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통령의 형제들

안석배 논설위원 입력 2017. 1. 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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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미국 대통령의 형제 중에는 사고뭉치가 꽤 많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동생 로저 클린턴은 코카인을 갖고 있다가 감옥 가더니, 형이 대통령 된 뒤엔 범죄 조직에서 돈 받고 불법 로비에 나섰다. 지미 카터 대통령 동생은 22만달러 받고 리비아 로비를 벌이다 '어릿광대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닉슨은 동생이 네바다주 채광권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보고를 받자 사정 당국에 동생을 미행하고 도청하라고 지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경환씨는 축구를 좋아했다. 새마을운동본부 본부장으로 위세를 떨칠 땐 직접 출전도 했다. 포지션이 골키퍼인 그가 드리블로 상대 골문 앞까지 몰고 가 골을 넣었다. 새마을신문이 '회장님이 골 넣다!'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몇 년 후 그는 공금 횡령 등 비리로 구속됐다. 그즈음 그의 큰형도 수산시장 운영권을 뺏은 죄로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형도 뒤지지 않는다. 2004년 여름 판사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훈계했다. "앞으로 처신 잘하십시오." 그러자 며칠 후 그가 재판장에게 전화해 항의했다고 한다. 본인은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재판장은 "전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고 끊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짐작이 간다.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이명박 대통령 형은 권력을 이용해 최근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권력에 줄 대 이권 챙기려는 사람들은 늘 권력자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권력자의 형제가 공략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제 미국 정부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친동생을 체포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반 전 총장 동생과 조카가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빌딩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동 국가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 한 혐의가 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엄중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실 성인이 된 동생이나 형이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책임질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에 나서는 사람에겐 그런 하소연이 통하지 않는다.

▶중국 주은래 총리는 자식이 없었다. 조카뻘되는 젊은이가 내몽골에 살고 있었다. 조카 부부는 얼마 후 본토로 이사를 왔다. 이를 알게 된 주 총리는 "왜 내 조카만 오게 하는가. 내몽골 사람 모두 오게 하라"고 했다. 조카 부부는 내몽골로 되돌아갔다. 유권자들은 이런 사람을 원한다. 표를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부터 의심하고 돌아봐야 하는 게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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