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75% "한겨울 야외서 난로없이 물품분류 작업"

고준혁 입력 2017. 1.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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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4명 중 3명은 혹한이나 혹서기 때 야외에서 난로나 선풍기 없이 물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본인 잘못이 없는데도 고객들로부터 욕설을 들은 경험이 이었다.

외부에서 물품 분류작업을 할 때 응답자의 75.5%가 혹한·혹서기 때 난로나 선풍기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택배발송자 실수 등으로 애초 배송지가 잘못 적혀 있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물품을 받지 못한 책임도 기사들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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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명 대상 설문조사..50% "고객에게 욕설 들어"
"산업은 성장해도 근무환경은 계속 악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참여연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개최한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택배기사 4명 중 3명은 혹한이나 혹서기 때 야외에서 난로나 선풍기 없이 물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본인 잘못이 없는데도 고객들로부터 욕설을 들은 경험이 이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참여연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시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택배노조가 지난 18~23일 실시한 ‘택배 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조사’ 내용을 골자로 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총 376명으로 △CJ대한통운 274명 △로젠 74명 △한진 11명 등으로 구성됐다.

택배기사들은 물품을 차량에 싣기 전부터 여러 고충을 겪고 있었다.

외부에서 물품 분류작업을 할 때 응답자의 75.5%가 혹한·혹서기 때 난로나 선풍기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는 지붕이 없어 비나 눈을 맞으며 외부 분류작업을 한다.

32.2%는 ‘업무 휴게실이 없다’고 했고 26.6%는 ‘레일 등 시설이 낡아 작업이 힘들다’고 했다. 심지어 21.5%는 ‘화장실에 휴지를 가져다 놓았으면 한다’고 요구할 정도였다. 기사들은 보통 택배차량의 회사 로고 도색과 유니폼 구입을 자비로 하고 있다.

본인 잘못과 무관하게 고객에게 욕설을 듣는 등 ‘감정노동’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58%가 욕설을 들었다.

택배발송자 실수 등으로 애초 배송지가 잘못 적혀 있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물품을 받지 못한 책임도 기사들이 지고 있었다. 응답자의 80.3%는 적힌 주소로 물품배송을 하자 고객에게 “원래 내가 의도한 곳으로 다시 배송해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 22%는 택배물건을 전달하고서 고객에게 컴퓨터나 세탁기 선풍기 등의 설치요구도 받았다고 했다.

택배기사는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경조사로 인한 휴무나 휴가 혜택도 잘 받지 못했다. 응답자의 35%는 경조사나 병가,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30%는 회사가 아닌 주변 동료와 상의해 병가를 처리하고 있었다. 기사가 자신의 할당량을 동료에게 맡기지 못하면 병가를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은 “택배회사들은 물품파손과 분실에 대해 기사에게 변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비용과 책임을 ‘을’에 전가시키면서 이윤만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근대적 근무환경을 당장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10년간 택배산업의 평균 성장률은 13.2%에 달하지만 택배단가가 떨어진 탓에 기사보수는 산업의 성장률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택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3%(2000억원) 늘어난 2조 2577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택배 평균단가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 지난해엔 2392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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