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로 번진 中한한령 "한중합작 방향 튼다"

김미경 입력 2017. 1. 24. 05:58 수정 2017. 1. 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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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발급 거부"
백건우·조수미 클래식계도 中공연 급제동
뮤지컬 '리틀잭' 지난해 쇼케이스 취소 뒤
중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전면수정
중국배우 선회로 한한령 '틈새' 공략
예경 'K뮤지컬쇼'·문체부 '대책반' 맞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중국 구이양심포니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출연한다는 인쇄물까지 준비했다더라.” 오는 3월 18일 구이양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중국행 비자가 최근 거부됐다. 백건우 측은 “보통 비자를 신청하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발급이 거부된 적은 없었다”며 의아해했다. 사정은 소프라노 조수미도 마찬가지. 조수미의 소속사 SMI엔터테인먼트는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다음 달 중국 순회공연이 취소될 처지”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께 뮤지컬계에 나타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순수예술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국의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연주자인 백건우의 공연이 취소된 것은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번 공연 무산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봤다.

공연계의 중국 진출은 초기 단계라 연예산업과 비교할 때 당장의 손실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포화한 국내시장 돌파구로 해외진출을 모색했던 일부 공연제작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중국어 라이선스나 한중합작으로 한한령 틈새를 공략중이다.

백건우(사진=빈체로).
△中 비자발급 거부 잇달아…“당분간 현지공연 힘들 듯”

클래식음악계는 국내 대표 음악가의 중국 공연이 취소 또는 어려움을 겪자 “한한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클래식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례가 많지 않지만 중국에서 한국 여권을 가진 연주자에게 무조건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공연을 허가한 바 없다. 평소 중국 클래식계와 교류가 빈번한 해외기획자 A씨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지난 12월로 중국투어가 끝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거의 마지막으로 공연허가를 받은 아티스트라고 들었다. 정경화는 운이 좋았다”며 “중국 국가대극원에서는 초청한 한국 아티스트의 비자를 중국 당국이 허가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클래식계 일각에선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나친 해석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백건우나 조수미 등 거장의 비자문제도 걸릴 만큼 중국공연은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의 성숙한 대응을 기다리는 게 맞다”고 전했다.

△위험 부담 낮추고 ‘한중합작·라이선스’로 공략

클래식계보다 먼저 사드 역풍을 맞은 뮤지컬계는 한중합작이나 라이선스로 선회해 중국시장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한국 대표 창작뮤지컬 ‘빨래’가 중국투어 중 하차하는 등 소문으로만 떠돌던 한한령이 사실로 굳어지면서다. 중국 측 제작사는 “당분간 한국과의 이벤트는 전면 금지란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뮤지컬 ‘리틀잭’의 한 장면(사진=HJ컬쳐).
지난해 10월 상하이 쇼케이스를 취소했던 뮤지컬 ‘리틀잭’은 중국어 라이선스로 방향을 선회해 올 상반기에 중국서 공연을 올린다. 제작사인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파트너사인 상하이뮤시문화전파유한회사로부터 한국공연의 홍보·마케팅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쇼케이스 무산 뒤 중국배우들이 공연하는 라이선스 버전으로 방향을 틀어 바로 준비했다”며 “다만 장면 수정을 요구하나 고수하자는 데서 오는 실랑이는 있었다”고 말했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최근 가진 한 뮤지컬 컨퍼런스에서 “사드문제가 터지면서 뮤지컬 ‘투란도트’의 중국 진출이 무산됐다”며 “최근 5년여간 중국시장과 가까워졌는데 계획했던 상하이공연도 취소하게 됐다. 한동안 한중합작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예술경영센터는 지난해 10월 한국뮤지컬의 중국 진출을 위해 기획했던 쇼케이스 형식의 ‘K-뮤지컬 로드쇼’를 올해도 추진할 방침이다. 예술경영센터는 “지난해 중국 현지 반응이 좋아 올 10월에 다시 열 예정이다. 아직은 주요 파트너사와 만나 준비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전·현직 장관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상업무 대책반’을 꾸려 중국 한한령 등의 현안을 일일단위로 살필 예정이다. 하지만 공연계가 현장서 직접 느끼는 한한령 압박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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