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EPL '비매너' 골, 선수 의식 개선만이 해결책이다

이형주 인턴기자 입력 2017. 1. 23. 18:18 수정 2017. 6. 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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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STN스포츠=이형주 인턴기자] 프리미어리그에 난무하는 '비매너' 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

축구 경기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할 시 공을 걷어내는 것은 관례화됐다.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당연한 논리에서 귀결된 관례다. 하지만 최근 이 관례가 무너지고 있다.

앞서고 있는 팀의 선수들은 상대 공세를 끊기 위해 심심치 않게 자신의 몸을 담보로 '꾀병'을 부리며 드러눕는다. 추격하는 팀은 상대팀 선수가 큰 부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꾀병'이라 단정하고 공격을 진행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른다.

◇ '비매너' 골 논란으로 얼룩진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지난 22일 본머스의 골드샌즈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리그 22R AFC 본머스와 왓포드 FC의 경기가 펼쳐졌다. 후반 37분까지 본머스가 왓포드에 1-2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왓포드의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카바셀레가 몸에 통증을 느꼈다. 카바셀레는 경기를 소화할 수 없어 주저 앉았다.

하지만 본머스는 공을 바깥으로 걷어내지 않았다. 본머스의 미드필더 앤드류 셔먼은 카바셀레가 넘어진 위치의 왼쪽으로 패스를 보냈다. 이것이 베닉 아포베의 슈팅으로 연결됐고 득점이 됐다. 이로 인해 왓포드는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왈테르 마짜리 감독은 화를 억누르며 "본머스의 행동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또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22R, 이번에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에버턴 FC의 경기였다. 후반 41분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팰리스의 제프리 슐럽이 상대 골라인 앞에서 슈팅 후 근육경련을 느꼈다. 하지만 에버턴은 굴하지 않고 공격에 나섰고 시무스 콜먼의 결승골로 연결됐다.

에버턴은 슐럽이 골라인 바깥으로 나갔기에 공격을 진행했다는 일리 있는 주장을 했다. 팰리스는 슐럽의 발은 골라인 안에 들어와있었다며 공을 걷어냈어야한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반박했다. 어느 쪽이 맞든 팰리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팬들은 경기장에 이물질을 투척하며 불만을 표했고, 샘 앨러다이스 감독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비매너' 골을 터트린 아스널, 잘 수습한 벵거 감독

이전에도 잉글랜드 축구계에 이와 같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98/99시즌 FA컵 16강 아스널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당시 셰필드의 리 모리스가 부상으로 인해 필드로 주저 앉았다. 동료였던 앨런 켈리 골키퍼가 공을 걷어냈다.

이후 레이 팔러가 셰필드 쪽으로 공을 던져줬다. 하지만 은완코 카누가 이를 뺏어 크로스했고 마크 오베르마스가 득점했다. 이 행동에 화가 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선수단을 철수시키며 항의했다.

2-1 아스널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일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인품이 빛났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FA에 재경기를 제의하여 성사됐다. 여기서 아스널이 승리해 8강으로 향했다. 벵거 감독의 인품이 사태 악화를 막는 한편, 실리도 가져온 것이다.

◇ 나쁜 예 토트넘, 좋은 예 디 카니오

하지만 매번 이렇지는 않다. 2005/06시즌 아스널과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36R 경기, 엠마누엘 에부에가 부상으로 넘어졌지만 토트넘의 마이클 캐릭과 에드가 다비즈가 공격에 나섰다. 이는 로비 킨의 득점으로 연결됐고 마틴 욜 감독과 아르센 벵거 감독은 몸싸움을 벌였다.

좋은 선례도 있었다. 2000/01시즌 18R 웨스트햄과 에버턴의 경기였다. 에버턴 골키퍼의 폴 제라드가 무릎을 다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파올로 디 카니오는 빈 골문에 공을 집어 넣을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을 잡은 뒤 심판에게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아름다운 스포츠맨쉽이었다. FIFA는 이런 디 카니오의 모습에 2001 FIFA 페어플레이 상을 수상했다.

◇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기자는 아직 축구계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비매너' 골과 연루된 선수들이 상대팀 선수 부상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경기를 진행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 저 선수가 부상이구나. 저 쪽으로 공격을 진행해야지"란 마음을 가진 악마 같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이 '비매너' 골 논란을 개선시키기 위한 중요한 명제는 축구에서도 언제나 그 무엇보다도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승격, 강등, 승리, 패배, 골, 평점, 돈 그 어떤 가치도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될 수 없다. 혹시 설령 속아 넘어가더라도 만약의 가능성을 걱정해 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내는 일이 맞는 것이 아닐까.

필드 위를 수놓는 선수들이 이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비매너' 골 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짓 부상 연기를 하며, 자신의 몸을 인질로 상대 공격을 끊는 졸렬한 선수들은 죄책감을 느끼며 반성해야한다.

sports@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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