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행보다 평양행이 더 걱정. 험난해진 여자축구 '윤덕여호'

이정수 입력 2017. 1. 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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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29일 일본 오사카 얀마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남북대결에서 두 팀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33%의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호’가 평양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오는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에 속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조 추첨에서 한국은 북한을 비롯해 홍콩 우즈베키스탄 인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아시아 강팀인 북한과 같은 조에 속한 것도 부담인데 예선전을 평양에서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떠안게 됐다. 오는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해야만 내년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수 있다. 아시안컵에서는 상위 5개팀이 프랑스 여자월드컵 본선티켓을 얻는다. FIFA랭킹 18위인 한국 여자축구는 호주(6위) 일본(7위) 북한(10위) 중국(13위)에 이어 아시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에만 나선다면 월드컵 출전권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1991년부터 줄곧 참가해온 아시안컵 본선행 조차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역대전적 17전 1승2무14패로 절대 열세인 한국은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북한을 상대로 조 1위를 얻어내야 한다.

당초 한국과 북한이 한 조에 속할 가능성은 33%였다. 이번 예선은 4개조로 나뉘어 각 조별로 총 4곳에서 열리는데 개최국 신청을 한 베트남은 한국과 함께 톱시드 배정국이라 한 조에 속할 수 없었다. 지난해 개최국 신청을 받을 당시 한국은 오는 5월 국내에서 열리는 FIFA U-20월드컵을 고려해 신청하지 않았다. 북한이 개최국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지난해 12월 AFC의 공문을 통해 알게 됐는데 한국은 북한과 한 조에 속하지 않기 위한 방어차원에서 개최국 신청을 검토했지만 시기를 놓쳤다. FIFA 랭킹 상위권인 북한이 톱시드를 받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 아시안컵 성적으로 시드가 나뉜 것도 변수였다. 북한은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본선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2015년 캐나다월드컵 출전이 제한됐다. 이에 2014년 여자 아시안컵도 나서지 않아 이번 조추첨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한국은 지난 아시안컵 4위로 톱시드를 받았다.

AFC는 한국과 북한의 왕래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 만큼 평양에서 개최해도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자체도 쉽지 않지만 경기 외적으로 신경쓸 변수들이 너무 많다. 우선 북한에 건너가려면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동방법도 문제다. 항공편은 중국을 거쳐야 하는데 이동에 따른 피로도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육로를 통해 이동하자니 절차도 복잡하고 거리도 만만치 않다. 북한 선수단을 향한 현지의 조직적인 응원으로 인해 나이 어린 여자선수들이 겪을 심리적인 위축도 우려된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원치 않았던 조추첨 결과가 나왔다. 험난할 것 같다”면서 “여러가지 통제가 많이 되는 상황, 생경한 분위기 등 경기 외적 변수가 선수들의 컨디션과 직결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윤 감독이 지난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어 걱정이 더욱 컸다. “당시 능라도경기장에 15만명이 들어찼다. 응원분위기가 상당한 부담이었다”는 윤 감독은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를 견뎌내려면 경험있는 선수도 필요할 것 같다. 선수구성부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20일께 소집해 3월 1일부터 열리는 키프로스컵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12개국이 참가하는데 북한도 나선다. 윤 감독은 “일단 키프로스컵을 통해 북한의 전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다. 대회 이후 아시안컵 예선까지의 시간동안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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