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AFTA 탈퇴 땐 기아차 멕시코 공장 타격

세종=서윤경 기자 2017. 1. 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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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한국' 손익계산서

“누군가 고의로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거든 그 사람에게 똑같이 되갚아 주어라.”

미국의 새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평소 밝힌 억만장자의 습관 중 한 대목이다. 그의 철학은 경제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나 재협상 형태로 손해를 끼친 나라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손해를 끼친 나라로 지목됐다.

수출기업 전략 수정 불가피

유럽에서 팔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메이드 인 베트남’이다. 삼성전자는 출시를 앞둔 ‘갤럭시S8’의 경우 유럽은 물론 미국 수출물량까지 베트남에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기아차는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세운 멕시코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25%는 미국으로 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등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다.

이처럼 수출기업들은 기획·디자인, 생산, 포장·수송, 판매 등의 단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거점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를 글로벌 밸류체인(GVC), 즉 가치사슬이라 말한다. 디자인이나 기획은 한국에서 하고 멕시코나 중국, 베트남에서 만든 뒤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들은 유기적 연계성을 갖는 세계 교역 구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한국에는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중간재 수출로 형성한 GVC의 변화가 한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탈퇴할 경우 한국은 멕시코와 베트남을 통한 NAFTA·TPP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것은 NAFTA의 매력 때문이었다. 멕시코는 NAFTA 체결 후 미국 시장에 무관세 수출할 수 있다는 점과 저임금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유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같은 이유로 가전제품을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팔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 수출 물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도 TPP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는 반도체나 LCD 등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부품을 구매해 완성재를 만든다. 대부분 미국 시장으로 나간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은 22일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70% 이상이 자본재 부품인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면 대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수출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GVC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미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의 리쇼어링(제조업 기업들의 본국 회귀) 정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프라·에너지는 기회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롭게 열린 시장도 있다. 1조 달러 규모의 공공 인프라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에너지 개발, 환경, 고속철도, 교통 시스템 개보수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 중국 기업들에 비해 기술경쟁력, 자본력, 현지 사업수행 경험 등에서 뒤처져 있는 만큼 건설사와 ITC·제조·서비스 기업이 협업해 전체 가치 사슬을 공략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도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화석연료 수요를 촉발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정유·화학업계에는 긍정적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올 하반기부터 가스공사가 연간 280만t씩 20년간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며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 등을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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