올랐다.

enyou@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