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 강탈사건, 박근혜는 정말 관련 없나

허재현 2017. 1. 2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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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로 신동욱 재판 재주목

운영권 뺏긴 박근령의 남편 신동욱
2009년 "박근혜 묵인" 글 썼다 실형
검찰은 박근혜 피해자 조사 않고
법원은 별다른 의문 제기 없이
박지만 측근 "내가 주도" 주장 수용
5촌 조카 '신씨 살해 지시받아' 주장
하지만 증언 앞두고 숨진 채 발견
검찰은 녹음테이프 확보조차 안해

[한겨레] ‘대통령의 동생들’이 재단 운영권을 놓고 볼썽사납게 싸웠던 육영재단 강탈 사건이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이지(EZ) 회장은 2007년 말 재단 운영권을 두고 다퉜다. 폭력조직까지 동원될 정도로 당시 싸움은 격렬했고 결국 박지만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2009년 뜻밖의 글이 인터넷에 게재됐다. 박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49·공화당 총재)씨가 쓴 글이었다. ‘박지만 회장이 나의 중국 납치 계획을 세운 뒤 살해하려 했다. 육영재단을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이 빼앗으려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묵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신씨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신씨에게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 박영수 특검은 신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최씨의 재산 증식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였다. 이를 계기로 신씨의 재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신씨 말고는 어느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재판 기록을 보면, 정용희(53·박지만 이지 회장의 전 비서실장)씨는 2014년 4월14일 재판에 출석해 육영재단 폭력 강탈 사건을 모두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정씨는 “(박근령 이사장과 신동욱을 몰아낸 것은) 박지만 회장이 지시한 게 아니라 육영재단 직원들이 논의해 내가 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이 박 회장의 승인 없이 육영재단 분쟁을 계획하고 실행시킨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법정에서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는) 증인이 잘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태민 일가와 2004년 이후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위증 논란이 일자, 김 전 수석은 <한겨레>에 “당시 이춘상(2012년 교통 사고로 숨짐), 안봉근 보좌관이 정리해준 내용으로 법정 증언을 한 것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인데도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진술은 받지 않았다. 2009~2010년 당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직접 조사를 할 수도 있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 박근혜가 법정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당시 검찰은 이 부담을 덜려고 박근혜 진술조서를 일부러 안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의 1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2010년 9월 육영재단 전 법인실 부장인 이아무개씨가 뜻밖의 진술을 했다. 이씨는 “박용철(죽은 박 대통령의 5촌 조카)씨가 내게 ‘양심선언을 하고 싶다. 신동욱을 중국에서 죽이라고 박지만 회장이 말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증언을 근거로 신씨는 박 회장을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을 수사하지도, 박씨가 갖고 있다는 녹음테이프 확보에도 나서지 않았다. 2011년 8월께 신씨는 재판부에 박용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며칠 뒤인 그해 9월6일 박용철씨는 숨진 채 발견됐고 녹음테이프는 증발해버렸다.

<한겨레>는 2007년 육영재단 강탈 사건 때 박지만 회장 쪽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하는 ㄱ씨를 최근 만났다. ㄱ씨는 “모든 일을 정용희가 주도한 건 맞지만, 그는 박지만의 비서라기보다는 정윤회를 위해 일한 사람이다. 정윤회는 육영재단 분쟁 현장에 몇 차례 들러 정용희의 보고를 받고 돌아갔다. 신동욱에 대한 살해 계획도 실제 있었다. 미얀마에서 조폭을 동원해 죽이려다 안 되어서 중국으로 데려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월급쟁이 정용희가 이런 일을 어떻게 다 하겠나. 정용희 뒤의 배후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추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오연 변호사(법무법인 청호)는 신씨의 재심 청구를 준비중이다. 증언이 허위일 경우 재심 사유가 된다. 검찰은 ‘신동욱 명예훼손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을 받은 최순실씨의 진술조서를 당사자인 신씨에게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남 변호사는 “검찰이 신씨에게 당시 수사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재심 청구를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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