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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LB리포트]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마지막 꿈 팀 레인스

조회수 2017. 1. 2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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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10년만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레인스로 몬트리올 야구가 다시 기지개 시작

캐나다의 몬트리올은 늘 독특하고 특별한 기억을 줍니다.

스포츠 특파원 시절, 그러니까 90년대 말 LA 다저스의 플로리다 스프링 캠프 취재를 마치고 곧바로 시즌 개막전으로 위해 이동했을 때 몬트리올 공항을 나서는데 눈이 펑펑 내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주 허름했던 올림픽 스타디움이 개막전은 완전 매진이더니 다음날은 절반도 훨씬 안 되는 1만 명 이하의 관중으로 썰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많았던 노천카페들, 올드 타운의 벽돌로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길, 프랑스풍의 건물과 영어와 불어가 혼용되는 친절한 시민들, 그리고 유난히 담배를 많이 피우던 도시.


몬트리올에서 데뷔해 NL 최고의 1번 타자로 활약했던 팀 레인스가 후보 10년만에 마침내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이 정감 가는 유럽풍 도시는 그러나 야구와의 인연이 끊어진지 꽤 오래됐습니다.

2004년을 끝으로 엑스포스는 몬트리올을 떠나 워싱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야구보다는 아이스하키의 도시인 몬트리올에서 엑스포스의 인기는 계속 하락했고, 열악한 운동장 환경과 캐나다의 높은 세금 등으로 인한 FA 선수들의 기피 현상 등 마침내 MLB와 엑스포스 구단은 몬트리올을 버렸습니다. 결국 몬트리올은 단 한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감격도 누리지 못한 채 35년 만에 MLB 팀이 없는 도시가 됐습니다. 1981년 압도적인 전력으로 NL 동부조 수위를 달리고 있던 시즌은 선수 파업으로 시즌이 중간에 돌연 끝나버려, 아마도 몬트리올의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의 기회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야구는 캐나다 최초의 MLB 도시인 몬트리올과 결별했고, 아주 간혹 MLB 팀 재유치 희망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이 도시에서 야구는 잊힌 스포츠가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몬트리올이 모처럼 야구 이야기로 들썩들썩합니다.

팀 사상 세 번째로 MLB 명예의 전당(HOF) 선수를 배출한 때문입니다. 1979년 만 19세의 나이에 엑스포스에서 데뷔한 외야수 팀 레인스(57)가 명예의 전당 투표 무려 10수 끝에 마침내 그 영광의 성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올해가 후보 자격 마지막 해였는데 작년에 69.8%의 득표로 75%에 약간 모자랐던 레인스는 올해 86%라는 넉넉한 표를 얻어 감격을 누리게 됐습니다.


빅리그 데뷔는 1979년이었지만 1981년부터 풀타임으로 엑스포스의 공수를 이끌었던 레인스는 첫 풀타임 시즌에 타율 3할4리에 출루율 3할9푼1리, OPS .829의 활약에다 도루를 무려 71개(도루왕) 기록하며 대번 NL 최고의 1번 타자로 부상했습니다.

LA 다저스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돌풍에 밀려 신인왕 2위에 그쳤지만, 그 어떤 시즌의 신인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12년을 몬트리올에서 뛴 후 1990년 시즌을 마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지만 그에게는 몬트리올이 야구의 고향이었고, 엑스포스 팬들에게 레인스는 ‘Mr. 엑스포’였습니다. 화이트삭스 이적 후에 리그 챔피언십에 처음 올랐고, 뉴욕 양키즈 이적 후에는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도 맛 봤습니다. 그러나 레인스는 2001년 먼 41세에 몬트리올로 돌아가 전반기를 뛰며 친정 팀 팬과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23년 빅리그 통산 2502경기를 뛴 레인스는 2할9푼4리의 타율에 2605안타, 17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스위치 타자였던 레인스는 무려 1330번을 걸어 나가며 3할8푼5리의 출루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선구안과 참을성도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특히 808번의 도루 성공은 역대 5위의 기록입니다. (그보다 많은 도루를 기록한 리키 핸더슨, 루 브럭, 빌리 해밀턴, 타이 콥은 모두 HOF 멤버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또 주목하는 기록은 레인스의 도루 성공률 84.7%입니다. 1951년 이후 8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에 성공률 13위의 기록이지만 레인스만큼 많은 도루를 기록하며 이런 성공률을 보인 선수는 없었습니다. 리키 핸더슨은 80.2%였고, 루 브럭은 75.3%였습니다. 그만큼 효율적이었고 팀에 도움이 되는 도루왕이었습니다. 1981년 루키 시즌 71도루를 시작으로 78도루, 90도루, 75도루로 4년 연속 리그 도루왕을 차지했고 40도루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11번 있었습니다.


초창기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모자와 저지. 레인스는 세번째로 이 모자를 쓰고 명예의 전당에 갑니다.


레인스는 몬트리올 사상 세 번째로 엑스포스 모자를 동상에 새기고 HOF에 들어가는 선수가 됩니다.

포수 개리 카터와 외야수 안드레 도슨이 2003년과 2010년에 각각 엑스포스 모자를 쓰고 HOF 입당 행사에서 영광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러나 엑스포스 팬들에게는 레인스야말로 그야말로 ‘엑스포스의 적자’ 대우를 받습니다. 카터는 HOF 투표에서 선정된 후 자신이 데뷔했던 몬트리올이 아니라 그  다음에 뛰었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했던 뉴욕 메츠 모자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MLB 사무국에서 몬트리올 모자를 배정하자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인 적이 있습니다.

도슨 역시 자신이 데뷔한 몬트리올보다는 5년 연속 올스타에 뽑히며 전성기를 누린 시카고 컵스 모자를 쓰고 HOF에 가길 원했습니다. 사무국이 몬트리올 모자를 선택하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데뷔 후 11년을 뛴 후 몬트리올 구단과 결별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 것도 이유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레인스는 애초부터 당연히 엑스포스 선수의 자격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10번의 투표 끝에 영광의 자리를 드디어 차지한 레인스는 “13년간 나는 몬트리올의 한 식구였고 몬트리올 팬들과 캐나다가 내게 준 응원과 지지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제 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만으도로 자랑스러워할 캐나다 팬들이 아주 많을 것으로 생각돼 행복하다.”라며 “Merci, Montreal!”이라는 불어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레인스는 1986년 3할4푼6리로 자신의 유일한 NL 타격왕에 올랐었고, 1981년부터 7년 연속 올스타도 모두 몬트리올 유니폼을 입고 선정됐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했던 양키즈 모자를 선호했을 수도 있지만 레인스의 선택은 오직 엑스포스였습니다.

과거 몬트리올과 관련이 있던 선수나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레인스같이 일편단심이 선수는 없었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몬트리올에서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고, 랜디 존슨은 몬트리올이 데뷔한 친정이지만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모자를 썼습니다. 딕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가 아닌 관계자로는 유일하게 엑스포스 모자를 쓰고 HOF에 갔습니다. 그 외에 3년을 몬트리올에서 뛴 토니 페레스와 5년간 감독을 맡았던 프랭크 로빈슨 역시 당연히 선택은 몬트리올이 아니었습니다.


레인스는 그 정도로 친정팀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애정이 강한 의리파입니다.

그리고 팬들 역시 그를 절대 잊지 못합니다. 이번에 HOF 입성이 결정되자마자 저스틴 트뤼도 캐다나 수상과 드니 코데르 몬트리올 시장은 각각 레인스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 미국 시간 7월30일에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리는 2017 HOF 입당식에는 모처럼 엑스포스 야구 모자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몬트리올에는 'ExposNation'이라는 야구팬클럽이자 MLB 팀을 다시 몬트리올에 유치하자는 운동을 꾸준히 펼치는 단체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페드로와 랜디가 동시에 HOF에 입성했을 때도 이들은 버스 두 대에 편승해 쿠퍼스타운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여름에는 훨씬 많은 버스가 남쪽으로 야구 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데니스 코데르 시장은 팀 레인스의 HOF 입성을 축하하는 메시지에서 ‘엑스포스가 몬트리올로 돌아오는 것은 이제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다!’라며 MLB 팀의 귀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플로리다 출신의 팀 레인스가 야구 불모지가 돼 버린 몬트리올에 야구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우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montrealgazette.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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