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주와 질주]② 네이버 광고 매출 카카오의 5배..올해 격차 더 벌어진다

노자운 기자 입력 2017. 1. 23. 06:00 수정 2017. 1.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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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NAVER(035420))의 광고 시장 독점 현상이 해를 거듭할 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광고 매출은 약 2조8000억~2조9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위 업체 카카오(035720)광고 매출의 5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액은 약 2조8000억~2조9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위 업체 카카오의 약 5배가 넘는 규모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광고 분야에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는 올해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올해 광고 매출액이 3조5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의 광고 독점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 의한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광고 업계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 광고주는 큰 돈을 쓰고도 제대로 된 광고 효과를 못 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전체 광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네이버 광고 매출, 2위 카카오의 5배...올해는 격차 더 벌어진다

2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PC 광고 매출액 추정치는 최소 1조2000억원이다. 카카오의 PC 광고 매출 추정치(2200억원)을 445% 가량 웃도는 수치다.

PC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PC 광고 매출액이 1조2000억~1조3000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는 반면, 카카오의 PC 광고 매출은 2014년에 비해 반토막난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도 ‘네이버 천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모바일 광고 매출액은 최소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카카오(3000억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 2년 간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매출은 240% 이상 증가한 반면, 카카오의 매출액은 76% 증가하는데 그쳤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PC 광고 매출액. 2016년 매출액은 추정치다. /자료=각사, 삼성증권

올해 네이버 광고 매출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쇼핑 검색 광고’가 견인할 전망이다. 쇼핑 검색 광고는 네이버 쇼핑에 입점된 상품을 검색 광고 결과물로 노출시켜주는 광고다. 광고비는 사용자의 클릭수에 비례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네이버 첫 화면의 주제판 확대에 따라 디스플레이 광고가 모바일 광고 성장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쇼핑 검색 광고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트래픽 월등히 많은 네이버, 광고주 빨아들인다”

PC·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트래픽(접속량) 차이 때문이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포털 사이트보다는 네이버에 광고하길 원하는 사람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 연구원은 “네이버가 블로그·지식인 등 자사 콘텐츠를 워낙 많이 갖고 있다보니 검색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며 “2009년에는 다음이 지도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는 등 네이버 따라잡기에 나섰고 두 포털의 검색 쿼리 점유율이 각각 67%, 21%(10월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두 회사 간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트래픽의 차이는 결국 광고의 쏠림 현상을 낳게 됐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 수단으로서의 매체의 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느냐에 달렸다”며 “광고주들은 광고 단가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영향력이 가장 큰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모바일 광고 매출액. 2016년 매출액은 추정치다. /자료=각사, 삼성증권

황 교수는 “광고주들은 트래픽 양이 많은 네이버에 광고하면 카카오에 광고할 때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며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입찰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포털 검색광고의 노출 순위는 입찰 방식으로 결정된다. 광고주들이 입찰 경쟁을 벌이면, 입찰가가 높아지며 광고 단가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결국 광고주들은 입찰 단가가 높은 네이버에 광고하느라 다른 매체에 집행할 광고비를 줄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광고 매출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광고 단가는 오르고 효과는 떨어지고…“네이버 갑질 심해질 것”

광고 업계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독점 현상이 심해지면 광고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독점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검색 광고의 가격 상승이다. 네이버에 광고하길 희망하는 광고주들이 화면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적어 내다보면, 광고 시장에는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전체 광고 시장 규모는 매년 1~2%씩 성장하고 있는데, 제한된 시장 안에서 특정 매체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다보면 광고주는 해당 매체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현재 네이버 쇼핑의 경우 검색 광고 가격이 클릭 1회 당 수천원에서 많게는 10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도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점 현상이 심해질수록, 전체 시장 생태계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사진=조선일보DB

황장선 교수는 “TV 채널이 각기 다른 특성과 타겟층을 갖고 있듯, 포털 사이트 역시 성격과 주요 방문자들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며 “포털의 성격이 각기 다른 만큼, 광고주 입장에서도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에 잘 맞는 포털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난 2013년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포털의 성격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람으로 비유할 때 똑똑하고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다음은 과감하고 젊고 쾌활한 성격을 지닌다. 이런 성향 차이는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황 교수는 말했다.

황 교수는 “포털의 성격에 맞는 광고 집행은 전체 광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도 갖고 있다”며 “광고의 70~80%가 특정 포털에만 쏠리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경쟁이 사라지고 광고 효과는 줄며 결과적으로 시장이 정체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광고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광고주들에 대한 네이버의 ‘갑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글로벌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애드콜로니(AdColony)를 운영하는 오페라미디어웍스의 김민성 이사는 “현재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은 광고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광고주에게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그런 정보를 잘 주지 않는다”며 “‘슈퍼갑’인 네이버가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광고 성과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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