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정치>5당 체제를 즐기면서 감상하는 방법
[경향신문]
보수 2당·중도 2당·진보 1당···유권자들, 5당 체제의 알록달록한 정치 상황 맛봐
유권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1당의 의석수가 121석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97석이고, 제3당과 4당은 30석대다. 제5당인 정의당은 6석이다.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예전보다는 복잡하다. 한국갤럽의 1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이 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12%, 국민의당이 11%, 바른정당이 9%로 거의 비슷하다. 정의당은 3%로 5위다. 교섭단체만 하더라도 네 정당이나 된다. 원내 협상장에서는 19대 국회와 비교해 두 배의 인원이 모이게 된다. 4명의 원내대표가 손을 잡는 장면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만약 각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 원내 수석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12명이나 된다. 카메라 렌즈도 이들을 한 컷에 포착하기 힘들게 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5당 체제에서 대선주자들의 분포는 더욱 혼란스럽다. 대선주자가 무려 20명에 육박한다. 당별로 보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이재명·안희정·박원순·김부겸·최성 후보 등 6명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인제 후보, 딱 한 사람이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천정배·장성민 후보 등 3명이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남경필 후보 등 2명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대선에 출마 선언을 했다.
반기문·손학규·정운찬 후보는 아직 정당을 정하지 않았다. 바른정당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민주당의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 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보수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무소속 후보가 정당을 택하는 과정도 앞으로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당 간,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야말로 5당 체제의 현란함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보수 2당, 중도 2당, 진보 1당의 5당 체제가 오랜만에 알록달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 열리는 재·보궐선거도 재미있게 됐다. 5개 정당에서 공천을 하게 되면 5명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게 된다.
밥상에 반찬이 푸짐한 만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반찬은 여러 것이 있지만 특별하게 맛있는 음식이 보이지 않는 단점도 있다. 각 당의 정책을 보아도 그렇다. 다섯 개의 정당마다 차별점은 뚜렷하지만 현실정치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정책에서 보수·중도진보로 선이 갈라져 결국 이분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이념적인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협의 같은 외교·안보에서는 다섯 개의 정당이 아니라 딱 찬·반이라는 두 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이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보수·중도진보의 극한대결 구도를 깰 수 있다면 국민들은 5당 체제가 주는 색다른 맛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중도진보 진영 측에서도 특정 정당이 보수와 발을 맞추는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 또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은 5당 체제의 알록달록한 정치 상황을 즐길 권리가 충분히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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