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상징 '미래창조부', 그대로 살아남을까?

금준경 기자 2017. 1. 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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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미디어 분야 부처 개편, 다양성 반영된 합의제 부처로 '공공성' 강화해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최근 차기 정부 미디어 조직 개편 논의는 크게 ‘산업 진흥’과 ‘공공성 강화’로 양분되고 있다. 이들 개편안은 방향성이 다르지만 ‘신문·방송 통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같다. 어떻게든 차기정부에선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뉜 신문·방송부처가 통합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심영섭 한국외대 외래교수는 19일 언론정보학회 토론회에서 미디어 관련 부처를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위원회로 통합하는 미디어위원회 신설안을 제시했다. 7~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미디어위원회가 신문, 방송, 통신, 콘텐츠, 인터넷, 심의, 광고 등 미디어영역의 규제 및 진흥 정책을 모두 담당하는 모델이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흡수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 및 방송진흥 업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디어정책 및 방송영상광고 업무가 미디어위원회 아래 통합된다.

▲ 심영섭 한국외대 외래교수의 미디어 조직 개편안. 디자인=이우림 기자.

반면 13일 방송학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개편안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미래부의 덩치를 키워 문화정보부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방송통신 진흥, ICT, 과학 분야를 다루는 미래부에서 이질적인 과학 분야를 제외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규제 분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및 문화 분야 등을 통합해 정보문화부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위원회로 축소 개편돼 위상이 크게 낮아진다.

▲ 김성철 고려대 교수의 미디어 조직 개편안. 디자인=이우림 기자.

두 개편안은 정책 기조와 방향성이 다르다. 김성철 교수의 개편안은 ‘독임제 부처를 통한 산업 진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심영섭 교수의 개편안은 ‘합의제 부처를 통한 공공성 강화’가 핵심이다. 독임제 부처는 장관의 결정으로 행정이 이뤄지는 반면 합의제 부처는 여야 위원들의 논의를 거친다. 

현 시점에서 긍정적인 안은 심 교수의 개편안이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산업 영역에서 미디어를 바라본 탓에 무분별한 광고규제완화를 비롯해 신문, 통신사의 방송시장 진출 등 진입 규제완화가 이뤄져 산업은 성장했지만 공공성과 시청자 권익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게 공론이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합의제 부처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향성 역시 공공성 강화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합의제 기구 중심의 통합이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위원추천방식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현행과 마찬가지로 정부여당 위원이 다수인 방송통신위원회 구조가 유지된다면 중요사안에 있어 일방적인 행정이 이뤄져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되는 상태에서 미디어 통제 권한만 강화될 우려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밀어붙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합의’를 중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종합편성채널의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특혜 연장 등 중요 현안에서는 여당 위원들에게 유리하도록 표결에 부쳤다. 따라서 위원 수를 7~10명으로 늘리고 추천단체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들 개편안이 신문과 방송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교차소유, 통합규제가 이뤄지면서 이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영섭 교수는 “방송과 통신 및 인터넷영역에서 기금을 조성해 방송영상콘텐츠진흥뿐만 아니라 매체산업의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신문유관산업과 정부광고수입만으로 신문산업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신문지원제도를 도입한 주요국가처럼 교차보조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문은 진흥산업이고 방송이 규제산업이라는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통합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아직까지 방송은 규제 영역, 신문은 비규제(시장) 영역인데,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부처에 언론을 포함한다는 건 신문을 규제 영역에 포함시키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 방송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틀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9일 언론정보학회 토론회에서 ‘진흥’(미래창조과학부)과 ‘규제’(방송통신위원회)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박근혜 정부의 기준 대신 ‘공적통제가 필요한 진흥과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개편한 기구가 맡고 시장행위에 대한 사후규제 및 조정업무는 독임제 부처에 두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 이 경우 업무조정 과정이 신중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업무중복이나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개편 과정에서 미디어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미디어’라는 단어에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언론으로서 미디어, 산업으로서 미디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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