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7년 대한민국..'노인'만 남고 '소비'가 사라진다

세종=정현수 기자 2017. 1. 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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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을 넘어라]<4>-①시나리오 분석..인구절벽과 함께 부동산 시장 폭락, 연금시장 붕괴, 소비절벽 등으로 이어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새해부터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 직면한다. 인구절벽과 이에 따른 소비절벽이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인데 한국은 올해가 그 원년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이후 2%대 저성장이 인구절벽에 따라 더 고착화될 수 있으며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소비침체로 이어져 한국경제에 복합불황을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소비절벽의 원인과 현주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소비절벽을 넘어라]<4>-①시나리오 분석…인구절벽과 함께 부동산 시장 폭락, 연금시장 붕괴, 소비절벽 등으로 이어져]

2017년은 ‘인구절벽’의 서막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 뿐만 아니라 연간 출생아 숫자도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로 내려 앉을 가능성이 높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13.8%까지 치솟아 고령사회(14%) 진입의 직전에 선다.

이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수십년 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므로 당장 실감하기 쉽지 않지만 어느 순간 사회·경제를 덮치는 거대한 충격이 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 등을 근거로 2037년 가상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보는 이유다.

◇2037년 50대의 삶은?

2037년 정사년(丁巳年) 새해가 밝았다. 연초부터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내수지표는 악화일로다. 노후 안전판이라 믿어온 국민연금 적립금은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여기저기서 학교가 문 닫는 이야기가 들린다.

‘신생아 울음소리가 줄어든 대한민국, 늙어가는 대한민국’. 30년 전에도 유행했던 이 말들은 그냥 레토릭(수사)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뼈아픈 말이 됐다.

1987년 태어난 A씨는 올해 51세다. 과거 같았으면 중장년으로 분류됐던 그는 여전히 산술적으로 청년이다. 중위연령이 이미 51.9세까지 치솟았기 때문. ‘늙은 청년’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익숙해진 표현이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집값이다. 서른이 되던 2016년 결혼한 A씨는 당시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여유가 없었기에 빚을 내 장만했다. 선배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샀다. 정부도 이를 부추겼다.

물가상승분 만큼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가장 컸지만,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중장년층 인구가 줄면서 부동산 수요가 급감했다. 부동산은 더 이상 재테크 수단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부동산 성공신화가 멈추면서 A씨의 노후는 막막해졌다. 믿을 건 국민연금이다. 그러나 국민연금도 위태롭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35년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3년 뒤인 2060년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고갈된다고 한다.

국민연금 수령시기는 70세로 늦춰졌다. A씨는 19년 뒤인 2056년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정년이 늘어났지만 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60세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0세까지 일한다고 해도 10년간은 소득 없이 연금수령 때까지 ‘크레바스’ 시기를 버텨야 한다.

노후가 불안한 A씨는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수천만원을 들여 승용차를 새로 살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가족 여행도 언감생심이다. 식사도 가급적 집에서 해결한다. A씨처럼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거리의 상점들은 하나둘 셔터를 내린다. 내수가 휘청거리면서 ‘제로성장’, ‘마이너스성장’이 익숙해진 지도 오래다.

◇2037년 20대의 삶은?

A씨의 자녀 B군은 2017년생으로 올해 21세다. 지난해 서울 소재 사범대에 입학했다. “교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선배들은 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교원 채용문이 극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예견됐던 일이지만, 대학은 사범대 정원을 줄이지 않았다. 만 6~21세의 학령인구는 20년만에 23.3% 감소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수는 같은 기간 각각 12.5%, 30% 줄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폐교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줄어든 학생수와 줄지 않는 교원수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언젠가부터 부담임 제도가 등장했다. 어느 순간 부담임 제도로도 넘쳐 나는 교원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정년이 보장된 교사를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취업문이 좁아지자 B군의 선배들은 프리터(프리랜서+아르바이트, 일정한 직장 없이 파트타임으로 연명하는 이들)를 자청했다. 그러나 워낙 일자리가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프리터’조차 선망의 대상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는 소비위축으로 사라졌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졌고, 차량 판매대수도 줄고, 차량운행도 감소해 주유소 숫자는 30년 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기가 많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는 노인층, 이주노동자 등과 경쟁해야 한다.

B군은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군대를 가기로 했다. 저체중인 B군은 현역으로 입대한다. 예전 같았으면 징병검사에서 4급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을 근무했을 B군이다. 하지만 B군과 같은 저출산 세대들에겐 옛 이야기다. 징병이 힘들어진 군대는 일단 병사수를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한 2037년 가상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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