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프로농구 흥행공식, 아이디어에 정성을 더해라 

2017.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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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서정환 기자] 참신한 아이디어에 정성을 더해라! 프로농구가 흥행공식을 찾았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22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시니어 올스타가 주니어 올스타를 150-126으로 꺾었다. 29점으로 최다득점을 올린 오세근이 MVP에 등극했다. 

사상 첫 부산에서 개최된 올스타전이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기우였다. 이날 사직체육관에 마련된 1만 1700석이 매진됐다. 428명의 입석 관중까지 들어차 총 1만 2128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는 역대최다 관중이 온 2003-04시즌 1만 2995명 후 13년 만의 올스타전 최다관중이었다. 

▲ 참신한 아이디어, 편견을 극복하다 

KBL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0시 고양체육관에서 ‘새해맞이 경기’를 개최해 호평을 들었다. 이날 고양체육관에는 3층 관중석까지 총 6083석이 모두 매진돼 경기장이 가득 찼다. 광고를 위해 통천으로 가린 판매 불가 좌석을 빼고 모두 팔렸다. 

‘한 밤에 누가 농구를 보러 오겠어?’라는 편견은 기우였다. 가족 또는 연인과 새해를 맞이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추운 야외보다 따뜻한 농구장은 새해맞이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농구도 보고 선물도 받아가니 팬들에게 일석이조였다. 똑같은 목적을 가진 관중들이 농구장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디어 자체가 화제가 되고 홍보가 됐다. 

올스타전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서 하면 누가 올까?’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그간 서울개최로 소외된 지방 팬들의 갈증이 흥행에 원동력이 됐다. 대중들의 심리를 읽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준다면 흥행은 따라오게 돼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여기에 촉매제가 됐다. 새해맞이 경기와 부산 올스타전을 통해 KBL은 프로농구 콘텐츠의 흥행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 적극적인 스킨십, 팬들과 소통하라  

그간 프로농구는 팬들과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농구장에 가서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할 수 있지만 선수와 직접 소통할 기회는 적은 편이다.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소박한 기회에도 감동을 받는다. 좋은 경험이 이어지다보면 프로농구 관람과 관련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KBL이 기획한 'KTX 기차여행'은 그런 팬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 이벤트였다. 사복차림의 선수들과 밥도 먹고 게임도 하면서 팬들은 친밀감을 형성했다. 우러러보기만 했던 선수들이 친근한 동네 형과 오빠로 다가왔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벤트를 펼치기가 사실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부산 시내서 펼친 ‘무빙 올스타’도 홍보에 더 없이 좋은 도구가 됐다. 선수와 찍은 사진 한 장에 감동하는 팬들이 적잖았다.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오세근은 수차례 실패 끝에 4쿼터 기어코 덩크슛 한 방을 림에 꽂았다. 이유가 있었다. 오세근은 “기차 여행을 하면서 팬들이 덩크를 또 보여 달라고 하셨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보나 싶어서 찬스가 났길래 했다. (김)종규처럼 멋있는 덩크를 하고 싶었지만 난 거기까지 인 것 같다”며 웃었다.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오세근의 노력이 올스타전 경기의 질까지 향상시킨 셈이다. 

▲ 아직은 부족한 관련 상품판매와 이벤트

KBL은 이번 부산 올스타전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KBL은 21일 전야제 행사에 ‘복면가왕’ 예선을 진행했다. 선수들이 농구공을 놓고 마이크를 잡은 모습은 신선했다. 선수들의 감춰진 끼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만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선수는 없었다. 큰 주제인 농구 올스타전의 취지를 잊고, 선수들의 단순한 장기자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결국 농구선수는 농구를 할 때가 가장 멋있다. KBL이 농구를 테마로 더 많은 이벤트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 선보인 국내선수 대 외국선수 3대3 농구는 취지는 좋았다. 다만 아무런 타이틀 없이 두 팀이 치열하게 싸우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가 있었다. 농구자체의 재미를 살릴 수는 없을지 더 고민이 필요하다. 

KBL이 전야제를 장기자랑으로 구성해 무료로 개방한 것은 이유가 있다. 3점슛 대회, 덩크슛 대회 예선의 수준이 떨어져 전야제 행사로 삼기에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 평소 선수들이 올해 국내 덩크왕에 오른 김현민 만큼만 성의 있게 준비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3점슛 대회도 선수들이 충분히 몸 풀 시간을 미리 주고 제대로 치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팬들이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 판매도 부족한 부분이다. 일본 B리그는 지난 주 치른 올스타전에서 한정판 물품을 판매해 대박을 터트렸다. 팬들은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엽서를 받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물품이 매진되는 성과를 냈다. 반면 KBL의 올스타 관련용품은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많이 부족했다. 특히 후드티셔츠는 ‘대학교 과티 같다’는 소리도 들렸다. 

앞으로 KBL이 흥행을 통해 돈을 버는 올스타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관련 상품 개발과 판매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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