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오와 분열 집단이 권력 잡았다"

입력 2017. 1. 23. 03:19 수정 2017. 1.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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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대 대통령 취임식은 축제처럼 치러지는 전통이 있다. 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취임식은 이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워싱턴 DC엔 취임식 참석자보다 반대 시위에 나온 미국인이 더 많았다고 한다. 트럼프의 자업자득이다. 그는 미국 사회 주류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분노하는 백인을 선거운동의 표적으로 삼았다. 자신에게 표를 줄 유권자와 아닌 유권자로 나눠 상대했다. 상대편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증오를 확산시키는 선거운동을 해왔다. 그 결과 인종·종교·계층·성(性)차별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켜 취임식 날조차 거국적 환영을 받지 못했다. 취임 직전 지지율이 40%에 머무는 이례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反)트럼프 시위에 참석한 영화배우 아메리카 페레라는 "증오와 분열의 집단이 어제 권력을 이양받았다"고 개탄했다. 이 말 한마디에 지금 미국의 정치·사회 상황이 모두 압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신이 일으켰던 증오와 분열을 치유하지 못하면 미국 유권자 상당수의 거부 현상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사조차 화합보다는 분열을 강조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이 억울해하고 불안해하는 백인에게 집중됐다"며 "그의 임기에 희망보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의 분열적인 선거운동으로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극화로 인한 사회 갈등이 커지면서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敵)으로 모는 이분법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게 증폭된 상황인데도 유력 대선 주자들은 증오와 분열을 적나라하게 선동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선거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결국 자신과 나라의 앞길을 험난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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