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미생'에 울고 '미우새'에 웃고..인간 조인성의 민낯

2017. 1.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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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배우 조인성을 만나기 전 예상한 그의 성격은 ‘마초남’이었다. 조인성의 첫 연상 이미지는 잔뜩 주름진 미간과 특유의 진중한 표정. 드라마 ‘피아노’ ‘발리에서 생긴 일’ 영화 ‘비열한 거리’ 등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이미지였다. 작품 안에서 그는 상처 많은 ‘양아치’와 나쁜 남자 사이 어딘가를 표류하곤 했으니까. 광고나 화보 속 조인성도 작품의 연장선상이었다. 잘 다려놓은 수트가 잘 어울렸고 한껏 시크한 눈빛은 날이 잘 선 칼날 같았다.

지난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더 킹’ 인터뷰를 통해 조인성을 만났다. 앞서 예상한 도도한 마초남은 없었다. 대신 기자 한명 한명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살갑게 인사하는 조인성만 있었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이후 4년 만에 매체 인터뷰에 임한 조인성. 그는 ‘4년 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 정도로 열변을 쏟아냈다. 주연 영화 ‘더 킹’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소한 일상 그리고 배우로서의 소신까지 속에 있던 진솔한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었다. “열정 넘치는 목회를 들은 것 같다”는 기자의 농담에 벌떡 일어나 “믿습니까?”라고 받더니 “너무 뜨거우면 잠시 식히고 올까요?”라는 그의 센스란.

Q. 영화로는 오랜만이에요. ‘쌍화점’ 이후 9년만이죠. A. 그러게요. 인터뷰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마지막이었어요. 그동안 매체도 환경도 참 많이 바뀌었네요.

Q. 박경림 씨와 함께한 V앱이 화제가 됐어요. A. 나를 뭘 믿고 생방송에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정말 위험하거든요. 그때 고생 많았어요. 제 개인적인 모습은 많이 노출이 안 된 편이잖아요. ‘인간 조인성’의 모습이 툭 나오면 안 되는데 무의식 속에 나올까봐 걱정했어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니까 그 부분을 경계했죠.

Q. ‘인간 조인성’의 모습에 대중은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A. 정말 감사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안 좋아하실 분들도 있을 거고요. 제가 (송)중기 (이)광수 (김)우빈이 등 아는 동생 이야기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건데 ‘지인을 이용한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에요. 보는 분마다 평가가 다른 것 같아요.

Q. 중요한 시점이라면 영화 ‘더 킹’ 개봉을 말하는 건가요? A. 네. 영화가 아니면 평상시에 제가 사고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웃음) 애들이랑 술 마시고 차 마시는 게 다예요. 생활 패턴이 정해져 있어요. 비슷한 성향의 사람만 만나니까 시비도 잘 안 일어나죠. 지금은 ‘더 킹’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 안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혹시 시비가 일어나면 이슈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 킹’에도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제 개인적인 이슈가 ‘더 킹’을 덮으면 안 되죠. 우리 한재림 감독님이 오랜만에 작품하셨는데 제가 민폐가 될 수는 없죠.

Q. ‘더 킹’ 완성본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태수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었어요. A. 저도 언론 배급 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태수의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잖아요. ‘혹시 내가 망친 부분은 없나’하면서 제 장면 체크하느라 정신없었죠.

내레이션은 믹싱 마지막 이틀 전까지 했어요. 공을 많이 들였죠. ‘영화 한 편의 개런티를 받을 작품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이제 좀 들어요.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하하. 내레이션만 봐도 영화 서너 편 분량이에요. 내레이션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어요.

Q. ‘더 킹’은 태수의 일대기를 따라가잖아요. 배우로서 누구나 욕심나는 캐릭터였을 것 같아요. A. 아~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앞장 선 느낌이에요. 감독님이 며칠 전에 ‘인성 씨를 생각해보니 되게 외롭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영화를 같이 만들어왔지만 나는 영화 뒤로 빠져있으면 되는데 인성 씨는 반응에 대한 비바람 혹은 햇빛을 맞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알았으면 좀 잘해주지 그랬어요. 알아줘서 고마워요’라고 대답했죠(웃음).

Q. 한재림 감독님과 다음에도 작품을 함께할 마음이 있나요. A. 감독님을 만나면 물어봐주세요. 저랑 또 작품 할 마음 있냐고. 제가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같이 할 기회가 저에게 주어지는 것이기도 해요. ‘하자’고 하면 저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죠. 한 작품을 하고 나면 편한 것은 있어요. 어색한 것도 없어지고 서로 이해하는 부분도 많아지죠.

Q. 시국와 맞닿은 지점에서 ‘더 킹’이 문제작으로 불리게 됐어요. A. 문제작이 되어버렸죠. 시국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더 킹’이 문제작으로 비춰질 수 있겠다 싶어요. ‘문제작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닌데 당황스럽죠. 우리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바탕으로 한, 재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국정 농단이 일어나기 전에는 ‘더 킹’ 속 굿 하는 장면이 그저 웃긴 구경거리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웃기긴 하지만 센스 있는 시퀀스는 아닌 게 됐죠.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Q. ‘더 킹’에서는 연예인 음모론도 팩트처럼 직접적으로 보여주잖아요. 정치 이슈를 연예계 이슈로 덮는 것들이요. 같은 연예계 종사자로서 자괴감이 들진 않았나요.

A. 저도 연예인이지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런 거 아닌가? 정말 저럴까?’ 싶었어요. 예를 들어 ‘일부 신인 연기자들이 매니지먼트를 통해 성상납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저도 연예계 안에 있지만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었어요. 일부는 사실이었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연예인이 다 그런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죠.

‘더 킹’은 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작품이에요. ‘내 세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끝나면 되죠. 나까지 싸잡아서 생각할 필요 있나요. 내 가족, 내 스태프, 내 매니지먼트, 나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조인성의 영화를 기다린 팬들이 많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왔을까요. A. 영화 매체를 통해서 대중을 만나는 건 오랜만이죠. 하지만 작품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 사이 70분짜리 드라마를 서른두 편(괜찮아, 사랑이야/디어 마이 프렌즈) 찍고 왔어요. 현장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

먼저 영화 관객과 시청자를 구분하지 않았어요. 영화 관객도 TV 보고 시청자들도 영화 보잖아요. 통틀어서 대중이라고 하죠. 영화와 드라마 각각의 자긍심이 있겠지만 뭐가 더 위고 아래라고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잖아요.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할 이유가 없어요.

지상파에서는 공감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비지상파에서는 지상파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재를 훨씬 더 재기발랄하게 다루죠. 영화는 TV에서 못 다루는 사회적 문제나 불편한 진실을 다루기도 하고요. 소재의 범위가 점점 커져요. 저는 매체를 선택하면 되는 입장이고요. 그래서 작은 분량이긴 했지만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도 찍었잖아요.

Q. 영화 드라마 매체 구분 없이 작품하겠다는 각오군요. A. 그럼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를 건드리려고요. 영화에서만 다뤄질 수 있을 소재면 영화로 보여주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따뜻한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미생’ 같은 작품 참 좋잖아요. ‘미생’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소주도 진짜 많이 마셨죠. 제 인생 같더라고요. ‘미생’ 오과장님 같은 선배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Q. 실제 모습이 예상과 정말 달라요. 차분한 성격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유머러스하네요. A. 혹시 예상하신 성격이 안 좋은 쪽은 아니죠? 유머를 좋아해요. 유머가 사람을 생기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진지한 철학가는 아니잖아요. 세상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위로는 유머라고 생각해요. 예능도 굉장히 좋아해요. 집에 있을 때 TV 엄청 많이 봐요.

Q.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보나요. A. ‘미운우리새끼’와 ‘1박2일’ 자주 봐요(조인성은 인터뷰 도중 박수홍의 어머니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삼시세끼’도 재밌게 봤고 요즘은 특히 ‘썰전’과 ‘강적들’을 챙겨보고 있어요. 요일별로 본방사수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요. 수요일에는 ‘라디오스타’ 봐야 하고 토요일에는 ‘그것이 알고싶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봐야죠.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저번에 편성을 옮겼는데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 몇 번 본방을 놓쳤어요.

밤에 친구들과 술 마셔서 본방을 놓칠 때는 다음날 ‘다시보기’로 몰아 봐요. 볼 게 많아지니까 더 신 나죠. 시청 스케줄이 빡빡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면 TV 봐야 해요. 집에 있을 때는 TV 보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어요.

Q. 자신만의 힐링 노하우를 찾았군요. A.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사람들을 만났죠. 그러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혹은 치유받기도 했고요. 인연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인연도 만남도 자연스러운 게 좋죠. 지금도 벅차요. 광수와 점심 먹어야 하고 우빈이와도 술 마셔야 하고요. 일정이 타이트하죠.

Q. ‘더 킹’ 반응이 좋아요. 800만명을 돌파하면 공약대로 ‘1박2일’서 입수하나요. A. 해야죠! ‘기꺼이’ 해야죠.

Q. 조인성에게 ‘더 킹’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A. 9년 만에 나온 영화로 남겠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것이고 그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할 뿐이에요. 창피하게 않게, 작품을 잘 만들고 싶어요. 그게 가장 큰 저의 화두예요. 제가 저를 인정해주는 방법 중 하나죠. 과정이 힘들더라도 저 스스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했구나’ 싶으면 잘될 확률도 높아지더라고요. 안 될 수도 있겠죠. 확률을 높이는 인생을 살아야겠죠.

Q.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A. 구체적인 기준은 없어요. 순간순간의 감정과 감이죠. 제가 작품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Q. 만들 수 있죠.

A. 예를 들어서 제가 쓸 수는 없잖아요.

Q. 쓸 수도 있죠.

A. 와. 저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더라면 더 심심하지 않고 재밌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에 글이 걸렸을 때 오는 희열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더 킹은’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괜찮아 사랑이야’를 끝내고 5개월 만에 걸렸죠. 그렇게 ‘걸리는’ 순간을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아이오케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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