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거목' 민음사 박맹호 회장 별세

최현미 기자 2017. 1. 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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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민음사를 창립해 50여 년간 한국 출판과 지식· 교양사회를 이끌어온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22일 오전 0시4분 별세했다. 84세.

1933년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나 1952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한 고인은 1953년 ‘현대공론’ 창간 기념 문예 공모에 ‘박성흠’이란 필명으로 응모해 단편 ‘해바라기의 습성’이 당선되면서 문학청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자유풍속’을 응모했지만, 자유당 정부를 풍자한 내용이 문제가 돼 탈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안타까워한 한운사 당시 한국일보 문화부장의 청탁으로 한국일보 일요판에 소설 ‘오월의 아버지’를 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후 문학청년 생활을 이어가면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부친(박기종)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지냈던 고인은 1966년 5월 민음사를 창립하며 한국 단행본 출판사 1세대의 대표 주자가 됐다. 그해 처음으로 펴냈던 ‘요가’라는 책은 1만 5000 권이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인은 계간 ‘세계 문학’, ‘오늘의 문학상’ ‘김수영 문학상’ 등을 통해 신인 작가와 시인들을 발굴하며 한국 문학을 이끌었다. 1973년 ‘세계 시인선’을 처음으로 펴냈고 1974년에는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 등 ‘오늘의 시인 총서’ 1차분 5권을 펴내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1976년에는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했으며 ‘오늘의 문학상’을 제정했다. 또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민음사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1995년 기획을 시작한 국내 최대 문학 전집인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은 한국 독서계에 새로운 고전 붐을 일으켰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 권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귄터 그라스, 응구기 와 시옹오 등 다양한 국가의 거장들과 제 3세계 거장, 여성 작가 작품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현대 문학의 넓은 스펙트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평을 열었다. 2017년 1월 현재 세계문학전집은 346권에 이르고 있다.

문학뿐 아니라 선진 문예이론 사상을 국내에 소개하고 학술 저술에도 관심을 갖고 출간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한국 사회의 지식지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197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발간했던 ‘이데아 총서’를 통해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1983년부터 1999년까지 16년 동안 424권의 ‘대우학술총서’를 발간했다. 또 1997년 사이언스북스를 설립해, 국내 교양과학 출판 시장의 문도 선도적으로 열었다.

출판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5년에는 한국단행본출판협회 2대 회장으로 추대됐고, 2005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당선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 등을 치러냈다. 출판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대통령 표창, 1995년 화관문화 훈장, 2006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인문학 발전에도 애써 2001년 서울대에 민음 인문학 기금 3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08년에도 서울대에 인문학 강좌 기금으로 2억 원을 기부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박맹호 회장은 한평생 오직 한 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며 “평생을 통해 우리 출판계의 토양을 풍요롭게 일궈왔으며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후배 출판인들에게는 존경받는 선배 출판인이었으며, 우리 사회에는 문화의 개척자였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1933년 12월 31일,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면 장신리 비룡소에서 부친 박기종과 모친 이아지의 2남 5녀 중 장남으로 출생.

1951년 8월 31일, 청주고등학교 5학년 편입. 문예반으로 활동.

1952년 4월 1일,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문학부 불어불문학과 입학.

1953년 6월 15일, ‘현대공론’ 창간 기념 문예 공모에 박성흠이란 필명으로 응모한 단편 ‘해바라기의 습성’ 당선.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자유 풍속’ 응모. 자유당 정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이 문제가 돼 탈락.

1966년 5월 19일, 민음사 창립. 광화문 ‘동아일보’ 뒤편에서 처남(위상준)이 운영하는 전화상 ‘전일사’를 사무실로 활용.

6월 10일, 민음사 첫 책으로 신구문화사 주간이던 신동문 씨가 ‘동방구(東方龜)’라는 필명으로 일본어판을 번역한 ‘요가’를 펴냄.

1967년 하반기, 청진동 세진 빌딩 4층으로 사무실 이전

1973년 12월,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은 ‘당시선’(고은 역주),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김현 역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김주연 역주),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정현종 역주) 등 ‘세계 시인선’ 4권 첫 출간.

1974년 9월, 김수영 ‘거대한 뿌리’, 김춘수 ‘처용’, 정현종 ‘오늘의 시인 총서’ 1차분 5권 출간.

1975년 상반기, 종로구 관철동 사옥 장원 빌딩으로 이사, ‘관철동 시대’ 시작.

1976년, 편집 위원으로 김우창, 유종호 교수를 영입해 계간 ‘세계의 문학’창간호(가을호) 발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공지.

1977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한수산 ‘부초’ 선정, 단행본 발간.

1980년 2월, 33대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선임.

1981년, ‘김수영 문학상’ 제정. 제1회 수상 작품으로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선정.

1984년 2월,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

1996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출판을 목표로 ‘황금가지’ 설립.

1997년,과학이 교양이 되는 시대를 대비해 ‘사이언스북스’ 설립.

2005년, 제45대 대한출판문화협회 임원 선거에서 임기 3년의 회장으로 당선.

2006년,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치러 낸 공로로 보관문화훈장.

2015년, 오늘의 작가상 개편

2016년 5월, 창립 50주년 기념 세계시인선 리뉴얼, 8월 릿터(Littor) 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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