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와대, 자유총연맹에 '관제 데모' 지시했다

김준모 입력 2017. 1.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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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2015년 하반기 '세월호 반대·국정교과서 찬성' 집회 지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직전엔 "좌파와 2차 전투 준비" 요구
집회 지시한 인물은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배후 의혹 靑 행정관
자유총연맹 관계자 "청와대가 우리를 괴물로 만들어" 양심선언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2015년 11월3일 자유총연맹 관계자 A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중 '좌파 단체' '2차 전투 대비' 등을 언급하고 있는 부분. 2017.1.23 jkim@newsis.com afero@newsis.com hey1@newsis.com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국내 최대 보수우익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을 동원해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 시국집회 등 이른바 '관제 데모'를 열어왔던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자유총연맹이 관제 데모에 동원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간헐적으로 제기됐지만 그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유총연맹을 동원한 관제 데모를 직접 지시한 청와대 실무진은 또 다른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의 관제 데모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허현준(48)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취재결과 허현준 행정관은 2015년 하반기 당시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 A씨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어달라고 연락했다. 당시 자유총연맹 회장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었다.

이런 사실은 허 행정관과 A씨가 2015년 10월22일~12월2일 사이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총 30건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확인됐다.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두 인물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허 행정관은 2015년 11월3일 오전 9시59분 A씨에게 "오늘 11시 역사교과서 국정도서 확정이 고시발표된다. 또 중순경엔 집필진 발표가 예정됐다"며 "반대진영의 항의가 한동한 지속될 것이다"라는 글을 보냈다.

허 행정관은 이어 "7일 국정교과서 반대 집중집회와 세월호특별법 제정 1주기 집회가 열리고 14일 민중총궐기대회가 예정돼 있다"며 "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 교과서 집필진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反)대한민국 행적 등 컨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도 대비하고, 반대진영의 대규모 시위에도 맞서는 준비를 미리 미리 구상하고 협의하여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A씨는 이에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허 행정관은 이어 같은 해 11월26일 오후 6시55분에도 "지금 쟁점은 노동 등 4대 개혁, 경제활성화법, FTA 입법 사안이니 정기 국회 기간에는 여기에 맞춰 같이 하자"며 집회 지시를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허 행정관은 A씨에게 자유총연맹이 나서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여러차례 보냈다. 10월22일 오후 4시41분엔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피'가 개통돼 있다. 계속 업데이트를 하니 활용하고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11월3일 오전 11시43분엔 "황교안 총리 담화문 발표 내용, YTN 홈페이지 메인에 올라와 있다. 영상자료를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11월20일 오후 6시17분엔 "보내드린 영상은 (세월호) 특조위에서 보내 준 영상이라 당장은 사용하지 마시고, 월화쯤 공개를 추진하려 하는데 그후 사용해 달라"고 했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보냈다는 영상에는 세월호 관련 한 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하는 어떤 유족의 발언에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는 듯한 모습이 담겼는데, 실제로 며칠 뒤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한국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가 지난 2015년 10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지지 입장을 밝히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17.1.23 jkim@newsis.com afero@newsis.com hey1@newsis.com

허 행정관은 A씨에게 자유총연맹의 집회 일정을 알려달라는 요구도 했다. 12월2일 오전 10시21분엔 "100만인 서명운동 서명대, 17개 시도에 설치되면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앞서 11월20일엔 "11월23일 연평도 포격 5주년을 맞아 북한의 연평도 무력 공격과 11월14일 폭력 시위를 규탄하는 입장 또는 활동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면 알려달라"고도 했다.

실제 A씨는 허 행정관에게 자유총연맹의 집회 일정을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A씨는 10월30일 오전 9시34분에 "경기도 지부 한마음대회. 하남시 잔디구장 경기회원 1200명" 등 집회 장소와 참석 인원을 허 행정관에게 알렸고, 11월3일에도 "11월28일 전국자유청년트레킹대회. 대전 보문산. 1000명 결의문 채택"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허 행정관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뉴시스에 폭로한 A씨는 "보수와 진보는 해석의 차이일 뿐이고 자유는 모두가 누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가 자총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허 행정관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A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그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허 행정관은 시종 통화는 거부하면서 문자 메시지로 "(해당) 문자 메시지를 내게 보내달라" "(A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느냐" "기자가 맞느냐" "(문자 상대방이) 자유총연맹 관계자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등 여러가지 요구를 했다.

이에 뉴시스는 자유총연맹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히라는 요구에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거부하며 "자유총연맹 관계자라는 사실을 취재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또 나머지 질문에는 모두 성실하게 응했다.

그러나 허 행정관은 "그 문자가 내가 자유총연맹 관계자에게 보낸 게 맞는지,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돼야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게 공식적인 나의 입장"이라고 알려왔다.

그는 "피하지 않는다. 내가 떳떳하게 한 일을 왜 피하겠는가"라고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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