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박근혜 누드화' 풍자인가, 인격 살인인가

국기연 입력 2017. 1. 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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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 ‘곧,바이(Buy)전’에 출품된 박근혜 대통령 누드화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박 대통령으로 보이는 나체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옆에는 최순실씨가 침몰하는 세월호 벽화를 배경으로 주사기 다발을 든 채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그림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세월호 7시간을 주제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김정재 원내 대변인은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 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 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누드 상이 전시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8월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주요 도시의 길거리에 트럼프 나체상이 전시됐다. 무정부주의를 내세운 ‘인디클라인’(INDECLINE) 이름의 단체가 ‘진저’라는 이름의 예술가를 고용해 흉측한 배불뚝이 모습의 트럼프 나체상을 제작해 주요 도시에서 길거리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주최 측은 명품 양복과 긴 넥타이 속에 감춰진 트럼프의 일그러진 욕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실물 크기의 트럼프 나체상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입은 툭 튀어나왔으며 피부는 파충류를 닮았다. 특히 그의 생식기를 기형적으로 작게 만들어 그를 조롱했다. 트럼프 나체상이 거리에 등장하자 시민들이 몰려들어 기념 촬영을 했고, 일부 시민들은 이 나체상을 만지며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기도 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진영이 반격에 나섰다. 그 해 10월에 뉴욕의 보울링 그린 지하철 역 앞에 힐러리 클린턴의 ‘세미’ 누드 상이 등장했다. 힐러리가 셔츠를 걸쳤지만 그 아래로 맨몸이 드러나 있다. 힐러리는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으며 뉴욕 월스트리트의 은행가가 힐러리의 배를 손으로 감싼 채 그녀의 젖을 먹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임에도 탐욕스런 금융가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힐러리 누드 상은 지난해 10월 19일 오전 6시쯤에 설치됐고, 이 누드 상이 모습을 나타내자 여성 시민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한 여성은 즉각 이 누드 상을 깨 부스려고 달려들었고, 경찰이 2시 30분 만에 서둘러 이 누드 상을 철거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 누드 상 설치 문제로 그 누구도 기소하지 않았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나체상 뿐 아니라 두 사람을 외설적으로 그린 벽화도 선거 기간 중에 등장했다.

트럼프와 힐러리 나체상 등장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성차별 논쟁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나체상은 풍자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힐러리의 나체상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린 쿠오니 뉴스쿨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남성의 나체보다는 여성의 나체가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나체를 구분하는 것은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트럼프의 나체를 보면서 웃던 여성이 힐러리의 나체를 보면서 화를 내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WP가 전했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아무리 혈투가 전개된다 해도 풍자를 풍자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일부 예술가들이 주장했다.

미국의 지난 대선 기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젊은 시절에 촬영한 누드 사진이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포스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모델 출신의 멜라니아가 가슴을 드러낸 채 찍은 사진과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성과 포옹하고 있는 사진 등이 공개됐다. 뉴욕포스트는 이 사진이 보도된 뒤에 트럼프가 전혀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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