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동의 내 인생의 책] ② 카네기 연설법 | 데일 카네기
[경향신문] ㆍ조리있게 말하는 기술
미국 사람들에게 무엇이 두려운지 열거해 보라고 하면, 죽음보다 두렵다고 하는 게 있다고 한다. 뱀이나 전갈이 아니라 놀랍게도 ‘남들 앞에서 말하기’라고 한다. 유명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례식에 참석해 조사를 하느니, 관에 들어가 있는 게 낫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긴 하지만 대중연설에 대한 공포심을 잘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직장생활에서 발표를 조리있게 잘한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다. 필자도 연단에 섰을 때 당황한 나머지 버벅대거나 실수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무자 시절에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직위가 올라가고 남들 앞에 설 기회가 늘어나면서 반드시 고쳐야 할 과제가 되었다. 승진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책에서 도움을 구해보기로 했다. 서점의 화술관계 코너를 둘러보다 <카네기 연설법>을 집어들었다. 십수년 전의 일이다. 밑줄을 그으면서 원칙과 기술을 열심히 익혔다. 그 후 상당기간 동안 남들 앞에서 말하기 전에는 반드시 줄 친 곳을 훑어보면서 생각을 가다듬었다.
가령 말할 내용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늠름한 자세를 취하라, 친구나 거울 앞에서라도 연습하라, 청중 앞에 서기 전에 30초 동안 깊게 심호흡을 하라, 사람들이 평소에 쓰는 생기있는 말로 이야기하라, 청중의 흥밋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라, 말할 내용을 보기와 예로 가득 채워라, 명석하게 말하는 능력은 노력과 훈련의 산물이다 등등. 카네기의 코치에 힘입어 필자의 연단에서의 불안과 공포심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김화동 |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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