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쪼개기, 문체부 축소, 해수부 폐지說.. 공무원들 뒤숭숭

안준용 기자 2017. 1.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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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대선 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론 불거지자.. 벌써부터 술렁이는 官街]
- 첫 타깃은 경제 부처
野 "기재부를 재정부·금융부나 예산처·금융부로 분리하자"
공무원들 "부서 붙였다 뗐다.. 효율성은커녕 이질감만 커져"
- 보여주기式 조직 개편 멈춰야
전문가 "정권 초기 통과의례 돼.. 철학없이 하면 정책 일관성 해쳐"

최근 거론되는 정부 조직 개편설 중에도 가장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경제부처 개편'이다. 대개 경제부처는 국방부·외교부 등과 달리 나라마다 그 형태와 명칭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권의 국정 운영 철학을 담는 경제 컨트롤타워가 간판을 바꿔달곤 했다.

분위기 가라앉은 문체부 - 야당과 일부 대선 주자들이 정부 조직 개편론을 들고나오자, 공직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블랙리스트’총괄 의혹을 받고 있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겸 장관 직무대행과의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제1당인 민주당의 싱크탱크가 일찌감치 경제부처 개편안을 발표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새 정부에선 경제부처 진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부처가 1차 타깃

현재 경제부처의 중심인 기획재정부의 뿌리는 1948년 출범한 재무부와 기획처다. 1961년 재무부·경제기획원으로 개편됐다가 1994년 합쳐지면서 재정경제원이라는 공룡 부처가 탄생했다. 재정경제원이 너무 커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자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쪼개졌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설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제안한 개편안은 기재부를 국가재정부(예산·조세·국고)와 금융부로 나누거나 기획예산처(예산·경제기획)와 재정금융부(세제·금융)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경제개발 시대 재무부·경제기획원 체제가 부활하는 격이다.

이런 방안에 대해 기재부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별도로 독립하면 더욱 힘이 실릴 예산실 직원들은 내심 반기고 있다. 반면 경제정책국 등 정책 라인은 "현 체제가 충분히 합리적이며, 2안처럼 세제·예산 기능이 분리되면 정부의 수입·지출을 서로 다른 부처에서 맡게 되는 비효율도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기재부의 국제 금융과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이 합쳐진 형태인 금융부 탄생 여부도 관심사다. 지금은 서울에서 일하는 금융위 직원들이 세종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기재부 내 이질감이 커지고 정책 효율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기재부 간부들조차 "지금껏 여러 번 조직 개편을 해서 과연 더 효율적이었는지 돌아보면 대답은 물음표(?)"라고 말한다.

교육·복지 등 사회부처도 개편될 듯

경제 부처뿐 아니라 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사회 부처까지 조직 개편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교육부 폐지'를 주장한다. 대안으로 박 시장은 분권·자치 중심 '교육협치부', 안 전 대표는 중장기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내걸었다.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현 교육체제를 교육부 해체를 통해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도 정부 조직 개편설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용과 복지를 제대로 연계해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보건복지부의 복지 부문과 고용노동부를 합쳐 '고용복지부' 또는 '복지노동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전·현직 장·차관들이 줄줄이 구속된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생긴 미래창조과학부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없어졌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설치된 해양수산부 해체론이 나오자 해양수산업계는 물론 해운·조선·수산업 중심 도시인 부산 지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학 없는 정부 개편, 정책 일관성만 해친다"

정부 조직 개편은 정권 초기의 통과 의례처럼 됐고, 대통령 인수위는 사실상 '정부 조직 재편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별화된 국정 운영 철학도 없이 예전 제도를 뒤집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단행하는 조직 개편은 큰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정책 일관성을 저해하고, 공무원들의 소속감과 조직 충성도를 떨어트려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직 개편엔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두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계속 생기기 때문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하는 건데, 개편 자체가 마치 '혁신의 상징'인 것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 부처들은 조정하되 공무원들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해야 하고, 공무원들은 이에 휩쓸리지 말고 안정감 있게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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