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리처드 도킨스 "인류는 멸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영미 기자 2017. 1. 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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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자]② '이기적 유전자' 저자 도킨스 강연

[편집자 주] 60년대는 '철학', 70년대는 '문학', 80년대에는 '사회과학'이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학문이었다면 최근 수년간은 '과학'이 새 담론으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상이 급격하게 변해서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현재의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나 미래의 예측도 힘들기 때문이다. 뉴스1은 기획시리즈인 [과학책을 읽자]를 통해 과학, 특히 생물학 분야의 현주소와 최근 출간책들,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 과학책 번역자들과 출판사를 3회에 걸쳐서 소개한다.

한국을 첫 방문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강연하고 있다.(인터파크 제공)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관련기사 -다윈을 뛰어넘어 인간을 설명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모두 늦게까지 장수한 이들입니다. 일찍 죽은 조상은 유전자를 남길 수 없었죠. 유전자가 늙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젊어지는 이런 일이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 유전자를 담는 '콘테이너'(그릇)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행동생물학자 겸 진화론자 리처드 도킨스(76)는 한 독자의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집단'이나 '개체'의 생존이 아닌 '유전자'의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인간을 수단삼아 나아가는 유전자의 무자비한 속성을 드러낸 대답이다. 하지만 "일찍 죽은 조상은 없고, 모두 늦게까지 장수했기에 우리가 있게 되었다"며 도킨스는 동시에 한가닥의 위안의 말도 곁들였다.

도킨스는 인터파크도서와 카오스(KAOS)재단이 공동기획한 이날 특별 강연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독자 수백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대학 뉴칼리지의 교수로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 직을 맡고 있다.

1976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출간한 책 '이기적 유전자'로 일찍부터 명성을 얻은 그는 2006년 책 '만들어진 신'으로 다시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책에서 그는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하지만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면서 '초자연적 창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왕의 주장과 함께 신이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내다봤다. 도킨스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적 석학이자 대중적인 인기 저자답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을 펼쳤다.

◇"인류는 멸종 않을 듯…두뇌도 더는 커지지 않는다"

도킨스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공룡처럼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보며 인간의 진화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기술이 발달해 땅을 파고 벙커속으로 미래를 대비한 식량을 갖고 들어갈 수 있는 데다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 유성의 궤도를 바꿔 공룡의 멸종 이유로 추정되는 소행성이나 운석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종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는 말할 수 있어도 진화 자체의 정확한 양상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뤄진 동물들의 진화의 재현실험의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미래의 생물, 미래의 인간의 모습을 가늠하게 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동물들은 지리적인 차이에도 비슷한 공통의 기능을 진화시켜왔다. 그는 "눈은 40회 진화해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인류의 눈을 포함해) 눈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번 진화한 물고기들의 음파탐지기, 10~12번 진화한 해파리 등의 독침, 각각 2번 진화한 물고기 등에서 보이는 전기장, 오징어 등의 이동방식인 제트추진과 비교 할때 유전자들이 가장 유용한 기관인 눈의 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현재까지 300만년 동안 계속 커지는 식으로 진화했지만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살아남는 데에 집중력이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큰 뇌가 필요했지만 이미 지금은 젊을 때 죽지 않고 장수하며 아이를 갖기에 생물학적인 이유보다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장려하는 특정 종교에서 보듯 문화적인 이유가 진화의 중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이 두개의 종으로 분화할 가능성도 지리적 격리가 발생하기 힘든 현대사회에 비추어 적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화성을 식민지화하거나 다른 행성을 발견해 이주할 경우 지구의 유전자의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워 종이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도킨스는 "인간의 진화는 앞으로 생물학적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것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둘(생물학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지배적인 것은 문화의 진화이며 문화적·기술적 진화가 미래의 진화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세기 지나 되돌아보면 역사는 더 나아졌을 것"

하지만 도킨스는 인간의 기술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인간의 기능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우리가 창조한 것을 로봇들이 대신할 까 걱정이다. 로봇들이 이 강연장에서 실리콘과 탄소 기반 시대에 대해 논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미래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도 세상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는 어쩌면 웃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의 선거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비관적이고 무서운 사건들이지만 역사의 바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세기가 지나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등에서 보듯 더 나아졌을 겁니다."

도킨스는 22일에는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강연문화기업 마이크임팩트가 마련한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빅 퀘스천 2017'에서 강연한다. 또 25일 고려대에서는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을 펴낸 김영사 주최로 진화심리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와 '나의 과학 인생'이라는 대담도 가질 예정이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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