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북, 리옹의 아픔 씻었다..'부천맨' 김신 2017시즌 다짐

김용일 2017. 1. 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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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전북에서 부천FC 1995로 완전 이적한 공격수 김신. 사진은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진행중인 부천 동계전지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 제공 | 부천FC 1995

[남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올해 공격포인트 30개 이상 해야죠.”

귀걸이를 하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한껏 멋을 부렸다. 거기에 유머러스한 말투까지. 겉으로만 보면 영락없는 20대 초반 청년이다. 하지만 본래부터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너무나 이른 나이 산전수전을 겪었다. 자기 방어 본능과 더불어 공격수로 득점력 뿐 아니라 확실한 개성과 정체성을 표출해야 한다는 배움에서 비롯됐다. 올 시즌 ‘부천맨’으로 거듭난 김신(22)은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다. 최근 부천FC 1995 동계전지훈련지인 경남 남해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이젠 프로 세계에 눈을 뜬 것 같다”며 “올해 공격포인트 30개 이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은 전북 현대 유스팀인 영생고(U-18) 시절 고교 챌린지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최고 유망주로 불렸다. 키 181㎝ 몸무게 82㎏의 다부진 체격으로 득점력과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였다. 2014년 영생고 졸업 이후 곧바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3년이 지나 전북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프랑스 리그1의 명문 올랭피크 리옹으로 두 시즌 임대돼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리옹행은 축구 인생에 가속페달이 되지 못했다. 프로 세계에 갓 발을 들인 뒤 경험을 쌓기도 전 험난한 유럽 리그에 나섰다가 자신감을 잃고 몸도 망가졌다. “이전까지 언제나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경기장에 나섰는데 프랑스에서 고배를 마셨다”며 “흑인 수비수가 많은 프랑스 리그는 정말 힘이 달랐고 문화 차이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두 시즌간 1군과 B팀을 오가며 훈련했으나 1군 경기는 한 차례도 뛰지 못했다. 아마추어리그인 4부 CFA에서만 13경기를 뛰었다. 그마저도 2014~2015시즌엔 12경기를 뛰었으나 이듬해 출전 기회가 줄었다. “너무 순진했다. 유럽리그는 훈련서부터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친 태클과 몸싸움 등 경쟁 구도가 치열하다”고 말한 그는 “그런 곳일수록 나도 도전적으로 해야 했는데 강한 성향을 지닌 외국 선수들을 받아주려고만 했다. 내 잘못이었다”고 했다. 이제까지 축구하면 잘한다는 말만 듣고 지내온 그에게 이토록 쓰라린 슬럼프는 처음이었다. 결국 계약기간을 6개월여 남겨둔 지난해 겨울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솔직히 지금 다시 도전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느낄 것 같은데, 그 당시엔 반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여겼다. K리그 시즌 개막 전이니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을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해 전북과 관계가 있는 K리그 챌린지 충주험멜로 임대 이적하며 국내로 돌아왔다. 절치부심으로 몸을 만든 그는 35경기를 뛰며 13골 6도움을 기록, 기적같이 부활에 성공했다. 당시 안승인 감독이 부임한 충주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팀 색깔을 갖춰나갔다. 다만 문전에서 공격의 방점을 찍을 공격수가 없었는데 힘과 돌파력, 결정력을 지닌 김신이 꼭 맞는 단추였다. 김신도 감독과 동료의 믿음 속에 날개를 단듯 훨훨 날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비록 챌린지(2부)로 왔지만 경기를 많이 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일대일 드리블이나 돌파에 의한 슛 등 프로에서도 내가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과묵했던 성향이 말도 많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도 프랑스에서 경험한 아픔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나름 프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느낀 것 같다. 외국인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공격수로 경기장에서 할 말도 다 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개성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지향해야 할 방식”이라고 말했다. 1년간 임대로 뛴 충주는 해체됐고, 국내 최고 공격수가 즐비한 전북에서 더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고 여겼다. 한창 뛰어야 할 나이, 전북에서 부천으로 완전히 적을 옮기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물론 충주에서 김신과 부천의 김신은 다를 수 있다. 부천엔 김신 뿐 아니라 바그닝요와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윈 하리스, 호제 가오슈 등이 버티고 있다. 정갑석 부천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김신을 왼쪽 측면에 두거나 중앙으로 옮겨 외국인 공격수와 시너지를 그렸다. 그는 “오히려 이게 더 편하다. 상대가 충주에서처럼 나에 대한 집중 견제를 덜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외국인 공격수를 이용한 플레이를 할 것 같다”며 “지난 시즌 부천이 최소 실점 구단이었는데 나를 비롯해 공격수들이 제몫을 하면 승격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의 당장의 꿈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부천의 승격과 함께 클래식에서 자신을 길러준 전북을 만나는 것이다. “솔직히 전북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며 “동국이 형이나 레오나르도 등 최고 공격수들을 통해 배운 게 많았고, 내가 부족했다. 다만 성장한 모습을 최강희 감독을 비롯해 형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두 번째로는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23세 이하 연령대에 포함되는만큼 프로에서 더 잘해서 아시안게임 출전하고 싶다. 금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도 받는다면 내 축구 인생을 더 값지게 설계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처럼 중,고교 시절서부터 주목받는 유망주에게 조언했다. “프로로 직행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절대 과신해선 안 된다. 힘과 속도가 다른만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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