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영칼럼] 대선과 가짜뉴스 주의보

홍기영 2017. 1.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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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선거에서 가짜뉴스(fake news)가 기승을 부린다. 뇌물 수수와 같은 비리, 남녀 관계 등 사생활에 관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유포된다. 실제 뉴스와 겉으론 비슷하지만 거짓 정보를 담은 기사가 넘쳐난다. 가짜뉴스는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된다. 짜깁기 동영상이나 기사체로 쓰여진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대중의 관심을 더 끈다.

선거는 총성 없는 정보전쟁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흑색선전, 비방, 음해, 루머가 난무한다. 그 결과 정정당당하게 양심적으로 유세한 후보가 치명타를 입는 역선택이 큰 문제다. 유권자를 혼란시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가짜뉴스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골칫거리다. 그 폐해는 언론 오보를 뛰어넘는다. 각국 정부, 정당, 언론뿐 아니라 SNS도 가짜뉴스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가짜뉴스는 특정 세력 사이트에서 교묘하게 만들어지는 허위 정보다.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만우절에 장난삼아 하는 거짓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짜뉴스는 댓글이나 증권가 정보지인 ‘지라시’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다. 지라시는 정치·경제·산업·사회·연예 등 여러 분야의 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보고서 형태로 작성한 불법 유인물이다. 가짜뉴스는 유력한 상대 후보자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활용되거나 내용이 사실처럼 조작돼 지지 세력 결집에 쓰인다.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그럴듯한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에 유포됐다. 이 내용을 누리꾼 96만여명이 공유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짜뉴스 덕을 톡톡히 봤다. 가짜뉴스는 유권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믿고 싶어 하는’ 표심을 뒤흔든다. 가짜뉴스는 실제 뉴스보다 더욱 파급력이 크다. 대선 판도를 뒤집기도 한다.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결국 이 같은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됐다. 2017년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는 러시아 커넥션이 아킬레스건이다. 민주당 컴퓨터를 해킹해 그의 당선을 도운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미국에서 추방됐다. 트럼프는 또한 러시아 호텔에서 섹스파티를 벌였다는 추문에 휘말렸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보도된 내용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며 CNN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야심찬 4선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가짜뉴스 때문에 앞날이 순탄찮다. ‘메르켈은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는 내용의 가짜뉴스는 독일 전체를 발칵 뒤집어놨다. 독일 정부는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 배후로 러시아를 꼽는다. 사회주의 국가의 선전·선동 기술과 심리 전술은 세계 최고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한국에서도 가짜뉴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법 위반이란 가짜뉴스를 안희정 충남지사가 방송에서 사실처럼 언급해 혼선을 빚었다.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고 촛불시위대가 밝힌 것으로 인용된 노동신문 보도는 가짜로 판명됐다. 가짜뉴스, 사이비 언론을 뿌리 뽑아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이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각 당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과 구글, 카톡, 네이버 등 정보 전달 플랫폼에서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대선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감시하는 활동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고체계를 강화하고 정보 조작 행위자를 엄중 처벌,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3호·설합번호 (2017.01.25~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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