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인 파리 지하철 문, 이런 이유였구나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김대홍]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새벽 그대 떠난 길 지나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푸르른 새벽 길
- 전인권, '걷고 걷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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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지하철 플랫폼의 모습 |
ⓒ 김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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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티켓 구입, 결코 어렵지 않다 |
ⓒ 김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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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지하철 문은 수동으로 개폐된다 |
ⓒ 김종성 |
그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열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다 '컬쳐쇼크'를 느꼈다. 당연히 자동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뭐지? 왜 수동이야, 불편하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자동으로 열리면 굳이 손잡이를 돌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 저들은 왜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걸까.
문이 '수동'이다보니 열차의 문은 량(輛)마다 개별 작동했고, 승하차할 사람이 없는 역에선 당연히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난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체 열차의 문이 함께 개방됐다가 닫히는 서울의 지하철과는 전혀 다른 양태였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독일 지하철도 수동으로 문을 여닫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기 손으로 열고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
자동이 편리한 건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고장의 위험성이 더 높다. 수동문은 고장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이를 운용하기 위한 별도의 인력도 필요 없게 된다. 이야기를 좀 더 진전시켜보면, 그리되면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발생했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처럼, 19세 수리공이 안전문에 끼어 죽는 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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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파리에도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역이 있다 |
ⓒ 김종성 |
얼마 전 서울메트로에 직고용된 안전업무직 노동자들의 보수 수준이 나아졌다(애초에 약속했던 액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는 기사를 읽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민간위탁업체(은성PSD)에 외주를 줬던 구조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제법 많은 것들이 바뀐 셈이지만, 여전히 '불안의 씨앗'은 우리 사회 안에 잠재돼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 눈앞에서 '제거'하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지 않는 한, 내가 좀 더 편리해지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전가하는 우리들의 이기심이 깨지지 않는 한, '착취'의 최전선에 서 있는 누군가는 또 다시 불합리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와 같은 악순환을 이대로 지켜보는 건, 또 다시 무슨 사건이 터진 후에야 수습하려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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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지하철 역 내부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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