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의 뉴 효성..비밀병기는 ITX '빅데이터'

안정준 기자 2017. 1.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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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남경환 효성ITX 대표 "8년간 매출 3배, IT와 제조 결합해 또 변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머투초대석]남경환 효성ITX 대표 "8년간 매출 3배, IT와 제조 결합해 또 변신"]

남경환 효성ITX 대표이사/사진=이기범 기자

2015년 중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계열사 효성ITX 팀장급 인원 3명을 긴급히 호출했다. 권순욱, 이준섭 팀장 등이 조 사장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따라나섰다. 조 회장은 일주일 이상 현지에 머무르면서 미국의 보안 스타트업 1위 기업인 태니엄(Tanium)의 국내 총판 계약을 따는데 성공했다.

사마 테크놀로지(Samma Technology)와 맺은 기술제휴도 조 회장의 작품이다. 효성ITX는 글로벌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인 사마와 협력해 데이터 분석 역량을 계열사나 타 그룹 고객사에 컨설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조 회장은 콜센터 사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를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T(정보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직접 바꿔가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양평동 본사에서 만난 남경환 효성ITX 대표는 "IT와 전통적 제조업을 결합해 '4차 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조현준 회장이 꿈꾸는 효성그룹의 미래"라며 "그룹의 진화 과정에서 새 가치를 효성ITX가 충실히 수행해 앞으로는 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ITX는 16일 오너 가문 3세인 조현준 회장이 총수로 전면에 나선 이후 그룹에서 주목받는 계열사다. 고(故) 조홍제 창업주가 1962년 효성물산을 설립한 이후 중공업 등 2차 산업에 집중했던 그룹이 변신을 꿈꾸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정보지식산업 사회를 맞아 조현준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인큐베이팅 하는 계열사다.

1990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남 대표는 이런 효성ITX에 2009년 CEO로 취임해 컨택서비스와 IT서비스, 디스플레이솔루션 등을 바탕으로 8년 만에 매출을 3배 이상으로 키워냈다. 남 대표는 "빅데이터, IT와 융합해 글로벌 종합 에너지솔루션업체로 도약하자는 새 비전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효성ITX의 사업영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모태는 2001년 조현준 회장이 그룹에 제안해 인수한 콜센터 전문운영업체 '텔레서비스'다. 회사는 2009년까지 제조업체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필요한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면서 성장했다. 금융사 콜센터 대행을 하면서 사업규모가 2배로 늘었고 최근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면서 매출이 3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콜센터는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쌓은 고객들의 수많은 음성정보는 빅데이터다. 이를 잘 분석하면 산업 전 영역에 특화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우리는 인공지능화 서비스를 자체 개발 중이다. 연말쯤에는 적잖은 성과를 선보일 수 있다.

남경환 효성ITX 대표이사/사진=이기범 기자

-대표이사로 선임되신지 8년이 넘었는데
▶2008년에 임원이 됐고 2009년에 ㈜효성 무역PG장이던 조현준 당시 사장이 효성ITX 대표를 맡겼다. 8년 전 사업 규모는 1100억원 정도였는데 매출이 대부분 콜센터업으로 인한 것이었다. 대표가 되고서 시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해 사업부문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컨택서비스 외에 IT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을 키웠고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해 빔프로젝트의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해 결산 매출은 3500억원대로 성장했다.

-사업을 키운 비결이 있나
▶초기 콜센터사업 매출의 40%가량이 한 고객(KT)에서만 나왔다. 그에 의존할 경우 위험요인이 너무 클 것 같아 대표가 되어서 첫해부터 고객 다각화에 나섰다. 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과 경쟁사 현황을 조사해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선 것이다. 이듬해에 대형 고객(현대카드 등)과 계약을 맺어 위기를 넘었다. 실제로 그 해에 KT가 일감을 자회사들에 주면서 대응이 빛을 발한 것이다. 현재는 우리가 전체 콜센터 시장점유율의 18% 수준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산업에 따른 고객대응 노하우나 서비스의 질이 달라서 앞으로 더 (고객이) 몰릴 것이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하나
▶공공기관과 다양한 산업 영역의 콜센터 업무를 대행한다. 이를테면 고객이 신용카드를 분실하면 카드사 대신 우리에게 신고를 하고 우리는 그를 맞춤형으로 빠르게 카드사에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단순한 상담 대행도 있지만 복잡한 대응까지 그에 필요한 지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컨설팅 업무도 한다. 최근 콜센터 사업은 인력 관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 등 복합적 IT가 결합한 사업으로 진화했다.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다.

-빅데이터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조현준 회장이 효성ITX에 내준 미션이 '빅데이터' 기업이다. 우리가 거의 전 상업 영역에 쌓은 수많은 음성 데이터가 있다. 이를 통해 산업적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고객 상담 내용 빅데이터를 분석·관리해주는 새로운 인공지능(AI) 솔루션인 '익스트림VOC'를 개발했다. 산업에 필요한 업무지식을 개발하는 인공지능이다.

대형 시스템통합업체(SI)와 비교해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왓슨은 언어 인지력이 탁월하지만 한국어 인식에는 약점이 있다. 효성ITX는 우리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하고 한국어 사투리라도 인지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감' 잡았다는 말이 먹는 '감'인지 '느낌'인지를 맥락을 분석하면서 학습한 내용이다.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도 있나
▶조현준 회장은 제조업이 선진국처럼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센서를 이용해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적 효율화를 달성하는 자동제어 시스템이다. 앞으로 우리가 이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테면 효성중공업 변압기의 모든 데이터를 우리 솔루션으로 분석해 그 데이터로 고객서비스를 하고 장비유지와 교체시기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고객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최신 IT트렌드를 빨리 학습해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축적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이 부분에서 조현준 회장의 역할이 컸다. 2년 전부터 직접 임직원들을 격려해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팀장급들과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실리콘밸리 등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게 한 것이다. 최근에는 관련 팀이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미래 사업기회를 늘리고 있다.

-보안 스타트업 태니엄 서비스의 총판도 그런 것인가
▶포브스 50대 기업 대부분이 태니엄의 보안솔루션을 사용한다. 기업이 커지면 해킹이나 적의 사이버 테러로부터 중요 정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태니엄의 솔루션은 사전 방어가 아니라 사후 탐지 시스템이다. 침입자가 발생한 엔드(End) PC를 발견하는데 15초 이내면 충분하다. 서버 1대로 수십만 대의 PC 보안을 책임지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조 회장이 대주주(37%)인데 일감 몰아주기는 없나
▶효성ITX의 그룹 매출비중은 5% 이하다. SI(시스템통합) 업계에서는 관련 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마치 그룹의 부가 오너의 사유 기업에 이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효성ITX는 그런 사례와는 무관하다. 우리 자체의 내재 기술을 축적해 거기에 따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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