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에.. 철강업계 초긴장
美, 中제품에 전방위 제재할 듯
中이 동남아로 수출 물량 돌리면 한국 제품에 불똥 튈 가능성
직접 제재 가능성도 커져
-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美, 인프라 재건에 1조달러 투자.. 현지화에 성공하면 호재될 수도
한국, 공적개발원조도 활용할만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포스코 미국 법인' 직원들은 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분석하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 자동차 강판으로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을 연 90만t 생산하는 포스코 멕시코 법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회사로 판매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産) 자동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 등을 검토하고 있어 포스코 멕시코 공장도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국내 철강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동차 산업을 가장 먼저 압박하고 있지만 조만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미국 철강업계 살리기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점점 거세지는 철강 보호무역주의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돼 수출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철강 제품 수출량을 살펴보면 미국 시장은 중국에 이어 둘째로 큰 단일 수출 시장이다. 그동안 미국은 열연강판, 냉연, 도금강판 등 거의 모든 한국 주요 철강 수출 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하는 등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의 철강 공세는 예고편에 불과하고, 지금부터가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진두지휘할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US스틸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미국 철강업계의 대중국 강경파 베테랑으로 꼽히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중국 제품에 대해 반덤핑, 반보조금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중 간의 철강 패권 다툼에 한국산 철강 제품이 또 다른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중국이 동남아로 수출 물량을 돌릴 수 있다"며 "우리의 또 다른 주요 수출시장인 동남아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일한 돌파구는… 미국으로 가든지, 미국 기업과 손잡든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인프라 재건에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은 우리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교량 건설, 공항 터미널 확장, 건축 등에서 폭넓은 수요가 있는 강관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프라 사업에 미국 기업의 참여를 우선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이 강화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미국 기업과 손을 잡는 현지화 노력이 요구된다"며 "현지 기업과의 M&A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각국의 수입 규제 강화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철강업계는 높아지는 무역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일본 철강업계의 공적개발원조(ODA) 활용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신일철주금은 정부 ODA를 활용해 최근 10년 동안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칸, 파키스탄 등에서 30여개 교량·항만·고속도로 사업에 참여했다. 일본 JFE스틸은 인도 델리-뭄바이 화물철도 교량 건설에 참여해 내년 완공 예정이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한국 철강업체도 날로 높아지는 글로벌 무역 장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ODA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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