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희생양 멕시코로 끝날까

입력 2017. 1. 24. 03:14 수정 2017. 1. 24. 09: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인 22일 멕시코 및 캐나다와 조만간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선거 공약대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도 "미국산(産)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했다. 세계를 향한 압박이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한 6대 국정 기조에서도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미국 제품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후보 때보다 발언 강도는 더 세졌다. 취임사에서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느라 우리의 공장은 문을 닫고 노동자는 버려졌다"고 했다. "보호주의가 우리를 강하게 하고 번영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事實)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은 피해자가 아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가 아직도 만성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 통화인 달러를 찍어내 금융 위기에서 벗어났고, 제일 먼저 회복세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대다. 일자리 잃은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라 다른 세계인들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상식 밖 얘기들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트럼프노믹스는 출발했다. 국제 경제의 흐름도 자유무역 질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중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해왔다. 대미(對美) 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내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산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제품 가격이 올라가 특히 미국 저소득층이 타격을 입는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나 세계 3위 일본에서 미국산 제품을 팔아야 하는 미국 기업들 입장을 생각한다면 트럼프가 말처럼 중·일과 통상 전면전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중견 국가들이 만만한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NAFTA 등 실패한 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며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불공정 무역을 종식하겠다"고 발언하자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주가도 급락했다. 실제 압박이 시작되면 멕시코가 받는 충격은 본격화될 것이다. 문제는 멕시코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있다.

취임 초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무역 구조를 바꾸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강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다 자동차, 철강 같은 미국 제조업 낙후 지역(러스트 벨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분야에서 선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혀갈 공산이 크다. 한국이 가장 피해가 클 나라 중 하나로 꼽힐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는 거함이 방향을 틀고 있다. 나란히 항해하던 중규모 배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는 거함과 충돌한다. 거함이 방향을 바꾸면 필연적으로 파도가 인다. 파도를 이길 수 없으면 타고 넘어야 한다. 지혜로운 전략을 세우고 냉정하게 인내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