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익'만 외친 트럼프..걱정되는 한국경제

세종=조성훈 기자 2017. 1. 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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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질서 해체, 미국의 이익도모 선언..중국과의 무역분쟁 악영향, 환율조작국 지정 등 악재 잇따라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글로벌 경제질서 해체, 미국의 이익도모 선언...중국과의 무역분쟁 악영향, 환율조작국 지정 등 악재 잇따라]

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띤 취임사를 펼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힌 취임사의 핵심은 예상했던 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다.

"모든 무역과 세금, 이민정책, 외교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나라의 유린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 제품들을 만들고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시사했다.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수출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선 이처럼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으로 보다 뚜렷해진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는게 최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취임식 직후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방침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노동자에게 무역협정이 공정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NAFTA에 대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 등 회원국들이 미국 노동자에게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하면 탈퇴를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무역협정을 위반하고 미국 노동자에 위해를 가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정부로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2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평균 4%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과 같은 해롭고 불필요한 정책은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사실상 기존 글로벌 경제질서를 해체하고 미국의 이익만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 업적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관련된 각종 규제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왼편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게된다.

당장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우선순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이슈화될 수 있어 대미 직접교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거론한 나라도 중국과 멕시코로 간주된다.

당장 미국의 중국, 멕시코 등과 무역전쟁에 나서면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우리 수출은 0.36%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목인 전자·반도체, 석유화학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투자에도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가 무역협정 재검토 방침을 시사하고 멕시코에 대해서 35% 관세폭탄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 투자계획을 밝혔고, 삼성과 LG 등 전자업계도 미국내 공장신설을 포함해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는 안그래도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국내 투자와 고용위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 동안 세계 각국이 추진했던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해 4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지만,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우리마저 덩달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감세 및 재정지출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들에 대한 세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대중영합적인 발언을 지속했다"면서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 정책과 관련 '보호주의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발언과 미국 우선주의 피력은 향후 대외무역마찰이 위험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이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경제정책 변화 및 영향 점검 차 ‘제50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7.1.18/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로 인해 우리 경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20일 취임사를 통해 드러난 정책방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외환·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기위해 취임 초부터 고위급 채널과 민간채널을 통해 신정부측 인사들과 정책 브레인 등과 전방위적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특임대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특임대사에는 국제금융·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재 탄핵정국에서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해외 인프라 수주를 늘리기 위해 특임대사 임명 등 외교력과 민관합동 역량을 총동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미국 통상 압력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한미간 경제협력 전략이나 방안을 외교·안보 분야와 결합해 종합된 한미 경제 협력 강화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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