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그 후' 허정무 부총재 "'이전투구'보다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서지영 입력 2017.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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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이전투구'와 '상대에 대한 매도'보다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상처만 남긴 제11대 총재 선거가 끝난 뒤 남긴 말은 이랬다. 선거 종료 이틀 째인 지난 18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허정무 부총재는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이제 부디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자"고 당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6일 2017년 정기총회를 열고 제11대 총재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단독 후보로 나선 신문선(59) 명지대 교수와 '신 후보가 나온다면 차라리 내가 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권오갑(66) 총재의 사실상 결선 투표로 이뤄졌다. 이변은 없었다. 신 후보는 대의원 23명(K리그 구단 대표 21명·대한축구협회 2명)으로부터 찬성 5표(반대 17표, 무효 1표)를 얻는 데 그치며 낙선했다.

이에 따라 축구연맹은 권 총재가 당분간 계속 직무를 수행하되 적절한 시점에 공고 절차를 다시 밟아 재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선거는 종료됐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정관 해석 및 승부조작 등 축구연맹의 부실한 운영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만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축구연맹의 '허술한 정관'과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축구연맹 정관 제17조 '임원의 임기' 5항에 따르면 임원은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축구연맹은 이 조항을 근거로 만약 신 후보가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권 총재가 그대로 역할을 이어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유권해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이 '신문선 vs 권오갑'의 대결 구도로 이번 선거를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

반면 신 후보는 축구연맹 정관 제16조 제1항 제7호를 근거로 "총재가 사임하거나 궐위되었을 경우 총회에서 직무대행자를 선임하고 총재 궐위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총회를 개최하여 총재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신 후보가 낙선한 지금, 축구연맹의 총재직은 누가 맡고 있을까.

축구연맹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직위를 가진 허 부총재는 정관해석에 따라 권 총재가 현재 유임 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허 부총재는 "단독 후보가 낙설할 때 기존 총재가 유임한다는 정관 해석이 맞다. 당연히 지금도 권 총재가 직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총재가 계속해서 축구연맹을 이끌어 갈 것인지, 다른 후보를 추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는 답도 내놨다.

허 부총재는 "지금도 권 총재가 계속 유임하거나 다른 새 후보를 찾기 위해 뛰고 있다"며 "우리 연맹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이 오신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다.

신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전북 현대의 승부조작 뒤 책임의 문제 및 일부 기업 구단의 '돈에 따라 성적 줄세우기' 같은 K리그의 뿌리 깊은 패착을 만천하에 까발렸다. 그동안 쉬쉬했던 축구연맹은 공격적인 신 후보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 측은 선거전 내내 부딪혔고 '장외'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오고 갔다. 본의 아니게 실상을 다시금 확인한 축구 팬은 크게 실망했다. 축구인들이 "승자도 소득도 없는 선거였다.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며 한탄한 이유다.

이른바 '축구인 대 비축구인' 축구연맹 총재 선임에 대한 부분도 논란의 한 축을 이뤘다.

그간 축구연맹 총재직은 정몽준(1994년∼1998년), 유상부(1998년∼2004년), 곽정환(2005년∼2010년), 정몽규(2011년∼2012년), 권오갑(2013년∼현재) 현 총재까지 기업인이 맡아왔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과 연맹 사이에 모종의 '동업 정신'이 생기며 축구계를 쥐락펴락한다는 쓴소리가 흘러나왔다. 신 후보는 사상 첫 축구인 출신 총재 자리를 노렸던 인물로 "이제 돈이 아닌 축구계의 미래를 생각하자"며 유세를 펼쳤다.
허 부총재는 이처럼 축구인과 비축구인을 가르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허 부총재는 "과연 그 기준이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역시절 축구를 해야만 축구인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라며 반문한 뒤 "정몽준 전 총재는 평생을 축구를 위해 헌신했다. 그런데도 정 전 총재는 현역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니어서 비축구인이라고 해야만 할까. 일생을 축구계에 투자한 분에게 비축구인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논리로 권 총재를 비축구인이라며 몰아가는 것도 잘못이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선을 긋기 보다는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 '당신은 비축구인이니 나가라' 식의 매도와 편가르식 다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한숨쉬었다.

축구연맹은 소모적인 싸움은 그만 둬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허 부총재는 "신 교수님의 말씀을 잘 알고 있고 상당 부분에서 무척 옳다. 연맹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많았다. 신 교수님은 늘 한국 축구계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이라고 존중하면서도 "이제 이전투구는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진흙탕 싸움이 아닌 발전적인 논의와 방법을 찾자는 말도 남겼다.

허 부총재는 "개혁과 변화는 좋은 화두다. 우리 역시 신 교수님이 지적한 것들을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있고 충분히 알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자구책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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