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최승욱, KCC 명품 식스맨 계보 이을까?

김종수 2017. 1.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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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라운드 저평가와 달리 전천후 살림꾼으로 쑥쑥

[오마이뉴스김종수 기자]

 KCC가 2라운드에 뽑은 최승욱은 올시즌 최고 '스틸픽'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전주 KCC
프로농구는 어떤 스포츠보다도 베스트5의 비중이 큰 스포츠다. 빼어난 득점머신이나 든든한 빅맨 한 명만 가세해도 전체적 전력 구성이 확 달라질 정도다. 하지만 우승이나 좋은 성적을 거론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있으니 다름 아닌 주전급 식스맨의 존재다. 베스트5 안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항상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고 더불어 체력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전급 식스맨으로 불리는 선수들은 말이 벤치멤버지 어지간한 주전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경우도 많다. 보통 기존 주전 경쟁에서 살짝 밀리거나 시너지 구성상 덜 효과가 나는 선수가 식스맨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워낙 다재다능한 탓에 공수에서 쓰임새가 많아 전략적으로 식스맨이 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NBA(미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왕조에 크게 공헌한 토니 쿠코치, 마누 지노블리 등이 대표적이다. 동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끈 신종석, 강혁 등도 좋은 사례다.

알짜 식스맨 덕 많이 본 KCC, 최승욱 기대된다

국내 최고 명문 팀 중 하나인 전주 KCC 역시 우승 순간에는 언제나 든든한 식스맨들이 함께했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조추트리오'가 펄펄 날 때는 주전급 가드 최명도의 가치가 빛났으며 허재 감독 시절에는 임재현, 신명호 등 색깔 다른 가드진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신명호는 이른바 맞춤형 식스맨이었다. 두루두루 가드가 지녀야 할 능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슈팅 능력에서의 약점이 뚜렷했다. 단순히 슛이 좋지 않은 정도를 떠나 오픈 3점 슛이나 자유투 등 수비 방해 없이 쏘는 슛의 성공률까지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농구대잔치 시절까지 포함해서 역대 가장 슛이 좋지 않은 가드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신명호는 약점 못지않게 확실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스피드, 힘, 센스 등을 고르게 갖춘 수비 마스터인지라 중요한 순간 경기 흐름을 바꾸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냈다. 자신과 비슷한 1번 사이즈는 물론 3번급 외국인 선수 등 훨씬 큰 선수들까지 수비할 수 있었다. 거기에 도움 수비에도 능한지라 신명호가 버티고 있으면 앞선의 든든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주전 가드 강병현과 함께 펼치는 앞선 질식수비는 상대 팀들에게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임재현 같은 경우 프로 데뷔 이후 한참 동안 주전급으로 뛰다가 어느 순간 가치가 폭락해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식스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달린 케이스다. 중앙대 부흥기를 이끈 주축이자 전체 2순위로 프로에 데뷔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다.

임재현은 신장은 딱 1번이고 빼어난 슈팅력을 갖추고 있는 등 나쁘지 않은 기량의 소유자였지만 주전으로 뛰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드리블이 약해 볼 운반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 이를 간파한 상대 팀에서는 볼을 잡는 순간부터 강하게 압박하거나 코트 구석에서 순간적인 더블팀을 들어 나왔는데 이로 인해 당황한 임재현은 볼을 빼앗기거나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볼 소유가 많아지면 실책도 늘어났는데 이는 주전 1번으로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패싱센스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코트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보다는 순간적인 어시스트 위주였던지라 그가 오랫동안 리딩을 하면 볼 움직임이 빡빡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KCC의 살림꾼이 되다

이에 당시 허재 감독은 이후 전태풍 등이 새로운 전력으로 합류하자 아예 임재현을 식스맨으로 돌려 철저히 잘하는 것 위주로 플레이시켰다. 주된 임무는 1번을 도와 보조리딩, 슈팅 등에 중점을 두는 1.5번 역할이었다. 볼 운반, 원맨리딩 등의 부담을 던 임재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보였고 이에 허 감독은 게임 흐름이 안 풀릴 때마다 임재현을 호출했다.

그런 가운데 임재현은 또 다른 부분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어깨에 지고 있는 부담이 줄어들자 수비에도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상대를 악착같이 따라다니는 이른바 '들개 수비'로 신명호, 강병현 등과 함께 강력한 앞 선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잘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린 긍정적 케이스였다.

추승균 호로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현재의 KCC에서 눈에 띄는 식스맨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최승욱(23·192cm)이다. 아마 시절 부상 등으로 시달리며 가지고 있던 기량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던 그는 2라운드에 지명됐다. 이에 KCC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스틸픽'이라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충분히 1라운드급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로 기대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하듯 최승욱은 매 경기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KCC 살림꾼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3.6득점, 0.8어시스트, 2리바운드, 0.7스틸로 기록 자체만 놓고 보면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각 부분에 고르게 재능이 있는지라 경기 중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수비가 뛰어난지라 활용성이 높은데 수비를 빼면 공격에서 큰 도움이 안 되는 일반적인 식스맨 수비수들과 달리 외곽슛, 돌파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깜짝 활약도 종종 보여준다. 이제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격력을 갖춘 신명호' 버전으로 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때문에 KCC 팬들은 김지후(25·187cm), 김민구(26·191cm), 송교창(21·201cm) 등과 함께 팀의 미래로 최승욱을 꼽는 것을 주저치 않고 있다. 루키 최승욱이 2라운드 저평가를 딛고 KCC판 쿠코치, 지노블리가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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