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리 양반? 만주키치가 '수비형 윙어'라니?

김정용 기자 입력 2017. 1.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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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리오 만주키치를 측면에 배치한다는 파격적인 발상이 유벤투스에 골을 선사했다. 만주키치는 측면에서도 어색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동료를 도왔다.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 21라운드를 가진 유벤투스는 라치오를 2-0으로 꺾고 선두를 유지했다. 유벤투스는 한 경기 덜 치른 가운데 2위 AS로마(21경기)와 승점 1점차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만주키치를 왼쪽 윙어로, 알레그리의 파격

유벤투스 선발 라인업은 파격적이었다. 로테이션 시스템에 따라 한 경기에 두 명씩만 투입돼 온 곤살로 이과인, 마리오 만주키치, 파울로 디발라가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윙어 후안 콰드라도까지 합세했다. 공격진이 4명인 4-2-3-1이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평소 성향과 달리 파격적인 경기였다. 알레그리 감독은 미드필더 3명의 운용에 대한 논문을 썼을 정도로 중앙 미드필더를 3명 이상 조합하는 걸 좋아한다. 유벤투스에서 가장 많이 쓴 포메이션은 3-5-2였다. 센터백 세 명, 수비력 갖춘 미드필더 세 명을 배치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라치오를 상대로는 센터백 두 명, 미드필더 두 명뿐이었다. 심지어 두 미드필더는 자미 케디라와 퍄니치로 조합됐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없었다.

평소와 가장 달랐던 것이 만주키치의 포지션이었다. 만주키치는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곤살로 이과인이 최전방에, 파울로 디발라가 이과인 아래에서 활동했다. 오른쪽은 측면의 전문가인 후안 콰드라도가 맡았다. 이들은 평소 선호하던 포지션에서 뛰었다. 어색한 건 만주키치뿐이었다.

성실한 수비 가담에 제공권까지

만주키치는 190cm 장신을 활용한 공중볼 장악, 최전방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연계 플레이와 전방 압박이 무기인 정통 스트라이커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지능이다. 만주키치는 공격진 중 어디에 배치돼도 좋은 위치선정을 하는 능력이 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는 동료의 스타일에 만주키치가 맞췄다. 동료 골잡이가 있으면 만주키치가 섀도 스트라이커로 내려가고, 다른 공격수가 없으면 만주키치가 최전방에 섰다.

어린 시절에 뛰던 윙어로 오랜만에 돌아간 만주키치는 드리블이나 크로스 등 윙어의 조건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 대신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다. 성실한 연계 플레이와 수비 가담으로 팀에 기여했다. 만주키치의 수비 지원에 힘입어 레프트백 콰도 아사모아는 더 편하게 수비할 수 있었다. 아사모아가 공을 따낸 횟수는 유벤투스에서 가장 많은 8회였다. 만주키치는 거구를 날려 슬라이딩 태클도 했다.

아사모아가 중앙으로 드리블해들어갈 수 있도록 만주키치가 파트리치(라치오 라이트백)를 끌고 측면으로 빠져 주는 플레이도 목격됐다. 콰드라도가 크로스를 4회 올리는 동안 만주키치는 단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 콰드라도의 돌파 횟수는 5회 성공, 만주키치는 겨우 2회 성공이었다.

유벤투스의 공격은 철저히 오른쪽에 치우쳐 진행됐다. 스테판 리히슈타이너의 오버래핑, 콰드라도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가 조합됐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와서 에이스 역할을 한 디발라 역시 오른쪽에서 공을 잡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동선이 편하다. 이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유벤투스의 가장 강력한 공격 루트였다.

오른쪽 공격이 이뤄질 때 만주키치는 중앙으로 이동해 두 번째 공격수 역할을 했다. 만주키치의 제공권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5분 리히슈타이너의 대각선 롱 패스를 만주키치가 머리로 떨어뜨렸다. 이과인이 수비수들을 끌고 전진하자 라치오의 수비진과 미드필더들 사이에 순간적으로 공간이 생겼고, 디발라가 정확한 왼발 논스톱 슛으로 득점했다.

만주키치는 이날 수비 상황에서 4회 공중볼을 따냈고, 공격 상황에서 디발라에게 내준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양과 질 모두 최강의 공중볼 장악 능력을 보여줬다.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는 만주키치에게 9차례 롱 킥을 전달했는데, 골키퍼가 특정 선수에게 준 패스 횟수로는 이날 가장 높은 수치였다. 라치오 오른쪽에 배치된 선수들은 만주키치의 장신에 대항하지 못했다.

유벤투스의 오른쪽 공격은 전반 16분 두 번째 골로 이어졌다. 리히슈타이너와 콰드라도가 호흡을 맞추며 쉽게 크로스 기회를 만들었고, 콰드라도의 크로스를 이과인이 재빨리 받아 넣었다. 이때 파포스터 쪽에서는 만주키치가 쇄도하며 이과인이 공을 흘릴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오른쪽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측면으로 공을 내준 선수도 만주키치였다.

"내가 이렇게 할 줄 아무도 몰랐죠?"

유벤투스는 오른쪽에 측면 공격에 능한 선수를 배치하고, 왼쪽엔 `수비형 윙어` 만주키치를 배치해 제공권을 강화했다. 두 가지 필살기가 모두 적중하며 유벤투스가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이날 슈팅은 라치오가 11회 시도해 유벤투스의 7회보다 더 많았다. 유벤투스가 점유율 58%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으로 라치오를 압도한 건 아니었다. 두 팀의 차이는 확실한 득점 루트에 있었다. 라치오의 슛은 위력이 없었다.

공격 자원을 대거 투입한 뒤 만주키치를 측면에 둔다는 특이한 발상으로 공수 균형을 맞춘 감독은 "주중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는데, 훈련을 모두 마치고 다음날 아침에 갑자기 다 뒤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기자회견에선 `이런 옵션도 있다`고 말했지만 내가 진짜로 이렇게 할 거라곤 아무도 몰랐을 거다"라고 했다. 특이한 전술이 적중한 것을 뿌듯해 하는 발언이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만주키치를 특별히 언급했다. "만주키치는 훨씬 어릴 때 저 역할(윙어)을 했다. 그는 절대 멈추지 않는 엔진을 갖고 있으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 뛴다. 오늘 수비적으로 아주 훌륭했고 기술도 좋았다."

전술 지능이 높은 만주치키는 어떤 위치에서건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의 플레이를 궁리하고 있다. 이날 골을 넣은 디발라와 이과인이 후반기 주전 투톱으로 뛸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알레그리 감독은 만주키치 덕분에 전술적 옵션을 하나 더 갖게 됐다.

그래픽= 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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