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가 느껴진 올스타전,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이준목 2017. 1.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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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축제, 2017 KBL 올스타전
프로농구 "열심히 하겠습니다"
프로농구 올스타전 MVP 오세근
올스타 허웅, 현란한 패스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곽우신]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축제다. 물론 팬들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곧 농구인들 자신을 위한 잔치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함께 빠져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국내 프로농구 올스타전하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형식적' '그 나물에 그 밥' '무성의함'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선수들은 올스타전이랍시고 설렁설렁 뛰다가 3점 슛을 던지거나,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넘겨 노마크 덩크를 유도하는 정도였다. 이벤트라고 해봐야 어린 선수들이 단체 댄스를 추고, 감독이나 고참급 선수들은 강 건너 남 불구경하듯 벤치에 있는 것 올스타전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KBL의 아이디어 역시 그저 NBA 흉내 내기나 농구대잔치 추억팔이에 급급한 물린 콘텐츠-성의 없는 기획들의 재탕으로 팬들에게 하품만 유발하곤 했다. 재미, 의미, 성의, 독창성 그 어느 것 하나 볼 수 없는 '4무' 올스타전은 존재의 의의조차 회의를 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올스타전과는 다르다, 지난 올스타전과는

하지만 2017 KBL 올스타전은 모처럼 그간의 지루한 이미지를 벗어나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2일 오후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올스타전은 여러 가지 색다른 시도와 농구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아우러지며 모처럼 팬들에게 한발 다가가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는 평가다.

KBL이 1997년 출범 이래 부산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올스타전이 열린 것은 2007년 울산에 이어 두 번째다. 그래도 올스타전은 지방보다 서울에서 하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데다, 부산은 현재 연고팀인 KT가 리그 최하위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적으로 관중 동원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KBL 올스타전은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1만1700석이 전부 매진되어 입석까지 판매하는 등 크게 성황을 이뤘다. KBL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총 1만2128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부산에도 충분히 농구팬들의 수요가 있음을 확인한 장면이다.

올스타전을 보기 위하여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원정까지 온 팬들도 있었다. 부산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울산 모비스, 창원 LG의 팬들은 물론이고 서울에서 찾아왔다는 팬들도 많았다. KBL은 KTX와 연계하여 올스타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기차를 타는 '부산행' 이벤트를 펼치는 등 이미 경기장 밖에서부터 관객들의 동선을 배려하는 기획으로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도 관중들의 호응과 열기를 부응하듯 적극적인 쇼맨십을 보여줬다. 2쿼터 경기 도중 갑자기 사전예고 없이 양 팀 선수와 벤치, 심판까지 동시에 동작을 멈추는 '마네킹 챌린지'는 팬들을 놀라게 한 깜짝 이벤트였다. 애매한 타이밍에서 어떻게든 정지 동작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의 어설픈 '발연기'는 물론이고, 정지가 해제된 이후 선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플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벤트와 본경기 모두 볼 만했다

평소 농구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 부각한 이벤트도 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농구 선수들의 숨은 가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복면가왕이나 댄스 타임 이벤트는 오히려 올스타전 본경기보다도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연예인이 아닌 만큼 현란한 그루브나 스웩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가창력이나 어설프지만 필 하나는 충만했던 '아재 댄스' 등은 팬들과 선수들의 거리감을 좁히고 친근하게 다가가는데 한몫했다.

자칫 이벤트에만 치중하여 맥이 빠질 수도 있었던 올스타게임 본 경기도 올해는 볼만했다는 평가다. KBL을 대표하는 토종빅맨 김종규(주니어 올스타)와 오세근(시니어 올스타)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치열한 포스트업과 화려한 덩크슛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선형, 김태술, 허웅, 마이클 크레익 등 개인기가 뛰어난 가드 선수들은 현란한 드리블과 패싱능력을 선보이며 흥을 돋웠다. 부산 KT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는 블록슛이 파울로 판정이 나자 코트에 쓰러져 엄살을 피웠고 다른 선수들이 응급 처치하는 코믹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이번 올스타전을 위하여 각자 준비한 퍼포먼스와 세리머니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디. 일찍 점수 차가 벌어지며 경기 후반에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 게 옥의 티였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7년 올스타전은 모처럼 KBL의 기획력과 선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이벤트로 팬들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다. 소소한 운영상의 미숙이나, 쇼맨십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로 인하여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좀 더 '팬 친화적'으로 거듭나겠다는 프로농구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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