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도입 1개월.."아직 인공지능일뿐..인간 의사는 과장"

입력 2017. 1.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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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간과 경쟁 상대 아닌 하나의 '진료 도구'로만 봐야"
의료진·환자 만족도 높지만, 추가 도입 검토하는 곳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AI)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IBM 슈퍼컴퓨터 왓슨이 국내 의료기관에 처음 도입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은 일단 현재까지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만족스러워 한다며 향후 인공지능 진료가 확산할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 비용대비 효과 ▲ 국내 고유 의료데이터 부족 ▲ 적용 가능 진료분야의 한계 등을 이유로 왓슨이 의사를 대체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길병원을 제외하고는 왓슨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대형병원이 아직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비판적 시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의사와 슈퍼컴퓨터의 협업 어떻게 이뤄지나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왓슨의 가장 큰 장점은 의학저널 290종·교과서 200종 등 1천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에 바탕을 둔 '방대한 데이터의 신속·정확한 검색' 기능이다.

왓슨 진료는 전문 코디네이터와 전문의가 환자를 상담한 후 ▲ 나이 ▲ 몸무게 ▲ 전신상태 ▲ 기존 치료방법 ▲ 조직검사 ▲ 혈액검사 ▲ 유전자검사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입력되면 왓슨은 이미 축적된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동원해 수초 만에 분석을 끝마친다. 이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왓슨은 분석 정확성도 인정받고 있다. 길병원은 현재까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의료진이 예상한 결과와 거의 유사했다고 밝혔다.

이언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총 85명의 환자에게 왓슨을 이용해 치료법을 제시했으며 암 종류별로는 유방암 24명·대장암 23명·폐암 20명·위암 14명·자궁경부암 4명 순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로 왓슨이 내놓은 결과치는 인간(의사)의 판단과 대부분 일치했다"며 "환자들 역시 의사와 상담과 더불어 왓슨에게도 치료법을 제안받으니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 왓슨은 아직 인공지능일 뿐…'인간 의사'는 과장된 표현

전문가들은 왓슨이 진료의 편의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을 대체하거나 경쟁 구도 양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잘 짜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치료법을 제안하는 역할을 할 뿐 인공지능이 자발적으로 진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왓슨의 진료 방식을 보더라도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야만 올바른 치료법이 제시되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전혀 엉뚱한 치료법을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주한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수술용 도구가 없으면 외과적 시술이 불가능하듯이 인공지능은 의사를 보조하는 새로운 도구로 보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물론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겠지만, 의료 서비스에서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의료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을 사람의 경쟁 상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언 교수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길병원에서 왓슨을 활용하는 이유는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편의성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일부에서 왓슨을 마치 '인간 의사'처럼 과장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고가 비용에 국내 의료기관 확산은 '미지수'

왓슨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왓슨 도입을 추가로 검토하는 의료기관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병원은 현재 왓슨 도입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병원들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여비용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IBM 측이 길병원에 왓슨을 대여하기 이전부터 국내 의료기관 이곳저곳을 돌며 도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분간은 길병원 외에 추가로 왓슨을 도입하는 병원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주한 교수는 "인력이 충분한 병원이라면 굳이 왓슨이 없어도 이뤄지는 현행의 진료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왓슨을 활용한 진료도 어차피 환자 상담·정보 입력·치료법 결정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왓슨의 대여료가 대략 10억~30억원대라는 추측이 돌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길병원 측은 IBM과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환자 숫자에 따라 IBM에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고 유지·보수비가 와전된 것 같다"며 "오히려 보험수가 등이 결정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왓슨 진료비조차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길병원 제공=연합뉴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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