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 오바마 리더십

송명희 입력 2017. 1. 22. 23:28 수정 2017. 1. 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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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오바마(취임연설/2009.1) : "오늘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우리가처한 도전들은 현실이고, 심각할 뿐만아니라 매우 많습니다. 그 도전들은 쉽게 또는 짧은 기간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십시오. 우리는 결국 해낼 것입니다."

<녹취> 오바마(당선 연설/2012.11) : "여러분들의 목소리, 여러분들의 절규를 가지고 백악관으로 돌아갑니다. 앞에 놓여 있는 미래와 남겨진 일들에 대해 어느때보다 확신과 책임감이 듭니다."

<녹취> 오바마(고별연설) : "그것은 우리가 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그 변화였습니다. 여러분이 사람들의 희망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은 우리가 시작했을 때보다 더 훌륭하고 강력해졌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임기 8년을 마무리하고 20일 퇴임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재임기간 최고 지지율 67%, 평균지지율 53%.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내 변화, 그리고 희망이란 화두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임기말 레임덕 없이 박수를 받으며 백악관을 떠났습니다.

<녹취> 오바마(고별연설) :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습니다.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시민으로서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변화를 이뤄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분의 능력을 믿으세요. 우리는 해냈습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케이스 마틴(미국 국민) : "정말 놀랍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열광과 열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누구든 설득할 것입니다. 그는 정말 훌륭합니다."

<인터뷰> 맥 앤드리치(미국 국민) : "우리 대통령은 우리를 매우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우리는 그의 기품과 재치, 매력, 그리고 현명함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퇴장을 가능하게 한 오바마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오바마 스스로 자랑스러운 성과로 자평한 건강보험개혁법, 이른바 '오바마 케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뼈댑니다.

시장경제체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의원들을 오바마는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하원의원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고 지역구로 가 설득하는가 하면, 일일이 전화하고, 백악관 만찬에 초대해 또 설득합니다.

건강보험개혁안은 결국 찬성219표, 반대 212표로 극적으로 하원을 통과 했습니다.

<녹취> 오바마(2010.3.21) : "미국의 꿈을 이룰 또 하나의 확고한 초석이 놓였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 우리는 또 한번 역사의 소명을이뤄냈습니다."

<인터뷰> 박원곤(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대통령의 권위를 부린 것이 아니라 정말 낮은 자세로 가서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식사하면서 오바마 케어가 왜 필요한지 한 명한 명의 의원들을 찾아가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반대하는 질문이 나왔을 때는 그것에 대해 귀담아 듣고 아 그런면이 있었군요 하고 받아들여주고 그런 소통의 능력이 아주 뛰어난 대통령이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으로 '오바마 케어'는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민의 90 퍼센트 이상이 의료보험에 가입했고,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많은 미국인들이 혜택을 얻었습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 직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했습니다.

<인터뷰> 박원곤(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한국 같으면 이것이 상상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죠. 국무장관이라는 지위와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고 할 일도 많고 그만큼 많은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거든요. 그 자리에 자신의 정적을 앉힌거죠. 미국 대선도 그 과정을 보면 진흙탕 싸움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다 끝나니까 그것을 다 잊어버리고 자신과 그렇게 경쟁을 했던 정적들을 가장 자신의 핵심, 행정부의 핵심위치에 앉혔다는 거죠."

또, 전임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켰고, 소수인종인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도 내각에 포함했습니다.

<인터뷰> 스티븐 헤스(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 "때로는 반대파를 외부에 두는 것 보다는 내부에 두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는 굉장한 경험이 있는 인사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인, 지역, 정치, 전문지식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장관 인사를 했는데 아주잘 했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총기난사 사건.

미국 남부의 유서 깊은 한 흑인 교회에서 주 상원의원인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를 포함해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이 숨졌습니다.

범인은 21살의 백인 청년.

수사기관이 증오범죄로 규정하면서 인종 갈등이 또 표면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장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

<녹취> 오바마(추도연설) : "은총의 길은 열린 생각, 그리고 더 중요한 열린 마음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 은총을 찾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는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인터뷰> 이재묵(교수/한국외대 정치학교수) :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거든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상처받은 흑인들을, 그 자리에 가서 거기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러주면서 마음을 치유해주고 같이 들어주고 같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거든요. 어떤 국민이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그 사람의 위로하는 마음을 의심하겠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 국가 IS 퇴치 등 중동정책은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당장 '전략적 인내' 전략을 구사했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원곤(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 : "표현은 전략적 인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상 방치였습니다. 어떤 조치도 취하질 않았어요. 오바마행정부가 이란 핵 협상을 할 때 그 태도와 그 에너지와 그 모든 것을 보면 굉장히 많이 비교가 됩니다. 이란 핵협상을 할 때 오바마 대통령과 캐리 그 당시 국무부 장관이죠. 정말로 전력투구를 하는 모습들을 보였거든요."

하지만 정책적 성과와 한계를 떠나 오바마가 미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8년의 가장 큰 유산은 그의 기품과 가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뷰> 김광식(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 "리더가 갖춰야 할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하죠. 비전이 있어야 되고 무엇보다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 또 그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소통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누는 공감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가 바로 그것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2014년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 방한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백악관에 걸렸던 성조기와 잭슨 전 대통령이 사별한 부인을 기려 백악관에 심었던 목련의 묘목을 안산 단원고에 전달했습니다.

묵념도 제안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나는 이런 큰 희생자와 사망자를 잃은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본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젊은 사람들은 한국의 힘과 미래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아프게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인종(안산단원고등학교 행정실장) : "뭔가.. 남다르고 각별한 느낌으로 바라봤죠. 진짜 그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위로할 줄 아는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슬픔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진짜 따뜻한 사람이다."

머리카락의 느낌이 자신과 같은 지 궁금하다는 흑인 아이에게 고개를 숙여주고, 백악관 청소노동자와 스스럼없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총기 거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 오바마에게 미국 국민들은 지지를 보냈습니다.

<인터뷰> 이재묵(한국 외대 교수) : "내가 권력이 있고 권위가 있고 더 높은 사람이고 이런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이고 함께 사는 시민이다, 나는 지금 잠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볼 때 이 사람은 굉장히 나한테 접근 가능한 사람이고, 나의 친구 같은 사람이고 보다 친근감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

빈라덴 암살작전, 이른바 '넵튠의 창' 작전 때 상황실의 대통령 자리를 실무자에게 내준 것은 '오바마 리더십'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힙니다.

오바마 8년.

탁월한 소통 능력과 포용 정신으로 첨예한 갈등을 풀어내며 긴 시간동안 국민의 지지를 잃지 않았던 오바마의 리더십은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송명희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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