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개헌 가능"으로 입장 선회..지지율 하락한 반기문의 '판 흔들기'

이용욱·김지환 기자 입력 2017. 1. 23. 22:56 수정 2017. 1. 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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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개헌 통해 대선·총선 하루에”…“나는 이명박·박근혜와 무관”
ㆍ빅텐트 ‘여권 재조합’ 가능성…정치공학적 행보 비난 자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23일 KBS 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제공

여권 유력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이 23일 귀국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전 개헌’ 카드를 꺼냈다.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대선 전 개헌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으나, 말을 바꿔 적극 이슈화에 나선 것이다. 개헌을 고리로 새누리당 비박, 야권 비문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성사시키려는 움직임과 직결돼 있다. 지지율 하락 추세에서 판을 흔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야권이 외면하면서 ‘반기문 빅텐트’가 친박을 제외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외곽 보수인사들을 끌어모으는 ‘여권 재조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대선 전 개헌…빅텐트 띄우기

반 전 총장은 이날 밤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 개헌을 두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면 대선 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선 전 개헌에 회의적이었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국가를 통합하고 화해를 도모하려면 대선과 총선을 하루에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개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반 전 총장 언급은 정계개편과 직결돼 있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야권 인사들을 빅텐트로 끌어들여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립시키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정권심판 프레임을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개헌 시기는 빠를수록 좋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기성 정당 입당에도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박덕흠·권석창·민경욱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0명과 만나 “정당 가입은 없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 되지 않겠느냐”며 빅텐트에 힘을 실었다. “중도사퇴란 있을 수 없다”며 반 전 총장 측 합류를 주저하는 의원들의 참여도 독려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전 개헌에 찬성하는 8~9명을 만나는 등 빅텐트 구축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총리 지명자 등을 만날 계획이다.

■ “박 대통령도 신뢰 잃었다”

하지만 정치교체를 한다면서 개헌을 앞세워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등 정치공학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위안부 합의를 극찬하고,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독대하는 등 깊이 교감해놓고, ‘정부와 관계없다’고 발뺌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되는 게 정치교체이자 정권교체”라고 했고, KBS에서도 “정권교체나 정권연장에 해당이 안되고 전 새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고, 대통령도 신뢰를 잃었다”고 국정농단을 직접 언급했다.

빅텐트도 보수세력 재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율은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진 19.8%였다. 하락세인 반 전 총장에게 야권이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전 대표는 “빅텐트 가담은 호남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고, 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욱·김지환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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