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금지' 두고 황교익-KBS '핑퐁' 공방

최원형 2017. 1.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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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모임 참여' 이유로 출연 무산된 황교익
송해·최불암·최형만 등 일관성 두고 KBS와 공방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따른 것..여야 무관"
새노조는 "회사가 가이드라인 제대로 몰라" 비판

[한겨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티브이엔 화면 갈무리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모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한국방송>(KBS) <아침마당> 출연이 무산된 사건과 관련, 황씨와 한국방송이 ‘핑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회사가 규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내용을 비판을 내놨다.

황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양프로그램인 <아침마당>에 출연키로 했으나, 지난 1월16일 제작진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며 ‘출연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황씨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이란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황씨는 “출마 등을 통하여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니며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것도 아닌데, 특히나 선거 기간도 아닌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자발적 전문가 네트워크에 참여하였다는 것만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국방송의 조처를 비판했다.

이에 한국방송은 19일 ‘<아침마당> 제작진의 입장’을 냈다. 이들은 “사실상의 대선정국에 돌입한 현 시점의 민감성을 감안하여 출연 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여야 구분없이 모든 유력 대선후보에 적용하는 원칙”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삼았다. 가이드라인에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뒤로 황씨와 한국방송 사이에 ‘핑퐁’처럼 공방이 오갔다. 19일 한국방송의 해명에 대해, 황씨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케이비에스의 입장을 읽고’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그 원칙이 잘 지켜졌는지 되물어보겠다”며,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인 송해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사례를 들었다. 한국방송에서 제시한 원칙대로라면 송씨 역시 출연이 금지됐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황씨는 송씨의 사례처럼 출연 금지가 없는 것이 올바른 조처라며,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든지 방송 출연 금지 같은 조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송해씨.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도 20일 다시 입장을 냈다. 송씨의 사례에 대해선 “송씨의 갑작스러운 지지 선언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인지했으나, 이미 편성이 돼 공지된 방송을 하루 전에 취소하긴 어렵다고 판단해서 방송이 이뤄졌다”고 했다. 선거기간을 자의적으로 정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현재는 공식 선거기간이 아니지만, 황씨의 경우 2월말에서 3월 정도에 방송할 예정으로 섭외한 상황이어서 향후 대선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3월이 되면 공식적인 선거기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했다. 아울러 “개그맨 최형만씨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해 출연 정지한 바 있고, 지난해 총선 출마한 방송인 이만기씨, 지난해 전국구 후보 신청을 한 하일씨 등도 출연 정지했다”며, 이런 조처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황씨도 다시 반응했다. 20일 황씨는 페이스북에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최불암 선생의 예도 들겠다”며 과거의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 연기자 최불암씨는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는데 교양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을 계속 맡아서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황씨가 링크한 기사에서, 당시 한국방송 쪽은 “시사프로그램과 달리 교양프로그램은 규정에 따른 진행자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비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곧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규정에 따른 출연 금지가 당연하지만, 교양프로그램은 그와 달리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KBS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고 있는 연기자 최불암씨.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 새노조도 20일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성명을 냈다. 이들은 “특정 대선 후보를 공식 지지한 인물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제작진의 입장을 일정부분 이해한다. 그러나 현재 황씨를 둘러싸고 한국방송이 받고 있는 의혹은 말 그대로 자업자득”이라며 회사쪽에 비판의 각을 세웠다.

무엇보다 새노조는 회사가 출연 정지 조처의 근거로 댄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조항은,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책자 속에 ‘부록’으로 별도 수록된 ‘실무자를 위한 케이비에스 공정성 가이드라인’ 가운데 ‘선거보도’ 세부준칙 내용이라는 것이다. 곧 “선거기간 중 ‘보도’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참고해야 할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때문에 선거기간이 아닌 시점에 보도 관련 프로그램이 아닌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황씨는 해당 규정과 아예 무관하다는 것이 새노조의 지적이다. 새노조는 “지난 2012년 대선기간에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많은 연예인들이 이를 이유로 교양,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모두 출연을 거부당한 적이 있던가? 그래서 이번 출연 취소가 형평성의 논리에도 어긋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이전부터 케이비에스가 집권 여당에 편향적이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현실 등이 케이비에스의 변명에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며, 회사쪽의 반성을 요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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