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선 무조건 걷자, 로지에르 거리에선 더더욱..
[오마이뉴스김종성 기자]
이번에도 걷는 이야기다. '파리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줄곧 '걷는'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파리는 정말 여행자의 '걸음'을 유혹하는 곳이니 말이다. 그리고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이라면, 도보(徒步)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 곳이라도 더 발을 딛겠다는, 하나라도 더 눈에 담겠다는 '체력'과 '깡'은 여행에 있어 필수 요소다.
▲ 쉴리 저택의 모습 |
ⓒ 김종성 |
명재상 쉴리 공작. 그의 별명과 작위까지 함께 붙이면 어떤가. 그렇다. '낭트 칙령(Edict of Nantes)'으로 유명한 앙리(헨리) 4세의 신임을 받아 프랑스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재무 장관 쉴리(1560~1641)가 바로 그이다. 채무는 사라졌고 재정은 흑자 기조로 전환됐다. 농업과 축산을 장려하고, 상공업을 발달시켰다. 도로를 건설했고, 운하망 건설을 계획했다.
이 시기에 국민들의 지갑 사정도 한결 나아져 일요일마다 일종의 닭볶음탕이라 할 수 있는 코코뱅(Coq au vin)을 먹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여성 편력이 심했던 앙리 4세이지만, 그는 국민들로부터 '앙리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고 뛰어난 왕으로 기억된다. 종교로 인한 차별을 없애고 경제를 살려 프랑스가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쉴리 공작'이 있었다.
▲ 쉴리 저택에서 한 골목 지나 건너편에는 생폴 생루이 성당(Eglise St-Paul St-Louis)이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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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소방대원들의 모습. 사진을 찍으려 하자 흔쾌히 웃으며 반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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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작은 파리에서 일주일을> -
파리에도 백화점이 있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2018년 재오픈을 목표로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지만,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봉 마르셰 대형 쇼핑 센터인 포럼 데 알(레알 센터)도 있다. 그래도 역시 파리하면 '거리'가 떠오른다. 마레 지구의 골목에 가득한 작은 가게들은 '소박한 전시의 공간'이면서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그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마레 지구의 '골목'들을 누빌 시간이다.
▲ 로지에르 거리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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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라. 로지에르 거리에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그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에 매료돼 버리게 될 테니 말이다. 거리 양쪽을 가득 채운 작은 가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처럼 여겨질 정도다. '파리다움'이란 이런 것일까. 사진 몇 장으로 감히 이 곳의 풍경을 다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의 흔적들을 어여삐 감상해 주시길 바란다.
▲ 로지에르 거리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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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지에르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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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에서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이었지만, 한 장만 찍으라는 말을 듣자 괜시리 고민이 됐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구도로, 무엇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을까. 결국 진열된 상품들이 아닌 입구 쪽의 데코된 장식품들을 찍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곤 '메르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최대한 침착한 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떤 날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기도 한다.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그렇다.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거나 티켓을 구입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가능하다. 말을 하지 않고도 여행은 성립된다. 그러나 좀더 생생한 경험을 위해서는, 좀더 풍성한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말'을 섞어야 한다.
숙소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는 길도 괜히 물어보고,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척 가격도 물어봐야 한다. 그 '부딪침'은 어떤 경우라고 하더라도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니 말이다. 여행에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행동들을 해봐야 한다. 돌이켜 보면, 좀더 적극적으로 그 순간들에 빠져들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왜, 어째서 나는 쭈뼛쭈뼛 소심한 여행자처럼 굴었을까. 바보처럼.
▲ 피카소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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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미술관은 스펜인의 바르셀로나 · 말라가, 프랑스의 앙티브(Antibes) 등에도 있지만, 그 중에서 파리의 미술관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을 거라 기대를 품고 입장하게 됐다(입장료는 12.5유로). 아니나 다를까, 총 250여 점의 회화와 16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피카소의 연대기에 따라 작품 전시가 체계적으로 잘 꾸려져 있다.
부끄럽지만 예술적 감각이 후진 편이라 인상주의 후기로 접어들면 전혀 맥을 못 추리고 '스킵'하는 편이다. 그래서 솔직히 피카소의 그림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저 그림에 왜 저리들 감탄하는 걸까, 라는 의아함을 가지며 미술관을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미술관에 머무는 시간들은 행복했다. 열정적으로 그림에 대해 소개하는 큐레이터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람객들의 표정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다.
▲ 메르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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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념품이자 선물용으로 가장 핫한 아이템인 '메르시 팔찌'(가격은 3유료)를 팔고 있기도 하다. 오직 이 곳에만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커 더욱 각광받고 있다. 선물을 사는 일이 번거롭고 심지어 고통스러운 여행객들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선물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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