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못 따라가는 퇴직연금 수익률.. 이러다 '쪽박'

김라윤 입력 2017. 1. 23. 20:40 수정 2017. 1. 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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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차에 접어든 이모(29)씨.

퇴직연금 신규가입 대상자가 되었다는 인사팀 공지를 받고 막막해하던 차에 같은 부서 선배로부터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무조건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이씨처럼 원금보장형 상품에 퇴직연금을 넣어둔 사람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보장형 상품 가입률이 현저히 높은 한국의 현행 DB형 퇴직연금제도는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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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3∼4% 수익.. 물가 못 따라가

입사 1년차에 접어든 이모(29)씨. 퇴직연금 신규가입 대상자가 되었다는 인사팀 공지를 받고 막막해하던 차에 같은 부서 선배로부터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무조건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금융 새내기’ 9명의 동기들도 모두 이씨를 따라 원금보장형 상품에 줄줄이 가입했다. 수익률이 적지만 손해를 봐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씨처럼 원금보장형 상품에 퇴직연금을 넣어둔 사람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형) 기준으로 지난 7년간 금융사들의 평균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3~4% 수준에 그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회사들은 총 적립금의 97.3%를 손실회피 목적으로 예·적금을 비롯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투자하고 있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비보장형 상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7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투자로 4.67%였다. 그 뒤를 대신증권(4.52%), 미래에셋대우(4.45%) 등이 이었다. 산업은행은 2.96%로 3%를 밑돌기까지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원금보장형 상품 가입률이 현저히 높은 한국의 현행 DB형 퇴직연금제도는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다수의 원리금비보장형 상품들의 수익률은 보장형에 비해 평균 2~3배 높았다. 교보생명의 7년 수익률이 11.89%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 8.73%, 미래에셋생명 8.44%, 미래에셋대우 8.15%, 국민은행 8.00% 등의 수익률도 양호했다.

연금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보장 기능을 갖기 위해서 ‘기금형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이는 직장별로 자금을 운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과도한 책임·위험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다수의 사용자들이 독립된 전문기관(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맡기고 대신 운용하게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가입률 제고도 시급한 과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현재 3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체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5.4%. 전체 사업체를 대상으로 해도 17.0%에 불과하다. 또한 전체 연금수급자의 98.4%가 퇴직급여를 중도해지하거나 연금 납부기간 만료 후 일시금으로 수령해 사실상 연금수급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이 연금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한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연금 연구원은 “퇴직연금에 대한 연금소득세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을 깨지 않고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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