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춘, 친정부 단체 재정 지원도 지시"

유희곤·박광연·김경학 기자 입력 2017. 1. 24. 06:00 수정 2017. 1. 24. 09: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청 정무수석실 전 직원 “전경련에 5곳 지원 요구 3곳 합의” 진술
ㆍ“2013년 말~2014년 초 박준우 수석 통해 지침…조윤선에도 보고”
ㆍ특검, 박 대통령 개입 수사…유진룡 “블랙리스트, 김기춘이 주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사진)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사이 보수우파 시민단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 작성·실행뿐 아니라 친정부 성향의 외곽단체를 적극 양성하려 한 정황도 포착된 것이다. 이 과정에는 박준우(64)·조윤선(51·구속)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던 ㄱ씨는 특검 조사에서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김 전 실장이 내린 ‘우파 시민단체 5곳에 대한 지원 지침’을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ㄱ씨는 “지시를 받은 후 우파 단체들을 지원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부탁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은 지난 14일 박 전 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같은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이 본격화될 즈음인 2014년 6월 초 조 전 수석으로 교체됐다.

ㄱ씨는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58)을 만났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지원 요청을 받은 단체 5곳 중 이미 정부 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2곳에 대한 지원은 난색을 표하고 나머지 3곳에 대해서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후 청와대와 이 부회장은 줄다리기 끝에 이들 단체가 요구하는 예산의 35~40%를 전경련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ㄱ씨는 “박 전 수석 후임으로 온 조 전 수석에게도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허태열씨(72)에 이어 2013년 8월5일부터 2015년 2월23일까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그가 임명됐을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반민주·공안탄압·공작정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 확인된 셈이다.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했던 김 전 실장이 관제데모(우파 단체 지원)와 사상검증(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무기로 1970년대식 ‘올드라이트’의 부활을 꿈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은 이날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정권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과 우파 시민단체 지원 방침을 내리는 데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을 24일 다시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박광연·김경학 기자 hul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