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보, "정말 싫다"던 샤크라 시절 매니저와 손잡은 이유

2017. 1. 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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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투라지''딴따라' 속 매니저는 호감이다. 연예인이 '드림잡'으로 떠오르고, 연예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연예인을 제작하는 매니저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된 이유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매니저는 항상 '악인'으로 다뤄졌다. 연습생에게 사기나 치고, 연예인을 상품처럼 취급하며, 배신과 모략에 능한자로 표현되기 일쑤였다.

사실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계약기간을 7년으로 보장한 것도 불과 몇년전 얘기다. '노예계약'으로 묶여있다, 상품가치가 떨어질때까지 활용되고 주머니는 텅텅 빈채로 버려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90년대를 풍미한 가수가, 2000년대에 다시 과거의 매니저와 손을 잡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좋은 기억을 공유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원조 요정 S.E.S는 최근 재결합하며 데뷔를 함께한 SM과 이수만 회장을 다시 찾았다.

최근 5년여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한 황보 역시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샤크라 시절 군기반장으로 통했던 매니저 오빠와 다시 손을 잡았다. 황보는 왜 가장 어려웠던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 매니저와 재회했을까. 그 시절 차장에서 지금은 대표가 된 곤엔터테인먼트 채영곤 대표는 왜 다시 황보를 받아들였을까. 이들이 다시 만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두 분의 시작은 언제였나요.

(황보 이하 '황') "제가 브로스로 활동할때 오빠는 디바 매니져였어요. 전 뭐 일반인이었죠. 정말 도그 일반인이요. 19살이었던거 같은데, 연습생을 하고 있다가 상민 오빠가 브로스 활동을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땐 정말 신기했어요. 룰라를 너무 좋아해서 같이 하고 매일 본다는게 신기했고, 만날 출근해서 메이크업을 같이 받았고요. 근데 큰 느낌은 없었어요. 연예인은 됐지만 아르바이트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 느낌이었죠. 

(채영곤 대표 이하 '채') "첫 눈에 색깔이 달랐어요. 연습생급도 안되는 고3 일반인이었는데, 눈에 띄었어요. 이미지가 달랐죠. 당시 연습을 하다 브로스 멤버로 들어갔을 정도였으니까요. 브로스는 가수만 14명이었어요. 룰라에 디바, 바비킴, 엑스라지, 한에스더에 이제 데뷔하게될 샤크라가 합류하게 된거죠. 아티스트를 태운 차량만 5대가 움직일 정도로 대규모였고 매니저들은 음료수 사 나르고 밥 사 나르느라 전쟁이었죠. 그 중에서도 황보는 눈에 띄었어요. 이국적이었죠. '한국 아이 맞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샤크라의 이미지로 모아진거 같아요. 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자신감에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모아서 앨범을 제작했죠. 프로듀서는 이상민, 뮤직비디오는 홍종호, 메이크업은 이경민, 스타일은 이혜영, 춤은 채리나가 담당했을 정도였어요."

-그 당시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황)"브로스로 활동하고 샤크라로 데뷔를 할때 오빠는 차장 타이틀을 달고 있었는데, 저와는 앙숙이었어요. 솔직히 정말 싫어했고 무서웠어요. 타이르면 될 일도 엄하게 대하니까 더 비뚤어져만 갔죠. 지금도 사실은 용서는 안해요. 하하. 그런 분과 다시 일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죠. 그땐 시키면 해야되는 시대였어요. 오늘은 또 어떤 트집을 잡을까 무서웠고. 스케줄도 너무 많았어요.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요. 한 번은 김밥이 너무 지겨워서 용기를 내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왠일로 여의도 피자집에 데려가는거예요. 근데 좋게 사주면 될걸 말을 '남기면 죽는다'는 식인거죠. 다시는 안사줄것처럼요. 언니뻘이라 애들이 말썽 피우면 제가 혼나는 것도 힘들었고요."
(채)"그때는 저도 어렸고 애들도 어렸죠. 회사엔 매니저도 별로 없었고, 일도 정말 많이 했고요. 그러면서 제고 통제 할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게 된거였어요. 이해를 시키고 설명을 시키는 시간이 없었어요. 책에서 봤는데 살과 피부가 부딪혀 전달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맞아요. 눈을 뜨면 움직였고, 밥 먹을 시간도 김밥이나 가능했고요. 그렇게 스케줄을 다니는데, 차에서 자면 얼굴이 붇는 것도 있지만 차를 타다 사고나면 더 크게 다칠수도 있고요. 주어진 3분 동안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항상 긴장할 필요도 있었고요. 엄하게 대하는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거 같아요."

-샤크라가 잘 풀리고 나서는 상황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요.
(황) "싫어만 하다가 살생부에 이름까지 적게 됐죠. 하하하. 샤크라는 처음부터 일이 잘 풀렸어요. 근데 그게 싫은거예요. 차라리 안되기를 바랐을 정도였어요. 남들이 들으면 배부르다 하겠죠. 실제로 다른 애들은 부러워했어요. 근데 우리는 잘되면 평생 여기에서 이렇게 있어야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1위를 했을때도 사실 많이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제는 돌아가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차라리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1위 트로피를 받고는 막내 은이랑 같이 울었어요. 그리고는 대표님한테 전화했다. '사장님 저희 계약 풀어주세요'라고요. 이제 데뷔한지 15년 됐는데 연예인은 저와 맞다고 생각해요. 근데 연예계가 잘 맞지 않아요. 솔직히 이바닥은 샤바샤바가 필요한데 그게 많이 힘들어요. 방송은 맞는데, 거기까지의 과정이 맞지 않아요. 이젠 어쩔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이젠 늦었다고도 생각해요."
(채)"회사 상황도 있었던거 같아요.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치면서 샤크라가 성공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만큼 두자도 많이 했고요. 의상비만 옷 한벌에 수천만원을 썼으니까요. 그래서 방송 일주일 하고 1위를 하는 상황도 가능했다고 봐요. 근데 아이들에게 무리가 온거죠." 

-황보씨는 일반인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봤나요.
(황) "그랬죠. '우결'을 찍기 전에도 연예인을 그만하려고 트럭 떡볶이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일반인 될수 있었는데 앤디가 '우결' 팀에 저를 추천한거예요. 파일럿 때는 못하겠다 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승낙을 했죠. '이것만 찍고 떡볶이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이 대박이 난거예요. 너무 바빠져서 이후에는 '무한걸스'를 찍게되고 그렇게 연예인 2막이 펼쳐진거죠. 그리고 다시 기회가 온건 한참 뒤였어요. 그리고 3년간 방송은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3년간 홍콩에서 살면서 느낀점이 있어요. 방송에서 사라지면 황보가 잊혀질줄 알았는데 인기는 떨어져도 인지도는 그대로더라고요. 세상과 등질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빠한테도 고마운건 다시 일하자고 제안해준 거였어요. '너 하던대로 살고 일만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게 인연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빠가 저한테 큰 실수를 한건 아니니까요. 똑같이 괴롭힌 사람도 나쁜 사람은 만나지 않았어요. 오빠는 그냥 무서운 사람이었죠. 지금은 편해요. 예전 기억은 사실 잊었고요. 이제 크고 보니까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더라고요. 하하."

-왜 홍콩까지 가게 됐나요.
(황)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전지현씨 정도라도 되면 은퇴선언이라도 하겠는데 탑도 아니었고요. 조용히 가고 싶었어요. 티안나게 천천히 사라지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일반인으로 돌아갈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홍콩에서도 어설프게 절 알아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엑스맨'이랑 '우결' 때문에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게 된거죠. 정말 동방신기급 되면 평생 일반인 되기는 힘들거예요.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르바이트는 못하고 그래서 할수 있는게 모델 알바밖에는 없었어요. 월세는 벌어야 했으니까요. 아는 동생 남편 회사가 에이젼시를 하길래 도움을 받아 캐스팅을 다녔어요. 신인때처럼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캐스팅이 되면 광고 찍고 포스터 찍으면서 돈을 벌었어요. 다른 시간에는 영어 학원을 다녔고요. 2~3개월 살 생각으로 나갔는데 계속 연장하다보니 1년 반까지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방에서 쥐가 나와서 도망도 가고 외롭기도 했지만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서 버텼죠. 나중에는 친구가 생기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정도로 좋아졌어요."

-두 분은 어떻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황) "한국에 돌아와서 제 사업을 시작했어요. 제 사무실을 갖는게 위시 리스트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카페 겸 사무실을 차렸어요. 오빠는 가끔 문자는 주셨고, 오래 전에도 한 번 같이 일하자는 얘기는 하셨었어요. 그때는 거절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동급 사회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빠가 교회를 다니더라고요. 사람이 좀 변했나 생각했죠. 저도 좀 어릴때보다는 마음이 넓어졌고요. 이쪽 세계에 좀 더 가까워진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생각들을 하는 타이밍에 이사를 갔는데 오빠가 제 옆동네에 사는거예요."
(채) "홍콩을 다녀와서 많이 변했더군요. 영어도 잘 배워왔고, 열심히 자기만의 숙제를 충실히 한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황보 씨의 향후 활동은 어떻게 될까요.
(채) "MC를 하면 좋을거 같다고 생각해요. 전 아직 가수 활동 생각은 안해봤는데, 본인은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거 같고요. 성격이 굉장히 솔직하다보니 요즘 방송 트렌드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요. 과소비를 안하니 생계 문제는 없고 물론 마이너스가 나면 안돼겠지만 연예인이 하기 싫다는건 안시킬 생각입니다. 그래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더 큰 미래를 생각하면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요."
(황) "언제부터 걸크러쉬가 유행한지는 모르겠지만 원조 걸크러쉬라고 얘기들을 많이 해주시네요. 부담스럽지만 크게 돈벌 생각을 하는건 아니니 부담이 되진 않고요. 전 사무실에서 나온 이유는 스케줄 소화를 못해줘서예요. 그러니까 미안해서 나오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제 의지대로 살아야하고, 의지대로 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맞다고 생각해요. 라디오 DJ에는 관심이 많아요. DJ는 20대에 하면 30대에 못할까봐 아껴뒀거든요. 기회가 되면 좋을거 같아요. 연기에도 관심이 있어요. 전 정말 편의점 여자 직원 역도 상관없거든요. 근데 감독님들은 '황보가 그런거 하겠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 나름 연예인되기 전에 연극영화과에 갔거든됴. 제 힘으로요."

 

-입장을 바꿔서 지금의 제작자, 지금의 아이돌에게 한 마디씩 한다면요.
(황) "아직도 아이돌 제작을 밥벌이로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마인드라면 망할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물론 비즈니스지만 아이들이 데뷔하고 행사만 돈다거나 하는건 문제가 있어요. 앞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할수 있게 해야된다고봐요. 잘못하면 혼나고 잘하면 칭찬하고 그 뻔한게 어렵더라고요. 요즘 아이돌 마인드는 모르겠지만 사무실에 대한 불만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더군요. 하고 싶은걸 못하게 하고 사전에 얘기도 없이 캔슬하는 부분이요.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한거 같아요. 톱 가수 대우를 해달라는게 아니라 리스펙트를 해줘야지,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어긋나는거 같아요."
(채) "계약을 했으면 회사에 신뢰를 갖고 적극적으로 따라가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 와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대화를 좀 많이 하고요. 강압적인부분, 잘 모르니까 따라와라는 식은 우리 산업만의 문제는 아닐꺼예요.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인데, 많이 바뀌고 있다고 믿고 있고요. 실제로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거예요.
(황) "욕심부리지 맙시다. 일반인으로 살려던 절 끝까지 손잡아 주신점 감사드려요. 10년 이상 연락 끊지 않고 꾸준히 연락해준 점도 고맙고요. 계약하자고 했을때 '후회하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지금 열심히 하는거 보면 미안하기도 해요. 열심히 하는게 보이는데 또 제가 쉬엄쉬엄하자고 하니 미안하지만,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잘 알고 계실거라고 믿어요."
(채) "같이 일해서 좋아요. 황보 입장에서 제작진과 애기를 하다보니 좋더라고요. 일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끼는게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아침에 나올때도 '우리 황보 잘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나와요. 나이 차이가 5살이 나다보니 친구처럼 관계가 되는것도 좋고요. 요즘엔 일하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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