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존중' 받지 못한, 한화의 코치 계약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7. 1. 23. 1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이뤄지는 여러 계약 가운데 ‘갑’과 ‘을’의 관계가 가장 명확히 나타나는 것은 코치 계약이다. 8구단 체제에서 10구단 체제로 변모하면서 덩달아 코치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KBO리그 코치들의 입지는 여전히 단단하지 못하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전에 없던 계약 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코치가 늘어난 데다 다년계약을 하는 코치도 종종 나오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구단이 책정한 대로 일괄 계약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협상 과정을 모두 거치고 그 결과를 계약서에 넣어 확인한 뒤 사인한다”고 전했다. 그는 “액수도 액수지만,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한화 코칭스태프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몇몇 미계약 코치도 참석했다. 겨우내 협상 자체가 없었던 순수 미계약 코치들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구단 관계자도 함께 했다. 그는 미계약 코치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빨랐지만, 몇몇 코치의 사인을 받았으니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그런데 몇몇 계약서에는 액수를 적어넣는 자리가 아예 비워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관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계약 문화와 어긋난다. 또 구두로 동결이라고 전하고 차례로 사인을 받는 식이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진행될 리 없었다.

이들이 불합리한 방법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은 팀내 분위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겨우내 구단 안에 돌고 있는 미묘한 기류 때문으로도 보인다.

박종훈 단장 부임 뒤로 이른바 ‘김성근 감독이 인선한 코치’들이 자리를 잃었다. 다른 건을 놓고도 구단과 현장의 경계가 생기며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얼마 되지 않은 금액 때문에 괜히 작은 문제라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게 이들 코치들의 공통 심리인 것으로 관측된다.

여전히 미계약 신분으로 남은 코치도 있다. 구단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다음’에 만나 계약하자고 했고, 해당 코치도 수긍했지만 누가 봐도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 리 없다. 더구나 해당 코치는 한화 코치 중에서도 무거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코치에 대한 계약 지연 사유가 구단 직원이 계약서를 대전에 두고 와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다시 들어도 믿어지지 않아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다.

한화는 단장 주재로 23일부터 이틀간 선수단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구단 차원에서 새 시즌을 향한 여러 메시지를 전하려는 뜻이겠지만, 그런 자리에서는 보통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시된다. 서로를 신뢰한다는 출발점에서 귀도 열고, 마음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을 몇번 더 하고 또 다른 인위적 대화의 장을 만든다고 구성원간의 신뢰가 다져질 수 있을까. 사실 의심스럽다. 지난 겨울 이후, 한화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살릴 섬세한 터치는 전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