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코디 최 유럽순회전 車 라인 입김?.. "5년 전 기획"

손영옥 선임기자 입력 2017. 1. 24. 00:06 수정 2017. 1.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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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최 사태' 관련 세계적 비평가 웰치만 교수 인터뷰
코디 최 작가의 유럽 순회전을 총괄 기획한 존 C. 웰치만 교수. 오른쪽 사진은 2015년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코디 최 회고전 전시 전경. 미국인의 분홍색 위장약 펩토 비스몰 수 만 통을 적신 화장지를 뭉쳐 로댕의 조각을 패러디한 설치작품 ‘생각하는 사람’ 주위에서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 제공

Q :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술계 올림픽’ 2017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 ‘최순실 유령’이 떠돈다. 코디 최(56)가 한국관 참여 작가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CF감독 차은택 라인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보도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코디 최의 유럽 순회전 일부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의혹을 샀다. 국정 농단의 마수는 유럽에도 뻗쳤을까.

A : 국민일보는 존 C. 웰치만(John C. Welchman·59)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 미술사 교수를 지난 18일 이메일 인터뷰 했다. 웰치만은 코디 최 작가의 유럽 순회전 총괄기획자다. 인터뷰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유럽 순회전에 한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한국 무대에서 활동이 뜸했다는 게 베니스비엔날레 대표선수가 되는데 치명적 결함이 되는지를 세계적 미술 비평가인 그의 입을 빌어 듣고 싶어서였다.

웰치만 교수는 “코디 최 유럽 순회전 관련해 작가와 전속 갤러리, 베니스비엔날레 이대형 한국관 예술감독 외는 다른 어느 누구와도 접촉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회고전은 수년간 논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출발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2∼2013년 동시대 아시아 작가들의 전시 기획에 독보적인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 미술관장 그레고르 잰슨의 주도로 시작됐다”며 “잰슨이 코디 최 회고전을 기획하면서 순회 전시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줄 것을 내게 의뢰해 흔쾌히 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은 뒤셀도르프 전시를 이을 다른 개최 장소를 물색했고, 프랑스 마르세이유 현대미술관 티에리 올라트 관장 등의 지지를 받아 그곳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전시는 2016년 12월 스페인 말라가에 이어 올해 연말에는 독일 켐니츠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코디를 흔드는 논란은 그가 최근 5년간 국내 활동이 뜸했다가 2015년부터 갑자기 국내외 활동이 늘었고, 갑작스런 행보의 이면에 차은택의 ‘광고계 대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대학 은사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의 친분이 작동했을 거라는 추측에 근거한다. 특히 지난해 프랑스 마르세이유 현대미술관의 코디 최 회고전이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사업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금 5000만원을 받은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런 국내 루머에 대해 웰치만 교수는 “유럽순회전은 모두 각 미술관의 자체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지금까지 열린 뒤셀도르프와 마르세이유 전시는 현지 언론이 프리뷰와 리뷰, 인터뷰 등으로 비중있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의 잰슨 관장은 왜 웰치만에게 총괄 기획을 부탁했을까. 코디 최와 그의 20년 인연이 작용했다. 1996년 제프 쿤스 등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의 ‘다이치 프로젝트’(갤러리) 전시에 당시 30대 동양인인 코디 최의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이 나왔는데 이를 눈여겨본 웰치만이 이 작품에 대한 비평을 썼던 것이다. 마르세이유 전시 제목 ‘컬처 컷(Culture Cuts)’도 자신의 평론에서 딴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코디 최의 활동이 한동안 부진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중요작가로 조명 받지 못한 인물이 한국 예술의 얼굴로 소개된다”며 개탄했다. 웰치만의 평가는 달랐다. 그는 코디 최가 대학 때 미국 이민을 가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90년대는 뉴욕을 기반으로, 이후 수십 년 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을 한 이력을 언급하며 “개인·사회적 정체성 문제, 신자유주의 경제가 낳은 ‘해체’ 문제를 심오하게 탐색해왔다. 동년배 작가 중에서는 서구와 아시아의 역사와 철학을 주제로 작업해온 가장 다재다능하면서도 생각이 깊은 작가”라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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